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김영철의 동네 한바퀴
경복궁의 서쪽 마을 서촌. 인왕산 아래 청운효자동과 사직동 일대 등 서울의 최고령 동네를 한데 일컬어 부르는 유서 깊은 동네다.
오래된 한옥이 이국적인 디저트 카페가 되고 조선 시대의 수묵화가 다시금 화가의 캔버스에 펼쳐지는 등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공존하며 특유의 ‘서촌스러운’ 정취를 자아내는 곳. 유구한 시간이 층층이 쌓인 동네, 서울 서촌을 천천히 걸어본다.
인왕산 자락 길을 오르던 김영철의 눈에 들어온 숲속 책방. 1968년 김신조 사건 이후 청와대 방호 목적으로 세웠던 경찰초소를 리모델링한 북 카페이다.
서울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시원한 경치 덕분에 아는 사람들만 찾는 서울의 전망 명소로 불린다. 김영철은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깨어나는 도시의 풍경을 눈에 담으며 서울 서촌 여정을 시작한다.
인왕산에서 내려온 김영철은 경복궁의 서문, 영추문을 지나 서촌 여행의 첫걸음을 내딛는다. 아담한 한옥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정겨움을 자아내는 좁은 골목을 미로 찾기 하듯 걷던 김영철은 한옥집 어머니를 만난다.
상경해 처음 마련한 체부동 한옥에서 40년을 사셨다는 어머니는 옛 이웃들이 모두 떠난 뒤에도 홀로 남아 봄을 맞이하고 계신다고 한다. 많은 게 바뀌었지만 여전히 어머니는 골목 화단에 꽃을 심으며 그 옛날 이웃들로 북적이던 동네를 그리워하고 있다.
떠난 이웃들의 빈자리를 취미인 우쿨렐레 연주로 채우는 어머니. 좁다란 서촌 골목엔 어설픈 게 포인트인 어머니의 우쿨렐레 연주가 울려 퍼진다.
서촌에는 한옥, 적산가옥, 빌라가 한데 뒤섞여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특유의 ‘서촌스러운’ 정취가 있다. 아기자기한 카페와 식당이 들어선 서촌의 거리를 걷던 김영철의 눈을 사로잡는 건 알록달록한 무스 케이크를 전문으로 하는 카페.
28세 젊은 파티시에가 중학교 때부터 품어왔던 꿈을 펼친 공간이란다. 새벽 별 보며 출근해 둥근 달 보며 퇴근하기를 6년 끝에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2년 전 본인의 가게를 열었다는 파티시에.
하지만 코로나 19로 시작부터 매 순간이 고비이자 위기였다는데. 그럼에도 청춘의 패기로 자신의 디저트를 지키기 위해 오뚝이처럼 일어나 서촌 골목을 지키고 있단다.
경복궁과 청와대, 한옥과 빌딩.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서울 서촌. 켜켜이 쌓인 시간 위에 다양한 이야기로 지금의 서촌을 만들어 가는 이웃들을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