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빚인데 연예인은 연좌제?’ 곤란 겪는 스타 바라보는 대중 시선 변화
박수홍은 어머니와 함께 하던 SBS ‘미운우리새끼’의 경우 “제작진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며 자진 하차했지만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오히려 그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사진=MBC ‘라디오스타’ 방송 화면 캡처
#박수홍·장윤정·김구라…가족끼리 왜 이래?
박수홍은 3월 말 자신이 100억 원대 횡령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폭로글이 올라오자 3월 29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전 소속사와의 관계에서 금전적 피해를 입은 것은 사실이며 그 소속사는 제 형과 형수의 명의로 운영돼온 것 또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항간에 알려진 100억 원대의 피해 규모를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4월 5일 정식으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하며 이 사태가 공론화됐다.
이를 두고 대중은 지난 2013년 발생한 가수 장윤정의 가족사를 떠올렸다. 당시 장윤정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내가 지금까지 번 돈은 어머니가 모두 날렸다. 어느 날 은행에서 연락이 와 찾아가보니 은행 계좌 잔고에 마이너스 10억 원이 찍혀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후 그의 어머니는 여러 매체와 만나고 직접 뉴스에도 출연해 장윤정을 공격했지만 대중의 시선은 싸늘했다. 또한 장윤정은 친동생을 상대로 빌려 간 3억 2000만 원을 갚으라며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당시 장윤정은 도경완 아나운서와 결혼을 준비하며 경제적 독립을 준비하던 중 자신의 재산을 관리해 온 가족들의 방만함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박수홍의 친형 측 역시 특정 매체를 통해 “박수홍의 1993년생 여자친구가 원인”이라는 입장을 내면서 박수홍 역시 결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횡령 가능성을 포착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박수홍은 과거에도 사랑하는 여성과의 결혼을 가족이 반대해 무산됐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기 때문에 그의 가족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 외에도 방송인 김구라가 보증을 잘못 선 아내의 빚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이는 그가 2014년 MC를 맡고 있던 MBC ‘세바퀴’ 녹화에 불참하면서 알려졌고, 결국 이듬해 결혼 18년 만에 이혼했다. 당시 김구라는 이로 인해 공황장애를 호소하며 초췌한 모습을 보여 안타까움을 샀다.
일련의 사건들의 공통점은 재력을 갖춘 스타들의 가족사라는 점이다. 박수홍의 경우 횡령 여부를 아직 단정 지을 수 없다. 하지만 ‘100억 원 횡령’이라는 키워드가 이미 대중에게 회자되고 있고, 장윤정와 김구라 역시 수십억대의 수입을 올리는 스타임에도, 가족으로 인해 경제적 위기를 겪었다는 점이 대중을 놀라게 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거액을 버는 스타 중에는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가족에게 더 의지하고 금전 관리도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과정에서 금전적 문제가 발생했으나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공론화시키지 못하고 끙끙 앓는 경우는 더 많다”고 귀띔했다.
방송인 김구라는 보증을 잘못 선 아내의 빚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사진=MBC ‘라디오스타’ 방송 화면 캡처
#빚투, 왜 연예인에게 유독 많았나
2019년 대한민국 사회는 ‘빚투’(유명인이 돈을 갚지 않았다는 의혹 폭로)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다양한 빚투 폭로가 이어졌지만 대중의 기억에 남는 대다수는 연예인을 향한 폭로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배우 김혜수다. 그는 어머니가 현직 국회의원을 포함한 여럿으로부터 총 13억 원을 빌린 후 갚지 않았다는 폭로가 나와 구설에 올랐다. 이에 김혜수는 어머니가 오랜 기간 많은 금전 문제를 일으켰고, 2012년 감당할 수 없는 빚을 부담하게 돼 불화를 겪은 후 모녀 관계를 끊었다는 안타까운 가족사를 고백했다.
당시 김혜수 외에도 배우 조여정과 가수 티파니, ‘부부의 세계’로 막 빛을 보기 시작한 한소희 등이 빚투의 표적이 됐다. 물론 그들의 잘못으로 인해 빚어진 일이 아님에도 이미지 실추까지 막을 순 없었다. 빚투를 폭로하는 이들도 바로 이 부분을 노린 것이다. 법적으로 가족의 금전 관계를 스타에게 책임지라 할 수 없지만,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을 우려해 대신 갚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스타를 타깃 삼는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스타들의 이런 가족사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법적인 효력이 없는 연좌제를 유독 연예인에게 적용시켜 책임을 묻는 행위가 온당하지 않다는 여론이 조성됐다.
오히려 이런 논란을 겪고 더욱 인기가 상승하고 팬덤이 단단해지기도 한다. 독설 방송인으로 유명했던 김구라는 묵묵히 아내의 빚을 책임지고 아버지의 역할을 다하는 모습으로 긍정적 이미지가 부각됐고, 장윤정은 도경완과의 결혼 후 단란한 모습으로 더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박수홍 역시 어머니와 함께하던 SBS ‘미운우리새끼’의 경우 “제작진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며 자진 하차했지만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오히려 그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 사태가 불거진 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홈쇼핑 방송에서는 프로그램이 절반 정도 진행된 시점에 제품이 완판되기도 했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박수홍의 경우 이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법적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 그때까지는 예단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똑똑해진 대중은 지금까지 공개된 여러 주장과 사실들을 바탕으로 스스로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가족으로 인한 박수홍의 피해가 크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거액을 버는 연예인 중에는 소속사에 많은 수익을 나눠주는 것을 꺼려서 가족 경영을 하는 사례가 있다. 하지만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여러 사례에서 보듯 분쟁이 불거졌을 경우 대중에게 알릴 필요가 없는 가족사까지 들춰져 아픔이 배가될 수 있기 때문에 가족 경영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