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한국인의 밥상
불혹의 나이에 등단한 박완서 작가는 이후 세상을 떠날 때까지 40년 동안 쉬지 않고 작품을 선뵀는데 최불암이 그 작품들이 탄생한 서재를 찾았다. 집필할 때면 항상 가까이 두었다는 국어사전은 낡다 못해 표지가 다 해졌고 책장 한쪽에는 1917년 출간된 근대 요리서 ‘조선요리제법’이 꽂혀있었다.
그의 맏딸이자 수필가인 호원숙 씨는 이 요리책이 어린 시절 어머니의 책장에 세계문학전집과 나란히 꽂혀있던 장면을 기억한다.
박완서 작가는 특유의 섬세하고도 예리한 문장만큼 맛에도 민감했다. 산문집 ‘호미’에서 “나는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건 참을 수 있지만 맛없는 건 절대로 안 먹는다” 고백한 것이 대표적인 일화다.
그래선지 그의 작품 곳곳에는 눈길을 끄는 음식들이 자주 등장한다. 등단작 ‘나목’에서의 ‘개성만두’에 대한 묘사가 그렇고 ‘그 남자네 집’에 등장하는 준치국이며 파산적 등이 그렇다.
박완서 작가가 생전 “네가 나를 잘 아니 내 연대기를 써보렴”하고 권했다는 맏딸 호원숙 씨를 통해 ‘작가 박완서의 밥상’과 ‘어머니 박완서의 밥상’ 이야기를 만난다. 호원숙 씨가 첫 아이를 출산하던 날 아이를 낳으려면 기력이 있어야 한다며 만들어 먹였다는 ‘섭산적 샌드위치’부터 특별한 날이면 구하기도 힘든 소의 간을 구해다 부쳤다는 ‘간전’ 까지 밥상에 얽힌 일화가 풍부하다.
박완서 작가를 그리워하는 또 한 사람 그의 오랜 독자인 요리연구가 엄지아 씨는 이번 방송에서 소설 ‘나목’에 자세히 묘사된 개성만두와 박완서 작가의 가족들이 그리워하는 간전을 재현한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19세기 풍속과 민초의 삶이 생생한 대하소설 ‘객주’의 작가 김주영과 함께 경북 청송을 찾았으며 자갈치시장의 일상을 기록하는 시인 신진련의 자갈치 밥상도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