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하루 거래대금 주식시장 넘어…투기성 지적 속 특금법 개정안 9월 시행
비트코인 가격이 7000만 원 밑으로 하락한 4월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고객센터 모니터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계 10위 경제국 증시도 넘어섰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최근 하루 거래대금은 21조 원을 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 거래대금은 25조 원에 육박한다. 또 다른 거래소인 빗썸의 일거래대금이 4조 원을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주식시장을 추월한 셈이다. 가상자산 거래수수료는 주식보다 비싸다.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오락실 주인’이 떼돈을 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가상자산의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그 가치를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최근의 가격 움직임의 배경에 ‘펌핑(Pumping) 세력’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식리딩방 같은 가상자산 채팅방 등을 통해 시세를 퍼올린다는 뜻에서 업계에서는 ‘펌핑 세력‘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주로 시가총액이 낮아 조작이 쉽고 하락하고 있던 가상자산을 타깃으로 가격을 크게 올린 뒤 급락시키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는 가상자산 시장이 철저히 투기화하고 있다는 지적과도 연결된다.
#변동성, 제도권 금융까지 영향 줄 수도
가상자산 거래는 여전히 제도권 밖에서 이뤄지고 있어 언뜻 보기에 금융시스템과는 별개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이 급락해 투자손실을 입은 이들이 늘어난다면 뜻밖의 충격을 입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수익 극대화를 위해 돈을 빌려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이들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워낙 거래금액이 크다 보니 투자손실이 국내 소비심리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수 있다.
세계 1위 코인베이스 상장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금융시스템에 접속한 미국 증시도 눈여겨봐야 한다. 코인베이스 외에도 다른 거래소들이 잇따라 상장을 준비 중이다. 상장이 되면 각종 파생상품 등을 통해 제도권 금융시스템과 깊숙이 연결된다. 이들 거래소는 가상자산 가격에 따라 수수료 수익이 달라진다. ‘가격하락→실적악화→주가하락→지수하락’의 연쇄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정부 규제,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 최대 변수
최근 가상자산 가격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정부 규제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이다. 각국 정부들은 가상자산이 자금세탁에 악용될 가능성을 경계한다. 중앙은행은 가상자산이 암호화폐로 통용되면 통화정책과 금융시스템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앙은행 수장들이 가상자산에 대해 일제히 실질적 가치나 쓸모가 없다고 경고하는 이유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3월 25일 시행된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은 제8조에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조치를 신설했다.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처 9월부터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고객별 거래내역 분리 △예치금과 고유자산의 구분 △미조치 고객에 대한 거래제한 △미신고 사업자와의 거래제한 등의 시행령을 준수해야 한다.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은행으로부터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계좌를 받을 수 없다.
이 경우 폐업위기에 처하게 된다. 폐업이 되면 이들 거래소에 돈을 넣었던 투자자들은 자금회수를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현재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4대 가상자산거래소가 NH농협·신한·케이뱅크 등과 실명계좌를 트고 영업하고 있지만, 이들 역시 다시 은행들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