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여 동안 13차례 신고 불구 단속실적 전무…담당공무원 계도 타령
지난 12일 오후 2기 20분 신고를 받고 출동한 전주시 불법 주정차 단속 차량이 소화전 주차 금지지역에 불법 주차해 즉시 단속이 가능한데도 단속하지 않고 단속 공무원이 차량 소유자인 상가를 방문한 뒤 현장을 떠났다. 상가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단속 공무원의 모습이 보인다.
[일요신문=전주] 전주시가 상습적이고 고질적인 불법주차 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신고를 해도 이를 묵살하고 단속을 전혀 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불법주차 행위를 보호하고 있는 양상이다.
16일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 거주하고 있는 주민 A씨(59)에 따르면 인근 꽃밭정이 네거리에 소재한 중고전자제품 상가 앞 도로에 상습적인 불법주차 행위가 지속되고 있으나 전주시가 단속을 전혀 하지 않고 불법주차 행위를 방치하고 있다.
해당 현장은 전주시에서 교통량이 가장 많은 백제대로와 장승배기로가 교차하는 평화동 꽃밭정이 네거리 롯데시네마 쪽 모서리로 평화병원에서 나오는 꽃밭정로와 장승배기로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 중고전자제품 상가 앞 도로이다.
이곳은 이전에 장승배기로에서 꽃밭정로로 진입하는 차량과 꽃밭정로에서 장승배기로나 백제대로로 합류하는 곳이어서 교통혼잡을 유발하고 교통사고 우려가 커 상가 앞에 진입로와 진출로를 구분하기 위한 안전지대가 설치돼 있다.
해당 상가 앞 도로는 꽃밭정로에서 꽃밭정이 네사거리로 진입하는 편도 1차선으로 안전지대에 의해 구획이 돼 있다. 따라서 상가 앞 도로에 주차를 하면 도로가 비좁아 대형 차량의 통행이 불가능하고 우회전해 백제로로 진입하려는 차량의 진로를 막아버리게 된다.
그런데도 이곳에 차량이 거의 상시 주차돼 있어 통행 차량들에게 불편을 안겨주고 교통사고 우려를 낳고 있지만 전주시의 단속은 전무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작년 12월 16일 국민안전신문고에 신고했지만 국민안전신문고 신고대상 지역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
전주시는 답변을 통해 불법주차로 인한 불편사항을 완산구청 경제교통과로 전화하면 현장 출동해 불법주차 지도 단속 등 조치하도록 하겠다며 전화번호까지 안내했다. 국민안전신문고 신고 지역이 아니어서 전화로 신고하면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A씨는 이 같은 답변을 받고 작년 12월 29일부터 구청에 전화를 걸어 불법주차를 신고하기 시작했다. A씨의 신고 횟수는 올해 1월 5차례, 2월 6차례, 3월 1차례 등 13차례에 이른다. 여기에 작년 12월 23일과 올해 2월 3일 국민안전신문고에도 불법주차 행위를 신고했다.
그러나 주차단속은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고 국민안전신문고를 통한 신고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가 구청 직원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자 담당부서 팀장이 현장을 방문하고 조치를 취한다고 했지만 해당 상가의 불법주차는 변함없이 계속됐다.
최근에 해당 불법주차 차량에 대해 과태료 처분이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으나 구청의 단속 결과가 아니라 A씨가 2월 8일 국민안전신문고에 신고한 것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동안 완산구청은 해당지역이 국민안전시문고 대상지역이 아니라고 했으나 A씨가 상가 앞 소화전을 발견하고 안전신문고 신고 대상지역임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자제품 상가가 중고 냉장고로 소화전 좌우를 가로막아 식별을 불가능하게 만들었고 소화전의 빨간색 경계석 표시도 불법주차 차량으로 가려 단속을 피했던 것이다. 완산구청은 뒤늦게 현장을 방문하고도 소화전 위치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신고까지 반려해 왔다.
해당 상가 앞에 소화전이 버젓이 위치했지만 완산구청의 이 같은 깜깜이 교통행정 덕분에 소화전을 확인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완산구청은 신고 때마다 상가에서 짐을 싣고 내리거나 정차하는 상황이어서 단속할 수 없고 단속보다는 계도를 우선이라고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심지어 주차단속을 요구하는 전화를 걸고 현장을 확인하고 있으면 갑자기 불법주차 차량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단속차량마저 출동하지 않아 단속 사실을 사전에 고지해주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 항의를 하면 출동을 하지 않거나 늑장 출동을 해놓고 불법주차 차량이 현장이 없었다고 강변했다. 신고가 많아 단속차량이 신속하게 출동할 수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16일 오전 불법주차 신고가 많다던 완산구청의 주차장에는 단속 차량 7대가 내내 주차돼 있었다.
완산구청 담당 공무원들은 해당 상가에 여러 차례 계도와 함께 불법 주차시 강력한 단속방침을 고지했다고 밝혔으나 그동안 불법주차는 지속됐다. A씨가 신고하지 않으면 단속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즉시 단속을 요구하는 신고도 묵살했다.
실제 지난 12일 오후 2시 20분께 해당 도로에 2대의 차량이 불법 주차돼 있었고 이 중 한 대는 소화전 불법주차 금지구역에 주차돼 즉시 단속이 가능했다. 그런데 신고한 지 30여분만에 출동한 단속차량은 단속 공무원이 상가에 들어갔다 나온 뒤 현장을 벗어났다. 확인한 결과 단속은 이뤄지지 않았다.
A씨는 “시민들의 고질적인 불법주차를 신고를 묵살하고 단속하지 않는 것은 전주시 교통행정이 불법행위를 보호하고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불법주차 행위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상습적이고 고착화된 것에 대해 전주시가 엄중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전주시 완산구청 교통지도 담당 공무원은 “그동안 단속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계도 중심의 교통지도와 단속요원들이 한 달 간격으로 근무해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해당 지역의 불법 주차행위를 즉시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신성용 호남본부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