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억원 들인 우림교 경관시설…미관·상징성·역사성·조망권 부재, 대표적 예산낭비 상징물 부상
전주시가 경관시설로 조성한 우림교 회랑
[일요신문=전주] 전주시가 교량 경관시설 사업으로 8억여원이나 들여 일본식 건축양식의 회랑을 설치해 경관개선은커녕 랜드마크 조성이라는 당초 기대효과를 전혀 거두지 못하고 있어 대표적인 예산낭비 상징물로 지목받고 있다.
전주시 우림교는 효자동1가에 위치해 있으며 용머리로에서 삼천천을 건너 쑥고개로로 연결되는 주요 교량이다. 1984년 길이 90m에 폭 20m 규모로 건설됐다가 1996년 폭을 35m로 확장했다.
우림교 경관시설 조성사업은 교량 건설이 오래돼 미관을 해치고 삼천천에 설치된 인근 효자교·삼천교 등에 비해 경관이 열악한 점을 감안해 옛 국도 1호선이라는 역사성과 함께 신·구도심을 연결하는 특색있는 경관시설 조성하기 위해 추진됐다.
전주시는 우림교에 주변과 어울리는 경관시설을 설치해 시간이 지날수록 멋이 나는 디자인으로써 우리나라 전통 회랑을 주제로 전통 문화도시인 전주의 특성과 상징성 등을 반영, 지역 이미지를 제고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우림교 경관시설 조성사업은 특별교부세 8억원과 전주시 예산 2억여원 등 8억여원을 투입해 교량 양측 인도에 비와 바람을 막는 회랑과 이곳에 야간조명을 설치하는 공사로 2020년 8월부터 같은 해 12월 말까지 진행됐다.
그러나 우림교 경관시설은 공사 시작부터 완공까지 시민들로부터 많은 의구심을 불만을 불러일으켰다. 당초 전주시가 내놓았던 구상과 전혀 다른 형태로 건설됐기 때문이다. 주변 환경과 조화는 물론 전주시의 특성과 상징성 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경관시설이라는 취지는 온데간데없고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않는 생뚱맞은 건축 양식과 건물 간살이 삼천천 조망을 방해하는 등 오히려 주변 경관을 훼손한다는 비난이다. 인근 주민들과 통행인들은 한결같이 “전주시가 비싼 돈 들여 흉물스런 비가림 시설을 만들었다”고 힐난했다.
건축양식이 거의 동일한 전주시 우림교 회랑(왼쪽)과 일본 기비츠신사 회랑 내부
특히 우림교 회랑이 일본식 목조건축 양식이라는 점에서 가장 많은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건축전문가들과 일본에서 체류했던 사람들은 우림교 회랑이 일본식 목조건축이라는 것에 이론이 없다.
한국 목조건축의 서까래와 기둥은 거의 예외없이 원형이지만 일본은 대부분 사각형으로 우림교 회랑 건축양식이 일본식과 거의 동일하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의 대표적인 문화재인 교토 왕실사찰 닌나지(仁和寺) 회랑이나 오카야마 기비츠신사 회랑(사진)과 빼닮았다.
국내에 설치된 대표적인 전통양식의 교량 회랑인 공주 공산성-송산리고분군 왕릉교 회랑과 경주 교촌 월정교 회랑 등과 비교하면 우림교 회랑이 확연하게 우리나라 전통양식에서 벗어난 일본식 건축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당초 전주시가 2018년 9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우림교 경관조형물 설치를 검토해 조경전문가들과 현지조사를 통해 논의됐던 우림교 경관조형물 조성방향도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조성방향 논의에서는 경관조형물이 단순하고 눈에 띠지 않는 것이 중요하며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고 시간이 지나도 멋이 나는 디자인에 주변과 어울리는 생태경관시설을 주문했었다.
교량의 특성상 차량 통행시 진동이 발생하는데도 경관시설로 건축물을 세운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목조건축이어서 균열이나 붕괴 우려는 거의 없지만 진동으로 인해 건축양식과 기능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건축보다는 조형물 설치가 훨씬 바람직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전주시 완산구청 관계자는 “전통양식에 대한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며 “‘반드시 한옥형태일 필요는 없다’는 반대적인 시각과 주장도 많았다”고 일본식 건축양식 논란을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한 걸음 더 나가 “일본식 건축양식을 터부시하고 반대하는 전라도 관성에서 바라보지 말고 미적 요소도 감안해야 한다”며 “건축양식을 왜 따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해 전통회랑을 주제로 전주의 특성과 상징성을 반영한다는 당초 사업취지를 뒤집었다.
신성용 호남본부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