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한국인의 밥상
“소는 하품밖에 버릴 게 없다”는 속담이 생길 정도로 소는 우리 삶에서 귀중하고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늘 곁에서 농사일을 돕는 일 소, 왕의 밥상 위에 오를 타락죽을 끓일 우유를 주던 소, 어떤 절의 창건 설화 속에 등장하는 소까지. 이제는 우리의 밥상 위에 올라 한 끼 식사까지 책임지는 소.
이런 소에게 고마운 마음을 간직하며 그 곁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소가 내어준 귀한 식자재부터 감사한 소를 기리기 위한 제상까지 이번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무한히 변신하며 우리와 함께 살아온 소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북 정읍에는 너른 초원 위를 달리는 소들을 볼 수 있다. 가히 장관이다. 올해 첫 방목을 하는 날 신이 난 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다닌다. 아픈 어머니의 자리를 대신하기 위해 내려온 영수 씨는 가장 먼저 어떻게 하면 튼튼한 소를 잘 키울 수 있을지 생각했단다.
요가를 가르치던 경험을 살려 소의 건강을 책임지는 소 아빠가 된 영수 씨. 방목뿐만 아니라 소여물도 직접 발효시켜 만드는데 소처럼 우직하니 열심히 일하는 아들이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안쓰럽기만 하다.
편한 길이 있어도 소신을 지키며 먼 길을 돌아 뚜벅뚜벅 가는 아들 영수 씨. 그런 영수 씨 덕분에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아진 며느리까지 부부를 보는 어머니는 마냥 애틋하기만 하다. 이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건 맛있는 밥 한 끼 차려주는 것. 고단한 소 농부를 위한 특별식을 준비한다.
자랑스러운 아들이 키운 소 양지머리에 깨즙을 붓고 끓여주는데 그러면 금세 구수한 양지머리호박깨탕이 완성된다. 이런 마음에 화답하는 며느리표 차돌박이말이까지 오고 가는 음식 속에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묻어난다.
알게 모르게 어머니와 며느리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공존했던 영수 씨도 직접 음식 만들기에 나섰다. 지인의 도움을 받아 만든 쌍화탕 본갈비찜부터 꽃등심 귀리 볶음까지 오늘을 위해 함께 달린 소와 가족들에 대한 고마움의 시간이 쌓여 앞으로 함께할 날들이 더 기대된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충남 당진 젖소, 경기 평택 소 무덤 등을 소개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