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한국인의 밥상
같은 재료와 조리법이지만 음식의 맛은 천차만별이다. 오묘한 맛의 차이가 느껴질 때 이야기되는 ‘손맛’은 음식의 맛을 내는 솜씨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오랜 경험이 녹아든 맛의 비법이 손끝으로 전해지고 음식에 담긴 정성과 마음을 나누는 시간. 그렇게 손에서 손으로 이어진 맛의 유산은 더 넓고 다양해진다.
새벽 5시면 불이 켜지는 김천 반곡마을의 한 두부 집. 매일 콩을 갈아 전통방식으로 두부를 만드는 김은경 씨는 할머니, 엄마의 뒤를 이어 3대째 두부를 만들고 있다.
날씨와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콩 불리기부터 삶는 시간 간수를 붓고 잘 저어주는 일까지 본격적으로 엄마의 두부를 배운지도 20년이다. 1940년부터 시작된 할머니의 두부 맛이 김은경 씨의 손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80년 세월의 뜨끈한 두부가 나올 때쯤 일찍 집을 나서는 며느리를 위해 매일 도시락을 들고나오는 시어머니. 바로 나온 순두부 한 그릇에 시어머니의 도시락이면 든든하게 또 하루가 시작된다.
엄마에게 배웠어도 아직은 부족하다는 삭힌 비지 띄우는 일은 시어머니의 손맛을 빌리곤 하는데 간장에 물만 넣고 끓여낸 삭힌비지국은 할머니 생각이 떠오르게 하는 음식이다.
두부가 팔리지 않고 남을 때면 얼려서 보관했다가 끓였다는 언두부찌개와 두부를 막장에 담아 일주일 정도 기다렸다 먹었다는 두부장과 간장두부절임까지 더해지면 두부 가게 요리가 총출동한다.
엄마를 이어 가업을 잇고 싶다는 작은 공주, 둘째 딸까지 함께하니 고단했던 김은경 씨의 하루도 보람으로 가득하다. 세월을 잇고 맛을 잇는 김천 두부 가족의 밥상을 만난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순창 고추장 모녀, 영주 향토 음식 전문가 이신옥 씨 모녀, 부여의 버섯 음식 장인과 이탈리안 셰프의 특별한 손맛 인연 등이 소개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