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 측 “미성년자 성희롱해놓고 이번엔 남성 신체 부위 비하” vs 옹호 측 “영화 패러디일 뿐, 하정우 ‘살아있네’도 그렇게 비난해봤나”
방송인 김민아가 지난 3월 20일 유튜브 채널 ‘왜냐맨맨하우스’에서 영화 ‘내부자들’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것을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설전이 벌어졌다. 사진=‘왜냐맨하우스’ 캡처
문제가 된 영상은 지난 3월 20일 유튜브 채널 왜냐맨하우스에 게시된 콘텐츠 ‘우리는 오늘에서야 서로에 대해 알았습니다’ 영상이다. 가수 유키카와 만난 김민아는 자신의 프로필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취미, 특기를 설명하던 중 “이거는 말 안 해도 돼요. 말을 못 하니까”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술잔을 하나씩 놓는 흉내를 내며 허리를 옆으로 반동시키는 동작을 취했다.
이 동작이 영화 ‘내부자들’ 속 국회의원 장필우(이경영 분)가 성접대를 받으며 전라의 상태에서 자신의 신체 부위로 폭탄주를 만드는 행위를 묘사한 것이라고 지적된 것이다. 이에 대한 보도가 나오자 주로 남성으로 파악된 다수의 네티즌들은 해당 유튜브 영상에 “남자 주요 부위를 희화화하는 게 허용된다면 여자로도 똑같이 해도 되냐” “저 여자(김민아) 행동 문제 없으면 다음 편에 장민철씨(남성 출연자) 가슴으로 계곡주하는 거 해서 영상 만들어 달라”는 비난 댓글을 달았다.
이에 김민아를 옹호하는 측들이 “그야말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행태”라고 반박에 나서면서 해당 채널 댓글창은 네티즌들 간의 설전의 장으로 변했다. 이들은 “하정우의 ‘살아 있네’는 몇 년 동안 방송가의 유행어였고 심지어 언론 보도에조차 몇 번씩 쓰일 정도였다. 김부선의 ‘이것 좀 만져봐’라는 대사는 코미디나 예능 프로그램 단골 대사였다. 그걸 단 한 번도 문제 삼지 않았던 이들이 최근 페미니스트들이 이런 부분을 지적하고 나서니까 ‘그럼 너희도 당해 봐라’라며 자정은 하지 않고 역으로 반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아에 대한 비난은 그가 지난해 5월 남자 중학생을 상대로 성적인 함의가 담긴 질문을 했다가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사진=SM C&C 제공
물론 김민아 역시 지난해 남자 중학생을 상대로 “에너지가 많은 시기인데 그 에너지는 어디에 푸냐”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냐” “혼자 있을 땐 뭘 하냐”라며 다분히 성적 함의가 있는 질문을 던진 것은 도덕적으로 지탄받아야 할 일이었다. 당시 김민아는 보수단체 자유대한호국단으로부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등을 위반했다며 고발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도가 지나친 비난은 페미니스트들의 ‘불편함’을 역으로 공격하겠다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실제로 한 네티즌은 해당 영상에 김민아게 악플을 달면서 “이게 다 페미니스트들이 남자들이 무슨 말만 하면 성희롱이라고 우겨서 그렇다. 그러니 똑같이 김민아도 당해야 맞다”며 비난의 당위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다시피 김민아가 문제의 장면을 흉내내긴 했지만 다른 두 출연진들도 신체 일부를 부각시키는 춤을 춘다든지 비슷한 모습을 연출했다. 그런데 언론에서 유독 김민아만 꼬집어 대놓고 비난할 수 있게 장을 만들어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페미니즘 기류가 강해지면서 그간 남성 중심적이었던 방송가도 변해가고 있는데, 최근 남성 시청자들의 비판은 자신들이 영위해 왔던 성적 우위를 자성하는 것보단 그저 ‘여자들이 우릴 불편하게 했으니 여자들도 똑같이 당해야 한다’를 기반으로 하는 것 같다”며 “이러니 방송 관계자들은 뭘 해도 중간에서 남녀 양 쪽 모두에게 공격을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