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인ㆍ축소ㆍ감추기…진짜 수상하다
▲ 불법 국고지원 혐의가 포착된 A 사가 사용 중인 서초구 양재동 H빌딩. A 사는 이 빌딩의 4층에서 6층을 사용 중이지만 간단한 간판이나 로고조차 붙어있지 않다. 작은 사진은 5층 텅 빈 사무실 문이 굳게 닫혀있는 모습. 윤성호 기자 cybercoc1@ilyo.co.kr |
영포회와 상촌모 등 TK 출신들의 모임은 민간인 불법사찰, 신한금융 사태 등 굵직굵직한 대형 비리사건이 불거졌을 때 이를 무마시켜준 배후 세력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TK 출신으로 청와대 선임행정관을 지낸 S 씨가 100억 원대 국고지원 로비 사건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 사실 여부에 따라 적잖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는 S 씨의 비리 혐의를 포착했음에도 이를 묵인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고, 사정기관도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S 씨 개인 비리 의혹을 넘어 청와대 윗선 개입 의혹 등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확전될 조짐이 일고 있는 100억대 국고지원 로비 사건 속으로 들어가봤다.
S씨는 영포회 회원이자 청와대 경제수석실 선임행정관과 지식경제부 국장을 역임한 현 정권 핵심 실세그룹에 속해 있다. 그는 지난 2008년 11월 말 포항 출신 5급 이상 공무원들의 모임인 ‘영포회’가 수면 위로 부상했을 때 ‘실세’로 거론됐던 인물이기도 하다. 또 S 씨는 영포회 핵심으로 거론되고 있는 박영준 지식경제부 제2차관의 직속 라인으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S 씨는 현재 불법 국고지원 혐의로 휴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S 씨가 비리 사건에 연루된 정황은 다음과 같다. 2007년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 개발팀 팀장이었던 S 씨는 당시 원자력연구소 ○○ 개발팀 팀장이었던 이 아무개 씨와 친분을 쌓게 된다. 2008년 2월 28일 현 정권 출범 직후 S 씨는 경제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했고, 이 씨는 3차원 입체영상전문 회사 A 사(2005년 4월 설립)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이 씨는 S 씨에게 정부 국책 사업에 A 사의 3D 카메라 기술 개발을 포함시켜 달라고 청탁하는 등 둘은 긴밀한 유착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의 청탁과 S 씨의 입김이 작용했던 탓일까. 지경부는 국책사업에 A 사가 추진하고 있는 개발사업을 포함시켰고, 2008년과 2009년에 각각 50여 억 원과 60여 억 원 등 총 110여 억 원의 국비가 지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지경부 측은 ‘해당부서 담당이 아니다’라며 사실 확인을 회피하는모습을 보였다. 지경부 정보통신산업과 담당자는 “국회와 청와대에서도 자료 요청이 와서 송부해줬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경부가 2008년과 2009년에 A 사를 지원한 것이 아니라 올해 7월부터 30억여 원 규모의 컨소시엄 수주 사업체로 선정돼 국고 지원을 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60억 원 규모의 정부 3D 입체 카메라 사업에 뛰어든 A 사가 반액 정도의 수주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기자가 ‘수주 내역과 내역 사유에 관련된 자료’를 요청하자 담당자는 “정보통신정책과에 문의하라”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지경부 다른 부서의 한 관계자는 “100억에 조금 못미치는 금액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정보통신정책과 담당자는 “A 사가 받은 지원 항목이 여러 개라 우리 부서가 일일이 모든 항목에 대해 알 수 없다”며 “우리 부서는 RNB수주에 참여한 A 사에 정보통신진흥기금 중 수행 비용으로 2008년 1억 5000만 원, 2009년도에 2억 7000만 원만 지원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청와대와 국회에 자료를 보낸 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문화관광부에 문의하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지경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업계 주변에서는 A 사에 대한 국고지원은 누가 봐도 ‘특혜’라는 소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A 사에 대한 지원금액 중 상당액이 다시 S 씨를 비롯한 정권 일부 실세들에게 유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도 이러한 의혹에 대해 자체 조사를 실시해 S 씨의 혐의를 어느 정도 포착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0년 7월 24일 청와대 경제수석실 2급 공무원인 ‘국장’으로 파격적인 승진을 한 S 씨가 한 달 뒤인 8월 경에 갑자기 지경부로 자리를 옮긴 배경에 민정실의 내사 결과가 작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민정실이 국고지원 로비 의혹과 관련해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S 씨의 혐의가 포착되자 지경부로 좌천성 발령을 낸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기자는 이러한 의혹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입장을 듣고자 19일 전화를 걸었지만 민정실은 “A 사에 지원한 전체 금액은 100억 원 정도로 알고 있다. 더 자세한 것은 답변할 수 없다”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현 정권 실세인 S 씨가 연루된 사건인 만큼 청와대가 사건을 조용히 덮으려 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S 씨의 100억 원대 불법 국고지원 로비 사건 및 청와대 은폐 의혹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다양한 정보망을 동원해 증거자료를 취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S 씨의 이상한 인사와 관련해 지경부 인사관리팀 담당자는 11월 18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S 씨는 지난 8월에 지경부로 내려온 뒤 바로 휴직처리 됐다”며 “현재 S 씨는 직책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이어 “보통 퇴직자의 경우 2년 동안의 업무 기록이 남아 있는데 S 씨의 기록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S 씨의 경우 산자부(현 지경부)에서 청와대, 그리고 다시 지경부 옮기면서도 업무 기록이 전혀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업무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S 씨가 지경부로 자리를 옮긴 사유 및 휴직 이유에 대한 기록이 존재할 리 없었다. 지경부 인사 관계자는 ‘S 씨의 휴직 사유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기록상 확인되지 않는다”는 입장만 보였다.
국고 지원을 받은 A 사는 2009년 4월 16일을 기준으로 자산이 급증했으며, 신주인수권부사채 금액도 45억여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다. 정보기술 산업분야 연구개발 및 제작 판매를 주업으로 하던 A 사는 동일 기간에 정보통신장비 제조판매, 인터넷 및 전자상거래, 무역업, 기간통신사업, 시스텝통합(SI) 및 소프트웨어 개발 등 각종 분야의 31개 사업권을 추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법 국고지원 의혹이 불거진 이후 현재 A 사의 사업 관련 행적은 모두 지워진 상태다. 등기부 기록상 사업 확장 일로를 걷고 있는 A 사는 아이러니하게도 홈페이지에 최근 사업 관련 내용이 전혀 업데이트되지 않았고, 전화번호도 결번이었다.
<일요신문>은 A 사 측과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이 씨는 ‘보안상’의 이유로 기자와의 만남을 피했고, 전화 연락도 되지 않았다.
우선미 기자 wihts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