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인 “얼굴 땜에 미역국 먹어”
브라운아이드걸스의 가인과 빅뱅의 승리한테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데뷔 전인 2005년 이미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는 점이다. 이들이 출연했던 프로그램은 5년 전 방송된 케이블채널 M.net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인 <배틀신화>. 그룹 ‘신화’가 심사위원으로 참석해 제2의 신화가 될 만한 신예 댄스가수를 찾는다는 취지였던 이 프로그램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서바이벌 구도의 오디션 시스템에 네티즌의 투표 참여를 가미했다는 점에서 <슈퍼스타K 2>와 매우 유사하다. 사실상 <배틀신화>가 <슈퍼스타K>의 전신인 셈. 총상금 1억 원, 가수 데뷔 약속 등의 상당히 파격적인 혜택도 유사하다.
가인과 승리는 각각 고교생과 중학생의 신분으로 당시 이 프로그램의 일반인 참가자로 출연했었다. 당시 이들은 수준 높은 가창력과 댄스 실력 등을 선보이며 분전했지만 아쉽게도 둘의 도전은 실패였다. 최종결선무대를 밟아보지 못하고 서바이벌 시스템에서 두 사람 모두 중도 탈락되고 만 것. 이후 승리는 YG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으로 들어가 빅뱅으로 가수 데뷔의 꿈을 이뤘고, 가인 역시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멤버로 합류해 꿈에도 그리던 가수의 꿈을 이루며 <배틀신화> 탈락의 한을 풀게 된다.
시간이 지난 지금 가인은 당시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가인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당시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자신의 실력이 부족하진 않았지만, 외모적인 요소 등으로 너무 빨리 탈락한 듯하다”며 당시의 심경을 전한 바 있다. 더불어 “아직도 분한데 그때는 오죽했겠느냐”며 “탈락 소식을 듣고 오디션 현장 화장실에서 대걸레를 붙잡고 대성통곡을 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이렇게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포지션 출신의 유명 작곡가 안정훈이 위로의 말을 건네며 브라운아이드걸스 오디션에 참가할 것을 추천했는데 그것이 가인의 결정적인 데뷔 계기가 됐다.
만약 지금 다시 오디션 프로그램을 나간다면 어떤 결과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할까? 우승까지는 아니더라도 탑10 안에는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그는 당시 빅뱅의 승리를 기억하고 있을까? 가인은 “승리와 나는 그때부터 이미 같은 꿈을 가지고 우정을 나누게 된 사이”라며 “승리가 자신이 빅뱅이라고 한껏 으스대면, 넌 그냥 오디션 같이 본 동생일 뿐이라고 응수한다”고 말한다. 막역한 둘의 우정을 느낄 수 있는 대목. 한편 당시 <배틀신화>에는 이들 외에도 시크릿의 전효성, 신인가수 지나 등이 참가했었다.
그런가하면 <배틀신화>가 방송된 직후인 2006년 SBS에서는 제작자 겸 가수 박진영과 손잡고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 서바이벌>을 방송한 바 있다. 당시 이 프로그램은 서바이벌 시스템은 유지했지만 참가자들의 도전 과정과 트레이닝 모습을 리얼리티 형식으로 그려내며 신선한 시도라는 평을 들은 바 있다.
당시 참가자들 중에도 역시나 현재 가요계에서 왕성히 활동 중인 스타들이 여럿 있는데 2PM의 멤버 중 세 명이 이 프로그램 출신이다. 2PM의 멤버 준호 찬성 택연 등이 당시 앳된 모습으로 오디션에 도전해 심사위원 박진영의 눈에 들었고 이후 JYP사단에 합류하게 된다. 그렇게 연습생 생활을 거쳐 세 명이 한 그룹으로 데뷔하게 된 것. 당시 준호가 프로그램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했고 찬성과 택연 등은 최종 탑12에는 들었지만 중도 탈락한 바 있다. 준호는 무려 65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우승을 차지해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는데, 당시의 경쟁률은 오히려 준호를 더욱 위축되게 만들었다고 한다.
최종 우승을 차지한 뒤 곧바로 가수로 데뷔할 것만 같았던 그의 꿈은 연습생 생활 시작이라는 고달픔으로 바뀌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연습생 동기들이 그를 ‘6500 대 1을 뚫은 네가 얼마나 잘하는지 지켜보겠어’라는 질투의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고. 그래서인지 그는 지금도 JYP 연습실 문을 처음 들어섰을 때를 잊지 못한다고 말한다. 또한 “낯익은 얼굴들이 있어 자세히 보니 이미 <슈퍼스타 서바이벌>에서 탈락한 찬성과 택연 등이 이미 연습 중이더라”며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2PM의 멤버들 외에도 솔로가수 주, 그룹 시크릿의 한선화 등도 이 프로그램 출신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는 누가 뭐래도 지난 2001년 방송되었던 MBC의 <악동클럽>이다. 당시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타이틀로 전국의 남녀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던 이 프로그램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장기간 방송된 바 있다. 오디션 과정부터 시작해 동명의 그룹 ‘악동클럽’이 데뷔하는 순간까지 보여줬던 이 프로그램은 아쉽게도 그룹의 활동 부진 등으로 인해 빛이 바랬다.
▲ 2006년 곽현화와 조우종이 출연했던 . 사진제공=KBS |
한편 공채 탤런트 제도의 무용론 속에서 차세대 TV스타를 뽑겠다는 취지로 5주동안 생방송으로 방송됐던 <서바이벌 스타오디션>도 일반인이 아닌 신인 연기자들의 참여로 인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당시 대상을 차지한 김태호는 현재 최진혁으로 개명한 뒤 활발히 활동 중이며, 이미 스타로 거듭난 <꽃보다 남자> F4 김범, <너는 내 운명>의 박재정 등이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쉽게 중도 탈락한 바 있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