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기 회장 | ||
이런 끝내기 국면에서 동부그룹만 예외가 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동부그룹은 불법 대선자금 수사 말미에 계열사 부당내부거래 문제가 검찰에 의해 적발돼 총수인 김준기 회장이 지금도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
김 회장은 올 초부터 수차례 검찰에 소환조사를 받은 끝에 지난 5월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를 통해 약 3백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업무상 배임죄로 불구속 기속됐다.
김 회장은 문제가 된 동부건설의 주식을 다시 동부건설에 되돌려 주고, 검찰 소환조사에 응하는 등 나름대로 ‘성의’를 보였지만 검찰의 사법처리를 피하지는 못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지난 2000년 12월 동부건설의 자사주 7백36만 주(25%)를 주당 2천2백70원에 사들이면서 전체 매수가 1백73억원 중 17억3천만원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외상처리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이 ‘외상’을 동부건설의 주주배당금 1백44억원으로 해결했다. 주주배당금 중 세금을 제외한 1백10억원을 받아 여기에 개인 돈을 더해 주식 인수대금 잔금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약 3백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것이 검찰쪽의 시각이다.
또 지난해 6월 동부건설이 갖고 있던 골프장(동부월드) 주식 지분 25%(25만 주)를 주당 1원에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는 것.
김 회장은 문제의 동부월드 주식 전량을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인 지난 4월 전량을 동부건설에 반환했고, 또 동부건설의 주식도 검찰의 불구속 기소 직전인 지난 5월 초 동부건설에 무상증여 방식으로 반환해 올해 증시에서 주식증여순위에 2위에 오르기도 했다.
검찰에선 김 회장이 문제의 주식을 ‘반환’한 것을 참작해 ‘불구속 기소’키로 했다고 밝혔지만, 시민단체 등에선 오히려 ‘봐주기 수사’라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SK의 최태원 회장 구속 등의 선례에 비추어 처벌 강도가 약하다는 것.
이와 관련 동부그룹쪽에선 “김 회장이 부당이득을 노린 게 아니라 동부건설의 부채비율을 줄이기 위해 그룹 회장으로서 지분 매입을 해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IMF 직후 재무구조가 취약했던 동부건설은 역삼동 사옥을 매각하는 등 자구노력을 했고, 증자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계열사 출자제한에 걸려 김 회장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인수했다는 것. 당시 동부건설이 주거래은행에 부채비율을 190%로 낮추기로 약속을 한 상황에서 자사주 매도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 동부월드 주식 매입건은 충북 음성에 골프장 건설을 시도하던 원림(현 동부월드)이란 업체를 90년대 중반에 사들였지만 골프장 건설이 늦어지면서 자본잠식 상태가 됐다는 것.
그러자 동부건설이 증자를 통해 자금지원을 했고, 동부건설이 2000년대 초반 경영위기가 오자 동부월드 지분을 김 회장(25%)과 동부제강, 동부, 한동화학, 동부전자 등 계열사에 매각했다는 것이다.
이때 김 회장은 물론 다른 계열사들도 주당 1원에 넘겨받았다는 것.
동부쪽에선 주당 1원이란 가격이 나온 이유에 대해 “이미 동부월드가 자본 잠식 상태로 회사 자산 가치가 마이너스인 상태라, 상징적인 의미에서 1원으로 정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에서 보듯 동부그룹은 검찰의 기소 내용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물론 검찰에선 동부건설이 김 회장에게 자사주를 넘긴 뒤 고배당을 실시해 주식매각대금을 사실상 몇 푼 내지도 않고 가져가는 등 소유지배구조를 개편하면서 오너를 위해 사실상 부당내부거래를 했다는 입장이다.
특히나 검찰은 지난 5월 불법정치자금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기업 비리 중점단속 방침을 밝혔었다.
골자는 부당 내부거래를 통한 대주주 오너의 지배력 강화, 변칙 세습과 분식 회계, 비자금 조성, 상장 예정 주식 증여를 통한 부당이득 제공 행위 등을 엄격히 단속하겠다는 것.
김 회장에 대한 재판은 지난 6월 시작해 한 달에 두 번 정도 열리면서 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지난 8월30일에도 공판이 있었다.
검찰의 ‘판단’이 법원에서도 받아들여질지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