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병원 신경과 신혜경 과장
매년 4월 11일은 ‘세계 파킨슨병의 날’로 파킨슨병을 최초로 학계에 보고한 영국 의사인 제임스 파킨슨의 생일을 기리며 제정됐다. 영화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영화배우 마이클 제이 폭스와 미국 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전설적인 복서 무하마드 알리 등이 파킨슨병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매, 뇌졸중과 함께 세계 3대 노인성 뇌질환으로 꼽히는 파킨슨병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관심질병통계 기준 2016년 11만 917명에서 2019년 12만 5,607명으로 13.2% 증가했으며 2019년 기준 80대 49.5%, 70대 35.4%, 60대 11.4% 순이며 남자(32%)에 비해 여자(68%)에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파킨슨병은 1817년 영국의 파킨슨 박사에 의해 처음 언급되어 현재는 대표적인 노인성질환으로 알려진 질병이다. 뇌의 흑질에 분포하는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의 신경세포가 죽어가면서 경직, 몸 떨림, 행동 느림, 자세 불안정, 균형 장애 등의 운동 장애와 함께 인지장애, 환시, 우울증, 자율신경계 증상 등 비 운동 증상이 나타나는 퇴행성 신경계 질환으로 초기 증상은 통증이나 우울증상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환자 중 5∼10%는 유전적인 원인으로 확인되지만 현재까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다. 특별한 진단방법도 없어서 파킨슨병을 진단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파킨슨병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안정 시에 뚜렷하게 나타나는 떨림 증상과 근육의 긴장도가 증가되어 관절을 수동적으로 움직일 때 나타나는 경직 증상, 느린 행동과 발음 감소, 무표정한 얼굴 등으로 나타나는 느린 움직임, 몸이 앞으로 구부정하고 엉거주춤한 상태로 서 있는 자세 불안정 등이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이다. 파킨슨병 환자들은 걸음을 걸을 때 보폭이 짧고 몸을 앞으로 쏠린 채 종종걸음을 걷게 되어 잘 넘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전형적인 파킨슨병의 경우 증상과 신경학적 검사만으로 충분히 진단을 내릴 수 있지만 증상이 유사한 이차 파킨슨병이나 비정형 파킨슨병이 많기 때문에 이를 구분하기 위해 혈액 검사와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이나 도파민 운반체의 밀도 및 분포를 측정하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등 뇌의 영상의학적 검사를 시행한다.
파킨슨병이 발병한 환자는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 2∼3년 내에 타인의 도움 없이는 생활을 할 수 없는 정도가 되기도 한다. 한 번 발병하면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 파킨슨병은 계속 진행되며 시간이 흐를수록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면 회복은 어렵지만 20년 이상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치료가 어렵지만 병의 진행을 지연시키기 위해서 약물치료, 재활치료, 수술 등을 시행하기도 한다. 특히 파킨슨병 환자는 근육경직이 있어 통증을 많이 호소하게 되는데 이런 경직을 완화하기 위해 보행훈련, 자세교정 등을 재활치료 등을 꾸준히 해주어 근육이 경직되는 속도를 늦추어야 한다. 그 외에 고주파 치료는 오랜 약물복용과 재활치료로 더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경우 사용하게 된다.
흔히 파킨슨병을 치매나 알츠하이머 등의 질병과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기억장애를 가장 큰 특징으로 하는 치매와 달리 파킨슨병은 신체적 제약이 가장 먼저 발생한다. 또한 모든 파킨슨병 환자가 치매에 걸리는 것은 아니며 전체 환자 가운데 약 30∼40% 정도만이 말기에 치매증상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그
러므로 빠른 진단과 치료를 시행하면 파킨슨병 환자가 치매에 걸리는 것을 지연시킬 수 있다. 미국의 유명배우 마이클 제이 폭스가 1991년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후에도 여전히 연기생활을 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다.
대동병원 신경과 신혜경 과장은 “파킨슨병 자체는 수명에 직접적 영향을 주진 않지만 방치할 경우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며 폐렴이나 낙상사고 등의 합병증으로 수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느리게 진행되는 병인만큼 주기적인 신경과 전문의 진단을 통해 적절한 약물과 운동 등의 관리를 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한편 파킨슨병 환자는 규칙적인 약물 복용과 운동 이외 금연과 금주, 균형 잡힌 식사와 적당한 운동, 심리적 안정 등이 중요하다. 특히 행동 제약이 큰 파킨슨 환자는 쉽게 변비에 걸리기 때문에 야채나 과일, 그리고 적절한 양의 단백질로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충분한 수분 섭취가 필수적이다. 평소 맨손체조, 걷기, 관절 운동 등을 규칙적으로 하루 2∼3회 정도 실시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꽃피는 봄이 오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피로, 춘곤증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사무직으로 근무하는 회사원 A씨(남,44세)는 최근 점심식사 후 쏟아지는 잠 때문에 업무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급기야 졸음 때문에 중요한 미팅 약속에 늦어 곤란해지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완연한 봄기운에 알록달록 꽃들이 개화하기 시작하고 한 낮의 기온이 20도에 육박하면서 따뜻한 햇살과 함께 어김없이 찾아온 것이 춘곤증이다.
춘곤증은 이름 그대로 봄철에 기운이 없고 나른한 피로감을 느끼는 일시적인 증상으로 원인에 대해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으나 추운 겨울을 보내면서 움츠려있던 우리의 몸이 따뜻한 봄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중추신경 등의 자극으로 나타나는 일종의 피로라고 할 수 있다.
봄이 되면 점차 밤이 짧아지고 낮이 길어지며 기온이 오르는 과정에서 피부 온도도 올라 근육이 이완돼돼 나른함을 느끼며 야외 활동이 늘어나 비타민, 무기질, 단백질 등 각종 영양소 소모가 증가하는 데 이를 충분히 채우지 못하면 영양 불균형으로 나타날 수 있다.
춘곤증의 대표적 증상으로는 피로감, 졸음, 소화불량, 식욕부진, 무기력, 현기증, 불면증 등이며 보통 1∼3주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춘곤증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왕성해진 신진대사를 통해 비타민 요구량이 증가하는 시기인 만큼 신선한 채소나 과일 등을 통해 충분히 영양공급을 하도록 하며 가벼운 산책이나 체조 등 본인에게 맞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만약 피곤하고 졸린다면 낮잠을 20분 정도 짧게 자는 것은 좋으나 너무 길게 자는 경우 밤에 잠에 들기 어려워 다음날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피하도록 한다.
수면 시간이 다르더라도 기상 시간은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으며 숙면에 방해되는 높은 실내 온도, 빛, 소음은 최소화하며 잠들기 전 카페인, 담배, 술, 과식 등은 삼가해야 한다.
대동병원 건강검진센터 황혜림 과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춘곤증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없어지지만 증상이 계속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해지면 다른 질환일 수 있으므로 건강 상태를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며, “당뇨병과 간, 갑상선 질환, 빈혈, 류마티스, 만성 스트레스, 불면증 등은 춘곤증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으므로 증상이 길어지거나 심해진다면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 진단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혜림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