작년 13명 사망, 올해 목격 건수 더 증가…AI 경보시스템·적외선 드론 주목, 방울·스프레이 등도 ‘불티’

일본 아키타현은 4월 14일, 현 전역에 발령 중이던 ‘곰 출몰 주의보’를 ‘경보’로 격상했다. 현 자연보호과에 따르면 4월 1일부터 14일까지 접수된 곰 목격 건수는 75건이다. 전년 동기 대비 3.4배에 달한다. 경보는 5월 말까지 유지될 예정이다.
곰 피해가 급증하는 배경으로는 기후와 인구 구조 변화가 함께 거론된다. “기록적인 폭염과 이상기후로 산림 생태계가 흔들리며 먹이가 줄었고, 그 영향으로 곰이 먹이를 찾아 이동 범위를 넓혔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지방 인구 감소도 겹쳤다. 젊은 층이 도시로 이주하고, 노년층은 세상을 떠나면서 농촌 마을은 점점 텅 비어가고 있다.
곰의 출몰 범위는 더 이상 산간에 머물지 않는다. 시내 중심부에서도 목격 사례가 이어진다. 학교 주변과 주택가, 철도역 인근은 물론 공항 활주로 등 예상 밖의 장소에서도 출몰이 보고됐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곰 사살을 허용하는 절차를 간소화하는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의 곰 개체 수는 홋카이도에 서식하는 불곰이 약 1만 2000마리, 본토의 흑곰이 약 4만 4000마리로 추정된다. 불곰은 꾸준히 증가해 왔고, 흑곰은 2012년에 비해 세 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일본의 인구수는 약 400만 명 줄었다. 이 대비는 일본 사회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간의 활동이 약해진 공간을 곰이 파고드는 양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동시에 새로운 흐름도 만들어내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읽는 기업들이 빠르게 등장하며, 이른바 ‘곰 대응 산업’이 떠올랐다. 가령 곰 퇴치·감시용 전기 울타리와 인공지능(AI) 기반 추적 시스템, 안전 장비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본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국가적 쇠퇴에 직면해 있지만, 곰 사태를 둘러싼 시장과 기업의 대응은 일본 산업의 저력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전통 제조업과 틈새 기술, 스타트업이 결합된 산업 생태계가 위기 속에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AI 기반 곰 감지 경보 시스템이다. 일본 토종 곰의 사진과 영상 약 5만 장을 학습한 ‘페이스베어(FaceBear)’는 전용 서버와 방범 카메라를 활용해 구동된다. 공격 위험이 감지되면 사이렌을 울리고, 스마트폰으로 건물주에게 알림을 전송한다. 반면 사슴이나 너구리 등 비교적 온순한 야생동물은 식별 단계에서 제외된다.

2025년 7월, 일본여자프로골프 투어 ‘메이지 야스다 레이디스 골프 토너먼트’에서는 곰이 목격되면서 1라운드 경기가 취소됐다. 이후 대회는 무관중으로 치러지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이 경험은 곧바로 대응 체계 강화로 이어졌다. 같은 해 9월, 미야기현 리후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대회를 앞두고 주최 측은 소라미디어에 협력을 요청했다. 약 130만㎡(도쿄돔 27.6개 규모)에 이르는 부지를 드론으로 점검하기 위해서다.
드론은 고도 약 30m에서 비행하며 적외선 카메라로 열원을 탐색했다. 반응이 포착되면 약 20m까지 하강해 가시광 카메라로 대상을 식별하는 방식이다. 탐색 과정에서 열원이 포착됐지만, 확인 결과 너구리로 판명됐다. 곰은 발견되지 않았고 대회는 예정대로 마무리됐다. 대회 관계자는 “이처럼 넓은 공간에서 작은 동물을 탐지하고 종까지 식별할 수 있는 기술은 매우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곰 출몰에 대응하려는 수요는 기술 영역을 넘어 일상용품 시장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도치기현 오모리 주조소의 ‘곰 방지용 방울’은 예년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팔린다. 멀리까지 울려 퍼지는 주물 특유의 맑은 음색과 곰을 모티프로 한 디자인이 맞물리며 판매가 크게 늘었다. 곰은 시각보다 후각과 청각에 의존하는 동물이다. 의외로 사람을 먼저 피하려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울은 사람의 존재를 소리로 미리 알림으로써 우발적인 조우를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최근에는 등산객뿐 아니라 학생과 농촌 주민까지 일상적으로 착용하는 사례가 늘며 사실상 ‘생활 안전용품’으로 자리 잡아가는 분위기다.
‘곰 퇴치 스프레이’도 인기다. 고추 성분의 캡사이신을 분사해 곰의 시야와 후각을 일시적으로 무력화하는 방식으로, 긴급 상황에서 위험을 피하는 데 쓰인다. 후쿠이현의 한 기업이 개발한 곰 퇴치 스프레이는 출시 5개월 만에 7만 5000개가 판매되며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가격을 기존 제품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춘 것이 주효했다. 기존 거래망을 활용한 해외 생산과 기획·개발·판매의 일괄 운영, 전용 보관 설비 구축 등을 통해 비용을 크게 줄인 결과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