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출항 ‘홍명보호’ 비상등 깜박깜박
▲ 24년 만의 아시안게임 우승을 노리는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파주NFC에서 몸을 풀고 있다. 연합뉴스 |
시간도 없고 멤버도 부족
따스하고 감성적인 리더십을 앞세워 작년 이집트에서 열린 2009 FIFA 20세 이하 월드컵 8강 진출에 성공했던 홍 감독은 요즘 고민이 많다. 촉박한 시간과 항상 부족했던 선수들을 보며 남몰래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그 ‘부족함’이 축구 실력이 아닌, 선수들의 숫자였던 걸 감안하면 더욱 아쉬움이 크다.
대표팀은 10월 18일부터 파주NFC에 모여 담금질을 해왔다. 그러나 100% 전력이 모여서 훈련한 적이 없었다. 물론 프로축구연맹과 각 구단들의 협조로 당초 10월 24일부터 가능한 소집 훈련을 일주일여 앞당겨 진행할 수 있었지만 선수들 상당수는 소속 팀 일정으로 인해 들락거리느라 집중력을 끌어올릴 수 없었다. 홍 감독의 걱정도 여기에 있었다. “작년 20세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1년이 넘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손발을 맞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다르다. 선수 명단만 발표했을 뿐, 훈련다운 훈련을 제대로 못했다.”
특히 10월 24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부산과 수원의 FA컵 결승전과 27일 K리그 27라운드가 결정적이었다. 그 시기를 기점으로 했을 때 파주에는 불과 5~6명 정도만 잔류하고 있었다.
10월 2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해 11월 5일까지 이어진 오키나와 전지훈련 초반부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김영권(FC도쿄), 김보경(오이타 트리니타), 조영철(니가타 알비렉스) 등 일본 J리거들은 대표팀의 출국 직후인 해당 주말 경기에 출전하느라 국내파보다 이틀 늦은 11월 1일부터 본격 훈련이 가능했다. 11월 5일 격전지 광저우로 이동했으니 실질적으로 나흘 정도밖에 훈련하지 못한 것이다.
그나마 원했던 전력도 갖추지 못했다. 스코틀랜드 무대에서 활약하는 셀틱FC 미드필더 기성용이 소속 팀의 차출 반대로 합류하지 못함에 따라 홍 감독은 서정원 코치, 김태영 코치 등 코칭스태프와 상의 끝에 경남FC의 상승세를 이끌며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국가 대표팀 정예 멤버가 된 윤빛가람으로 대체했다. 스트라이커 AS모나코 박주영은 광저우 이동 후에나 합류할 수 있었다.
훈련 시간도, 정예 멤버도 모두 부족한 가운데 최상의 성과를 올리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 모든 포커스가 국가대표팀에 맞춰진 2002한·일월드컵만큼은 아니더라도 적절한 조직을 다지고, 호흡을 맞추기 위해선 어느 정도 틀은 맞춰져야 한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홍 감독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나 아시안게임에는 ‘금메달=병역 면제’ 혜택이 주어진다. 와일드카드로 승선한 김정우는 광주 상무에서 군 복무 중인 가운데 아시안게임에서 정상을 밟을 경우, 곧바로 군복을 벗을 수 있다.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홍 감독은 파주NFC에서 훈련할 때 심리학 전문가인 인하대학교 체육교육과 김병준 교수를 초빙해 특별 강연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최종 결과(금메달, 병역혜택)보다는 과정과 목표(팀 플레이)에 집중하자는 내용이 주를 이뤘단다.
여자 대표팀 상승세 타
한국여자축구 대표팀은 개최국 중국, 베트남, 요르단과 한 조에 묶였다. 일단 중국과 함께 각 조 1~2위가 오를 4강 진출은 무난한 편이다. 그런데 4강 싸움이 만만치 않다. 크로스 토너먼트 형태로 치러질 준결승에서 만날 북한, 일본은 분명 우리보다 한 수 위의 전력을 갖췄다. FIFA 랭킹에서도 한국은 21위로 일본(5위), 북한(6위)에 뒤진다. 여자축구는 1990년 대회부터 정식 종목이었으나 한국의 역대 최고 성적은 4위에 불과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최인철호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 10월 23일 수원에서 막을 내린 피스퀸컵 국제 대회에서 한국은 강호 호주를 꺾고 우승을 했다. 조별리그에서도 체격 조건과 좋은 실력을 갖춘 잉글랜드, 뉴질랜드와 비기며 자신감도 끌어올렸다. 여기에 최 감독과 함께 20세 이하 여자월드컵 3위를 이끈 주축 스트라이커 지소연(한양여대)과 미드필더 김나래(여주대) 등이 속해 전력만 놓고 볼 때 최고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아킬레스건은 있다. 무엇보다 지소연과 함께 주축 공격수로 생각했던 간판 스트라이커 이장미(대교)가 부상으로 아시아 대회에 나설 수 없다는 사실이다. 피스퀸컵이 끝난 뒤 짤막한 휴식을 취하고 10월 25일부터 목포축구센터에 모여 훈련을 해온 여자대표팀은 이장미의 왼쪽 무릎 십자인대 염좌가 심해 출격이 어려워 전력 누수가 생겼다. 대체 자원으로는 박희영(대교)이 선택됐으나 2% 아쉬움은 숨길 수 없다. 더불어 지나치게 높아진 기대치에 대한 부담감이 자칫 발목을 잡을 수 있다. 20세 여자월드컵과 17세 여자월드컵 등 각급 연령대 대표팀의 선전은 오히려 불안감마저 드리웠다.
최 감독은 “부담이 전혀 없다면 거짓이다. 국민적인 기대치는 높은데, 여기에 부담을 느껴 원하는 성적을 내지 못했을 상황도 우린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여자축구 관계자는 “여자축구에는 남자처럼 군 면제 등 남다른 혜택도, 별도 메리트도 부여되지 않는다. 동기부여가 없는 게 분명 도움도 되지만 아쉬운 측면도 있다”고 했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