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짱 이용대, 알고보니 은근 몸짱”
▲ 가정의학과 고정아 주치의(왼쪽)와 재활의학과 김은국 박사.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이번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맥 캐기, 기대해도 좋으실 듯합니다.”
태릉선수촌 재활의학과 주치의 김은국 박사가 자신에 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시안게임을 앞둔 선수들의 컨디션이 매우 좋은 상태란 것. 그는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2012년 런던올림픽을 겨냥해 세대교체가 많이 이뤄졌다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다른 국제대회 때와 달리 선수들 부상이 거의 없는 편”이라며 미소를 짓는다.
자외선 차단제 소동 ‘아찔’
김 박사는 태릉선수촌에 오기 이전, 대학병원 레지던트 시절부터 국가대표 선수들을 진료해왔다. 스포츠를 워낙 좋아해 무릎을 다치기 전까진 야구부 주전 선수로 뛸 정도였다고. 마침 태릉선수촌 주치의로 근무하던 의과대학 선배가 그를 추천했고, 스포츠 선수들을 진료하고 싶던 그의 꿈은 자연스레 이뤄지게 됐다.
벌써 7년차 경력에 접어든 그지만 아직까지도 국가대표 선수들을 대할 때마다 놀라는 사실이 하나 있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이니 몸 상태가 당연히 좋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어떻게 이런 몸으로 메달을 딸 수 있었을까’란 생각이 더 많이 든다. 특히 하키 종목엔 오자형 다리를 가진 선수들이 많다. 오랜 시간 뛰게 되면 통증이 상당할 텐데도 꿋꿋이 이겨내며 훈련하더라. 수영 선수 중엔 유연성이 굉장히 부족한, 역도 선수 중엔 요추 디스크를 가진 이들도 있다. 운동하는 내내 통증과 부상 위험에 시달리면서도 이를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선수들 모습에 매번 감탄하게 된다.”
국제대회가 시작되면 의무팀은 24시 응급 체제에 돌입한다. 김 박사는 잊을 수 없는 국제대회로 2004년 아테네올림픽을 꼽았다. 의료 환경이 열악해 치료에 애를 먹은 데다 한국 선수의 도핑 문제가 이슈가 됐기 때문이다. “당시 도핑 검사를 받은 한 선수가 양성 반응을 보였는데 도무지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선크림을 발랐다’는 선수 말에 올림픽 참가선수 전원에 자외선 차단제 금지령이 내려졌다. 덕분에 화상 환자들이 속출해 애를 먹었다.” 결국 자외선 차단제는 원인이 아니었다고. 한국 선수단의 ‘자외선 차단제 소동’ 덕분에 2005년부터 ‘로션, 크림 종류는 도핑 양성 반응과 무관하다’는 규정이 명시됐다고 한다.
재활의학과만이 상시 운영되던 태릉선수촌에 2년 전 가정의학과가 신설됐다. 감기, 피부질환, 장염 등 자주 발생하는 질병에 대한 내과적 진단을 내리고 지속적으로 선수들의 건강을 관리하는 곳이다. 가정의학과 주치의 고정아 씨는 “평소 영양과 건강 그리고 상담에 대해 관심이 많던 내게 찾아온 행운”이라며 미소를 짓는다. 근무 초기엔 내과적 진단에 어려움을 겪었단다. 보통 내과의는 환자의 배를 누르며 통증 부위를 찾는다. 단단하게 뭉친 부분이 있으면 자세한 진단을 위해 추가 검사를 하게 된다. 그런데 선수들 대부분이 운동으로 몸이 단련된 탓에 누르는 부위마다 단단하게 뭉쳐 있었던 것. “지금은 물론 이상 징후를 구분할 수 있지만, 처음엔 국가대표 선수들 몸에 이상이 생긴 건지 혼자 고민하기도 했다.”
태릉선수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도 들려줬다. “이곳에선 매주 목요일, 전 종목 선수들을 모아 산행 훈련을 한다. 그런데 한 선수가 목요일만 되면 몸이 뒤집어져서 의무실을 찾아오더라. 옻 알레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훈련에 빠질 수 없다며 매주 산에 올랐다.” 게다가 태릉선수촌엔 나무가 많아 벌이 기승을 부린다고. 벌에 쏘여 오는 선수들도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근육 많아 진단에 애로도
▲ 이용대 |
고 씨는 “시합 때면 180도로 변하는 선수들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제1회 싱가포르 청소년 올림픽 때를 회상했다. “손가락 인대 골절 때문에 당장 수술해야 할 유도 선수가 있었다. 시합이 임박해 붕대로 손가락을 동여매주는 게 고작이었는데, 경기에서 이기고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선수들의 남다른 정신력을 실감했다.”
두 주치의 모두 “내가 치료한 선수가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때만큼 보람을 느낄 때가 또 없다”며 눈을 반짝인다. 금메달은 태극전사들이 흘린 땀과 이들의 수고가 빚어낸 최고의 작품이었다.
정유진 기자 kkyyy1225@ilyo.co.kr
물리치료사들 선수촌 수다
신뢰감 주려고 나이 많은 척^^;;
국가대표 선수들과 가장 가까이서 호흡하는 이들, 태릉선수촌 물리치료사들을 만났다. 훈련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온 선수들에게 이곳은 안식처나 다름없다. 그러나 물리치료사 한 명이 하루에 평균 10명의 선수를 치료한다고 하니, 실제 물리치료를 위해 이곳을 방문하는 선수들은 그리 많은 편이 아니었다. 펜싱 선수 남현희와 5년간 친분을 자랑하는 물리치료사 유진옥 씨는 “남현희 선수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이 엄살 부리는 걸 못 봤다. 어느 정도의 통증은 스스로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하더라”며 입을 열었다.
태릉선수촌 물리치료실에는 다른 곳에선 찾아볼 수 없는 철칙 한 가지가 있었다. 선수들에게 본인 나이보다 5세 이상 높여 말해야 한다는 것. 물리치료사 나이가 어리면 선수들이 통증 부위를 편하게 상담할 수 없고, 치료 과정에 신뢰를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한 물리치료사는 “선수들의 선후배 서열이 엄격하단 걸 다시금 깨달았다. 나이를 5세 이상 높여 말해도 이를 철석같이 믿고 깍듯이 대하더라. 얼마 전엔 속인 나이가 들통이 나 가슴이 철렁했지만 말이다”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신뢰감 주려고 나이 많은 척^^;;
▲ 물리치료사 유진옥 씨. |
태릉선수촌 물리치료실에는 다른 곳에선 찾아볼 수 없는 철칙 한 가지가 있었다. 선수들에게 본인 나이보다 5세 이상 높여 말해야 한다는 것. 물리치료사 나이가 어리면 선수들이 통증 부위를 편하게 상담할 수 없고, 치료 과정에 신뢰를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한 물리치료사는 “선수들의 선후배 서열이 엄격하단 걸 다시금 깨달았다. 나이를 5세 이상 높여 말해도 이를 철석같이 믿고 깍듯이 대하더라. 얼마 전엔 속인 나이가 들통이 나 가슴이 철렁했지만 말이다”라며 머리를 긁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