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2차 가해 멈춰달라” 호소, 야권 “부끄러운 줄 알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3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해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찾은 임종석 전 실장. 사진=박정훈 기자
임종석 전 실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라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이어 “호텔 밥 먹지 않고 날 선 양복 한 번 입지 않고 업무추진비를 반 이상 남기는 쪼잔한 공직자였다”며 “박원순은 미래 가치와 생활 이슈에 가장 민감하고 진취적인 사람이었다”라고 했다.
임종석 전 실장은 “그리고 이제 드디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뉴욕의 센트럴파크 부럽지 않을 용산 공원의 숲속 어느 의자엔가는 순간마다 사람의 가치를 높이고자 치열했던 박원순의 이름 석 자를 소박하게나마 새겨 넣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임종석 전 실장은 박원순 전 시장 2기 때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이 도마에 오르자 그를 옹호하기 위해 입장을 낸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피해자는 지난 17일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이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고인을 추모하는 거대한 움직임 속에서 우리 사회에 저 자신이 설 자리가 없다고 느껴졌다”며 “피해 사실을 왜곡해 저를 비난하는 2차 가해로부터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묻는 말에 “박 전 시장 지지자들의 잔인한 2차 가해가 가장 힘들었다”며 “사상 초유의 2차 가해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발언에 야권은 ‘2차 가해를 중단하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사진=일요신문DB
야당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김용태 국민의힘 경기 광명을 당협위원장은 “임 전 실장님은 극렬 지지자들만 보이고,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나”라며 “아직도 뭘 잘못했는지 모르고, 반성할 줄도 모르는 당신의 태도가 정말 질린다”고 비판했다.
김용태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570억 원의 국민 혈세를 왜 투입하는지 벌써 까먹었나”라며 “임 전 실장께서 박 시장님의 향기를 느끼는 것은 개인적인 자유지만, 그보다는 성추행 피해자가 느꼈을 고통에 아파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민이 느꼈을 아픔에 공감하지도 못하면서, 자기편만 감싸는 태도는 청산해야 한다”며 “부끄러운 줄 알라”라고 질타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참담하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의 박원순 계승 발언을 잇는 찬양, 두둔 발언은 성폭력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인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정호진 대변인은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2차 가해를 중단하라. 지속적인 2차 가해는 범죄”라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의 사과가 진정성이 있다면 즉각 임종석 씨에 대한 당 차원의 조치를 취하라”라고 촉구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