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견 아닌 삼십견 환자 는다
▲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P 씨(32)는 한 달 전 책장에서 책을 내리려고 팔을 올렸다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이 터져 나왔다. 순간 팔이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듯한 통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시 후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통증이 사라졌다. 심한 통증이었지만 P 씨는 ‘계속되는 야근으로 무리를 한 탓인가’ 싶어 병원에 가보지 않은 채 넘겼다.
하지만 그 후로도 어깨가 자꾸만 결리고 무거워지더니, 결국 심한 통증 때문에 일을 하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그때서야 병원을 찾은 P 씨는 오십견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처럼 흔히 중년 이후에나 나타나는 병으로 알고 있던 오십견이 30~40대, 심지어는 20대의 젊은 층에서도 자주 나타나고 있다. 한 대학병원의 오십견 클리닉에서 지난 7년간 내원한 외래환자 1817명을 대상으로 연령대를 분석해본 결과, 40대 이하의 젊은 환자가 10명 중 3명꼴로 나타났다고 한다.
요즘 젊은 층에서 오십견 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컴퓨터 작업과 같은 업무적인 반복 동작 때문이다. 앉아서 작업하는 시간이 많은 사무직의 경우엔 어깨의 관절과 근육이 약해져 통증이 오기 쉽다. 또는 테니스나 스쿼시, 골프 등 스포츠로 어깨를 무리하게 사용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별한 외상은 없지만 어깨가 아프고 통증이 팔까지 연결되는 어깨 결림을 오십견이라고 한다. 의학용어로는 ‘견관절주위염’이라고 한다. 어깨 관절과 주위 근육의 움직임이 제한을 받아 발생하는 일종의 노화현상이다. 통증의 강도가 서서히 심해지면서 움직임에도 제한을 받는다. 처음엔 잘 모르다가도 일단 통증이 심각해지고 움직임에 제한을 받으면 중증으로 진행된다.
처음에는 어깨 부근에서 불쾌감이 느껴지고, 어깨를 무겁게 누르는 느낌이 들며, 지속적으로 뻐근한 느낌이 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는 데도 단순한 피로려니 생각하고 그대로 나뒀다가는 곧 팔을 움직이거나 돌리기가 힘들어진다.
“증상이 심해지면 자다가도 몇 번씩 깨고, 아픈 쪽으로는 돌아눕지도 못하게 된다. 심하면 어깨의 모양이 바뀌기도 한다”는 것이 정주화 화생당한의원 원장의 설명이다.
증상이 가벼울 때는 목욕을 하거나 찜질, 마사지 등을 해주면 한결 나아진다. 그래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고 계속될 때는 반드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본다. 오십견이라는 진단이 나오면 통증을 완화시키는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보통 양방에서는 물리치료와 함께 약물치료, 신경차단술 등의 방법으로 오십견을 치료한다. 한방에서는 오십견의 원인을 어깨 주위 경락의 기혈이 뭉친 기혈응체, 기후 변화인 한온, 식생활이나 정신적인 피로에서 생기는 담체 등으로 다양하게 보고, 원인에 따라 치료가 달라진다. 주로 약물 요법과 함께 약침요법, 봉독요법 등의 방법으로 치료한다.
평소 자세에 조금만 신경을 쓰면 어깨 결림을 예방, 치료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주의할 것은 잠잘 때의 자세. 평소 아픈 쪽의 어깨가 눌리지 않도록 누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고, 어깨뼈가 비뚤어지는 원인이 된다. 쿠션이 좋은 침대나 높은 베개는 좋지 않으며, 엎드려 자는 습관도 고쳐야 한다. 침구는 조금 딱딱하다 싶은 것이 좋고, 베개는 8㎝ 정도의 높이가 적당하다.
운전을 할 때는 어깨와 팔을 지나치게 긴장시키지 말고, 공부를 하거나 사무를 볼 때도 자신의 키에 맞도록 의자 높이를 적당히 조절해야 한다. 의자는 푹신한 것보다는 약간 딱딱하고 팔걸이가 있는 것을 고른다.
서 있을 때는 귀에서부터 다리 쪽으로 선을 그린다고 가정했을 때 귀와 어깨관절의 중앙, 무릎과 발목뼈가 일직선을 이루는 자세가 가장 좋다. 턱은 몸 쪽으로 살짝 당기고, 목은 수직이 되도록 하며, 등의 근육을 편 상태에서 양쪽 어깨의 높이를 똑같이 한다. 이때 등을 너무 젖혀 몸이 경직되면 오히려 어깨 근육을 긴장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정주화 원장은 “평소 따뜻한 물로 자주 샤워를 해 온몸의 혈액순환을 좋게 해주고, 너무 조이는 옷이나 신발을 피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대부분 삼십견, 사십견이 생기면 겁을 먹고 어깨를 움직이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을수록 어깨 근육이 더 굳어져 상태가 나빠지고 치료가 힘들어진다. 어깨에 결림이나 통증이 느껴질 때는 의식적으로라도 자꾸 움직여 주는 것이 좋다. 통증이 있더라도 팔과 목을 돌리고 늘여주는 운동을 매일 꾸준히 반복한다.
어깨운동을 할 때는 관절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조금씩 넓혀주는 것이 중요하다. 주먹을 쥔 상태에서 손바닥을 최대로 벌리는 동작을 하루에 10회 이상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혈액의 흐름이 한결 좋아진다. 또 매일 아침 앞뒤, 양옆으로 팔과 어깨를 흔드는 동작이나 철봉에 매달리는 운동도 좋고, 산책을 할 때 양팔을 크게 흔들면서 걸으면 매우 효과적이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재활의학과나 전문 운동처방사의 도움을 받아 적절한 운동을 처방받아서 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 3개월 정도 꾸준히 운동을 하면 증상이 좋아진다. 물론 그 후에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고 악화된다면 검사를 받아야 한다. 치료를 통해 증상이 좋아진 후에도 어깨를 무리하게 사용하는 경우에는 꾸준한 운동을 해야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정주화 화생당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