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형씨 ‘비밀 정원에 이르는 세 가지 길’ 대상…입상자 33명 선정
수상자(왼쪽부터) 대상 박근형씨, 우수상 김해광씨, 황혜림씨
[일요신문=전주] “나는 글을 쓰기 전에 항상 좋은 말들은 이미 세상에 모두 나와 있지 않은가를 먼저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더 보탤 좋은 말은 아마 없거나 극히 적지 않을까 염려했다. 그런 염려에도 무언가를 말하게 하고 싶은 작품들을 만나면 어쩔 수 없이 말하고 싶어진다.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이 그렇다. ‘비밀 정원’은 어디까지 집요하게 살아 보았느냐고, 나를 던져 보았느냐고 묻는다.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부끄러움이 고개를 들지만, 그래도 그의 소설은 집요하게 읽고, 집요하게 그에 대해 말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혼불문학상 수상작 감상문 공모전 ‘혼불의 메아리’가 제4회 대상 수상작으로 박근형씨(30·전북 전주시)가 제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인 박혜영 작가의 ‘비밀 정원’(2014· 다산산방)에 대한 감동을 기록한 감상문 ‘비밀 정원에 이르는 세 가지 길’을 선정했다.
박근형씨의 감상문 ‘비밀 정원에 이르는 세 가지 길’은 “작품의 서사 구조를 해체한 후 인물의 관계를 부각하는 방식으로 자기만의 독서법을 만들었으며 이 과정의 이음매가 거슬리지 않을 만큼 정교했다”라는 평을 얻었다. 박씨는 “‘비밀 정원’을 여러 번 탐독하면서 작품 속 섬세하고도 공들인 문장들은 글을 쓰는 데 있어 애정과 다정함의 지점을 깊이 있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이번 공모전에서는 대상을 비롯 우수상 2편과 가작 30편 등 총 33편의 입상작이 선정됐다. 우수상은 김해광씨(30·경북 경산시)의 ‘죽음과 생명, 고통과 기억의 향기’와 황혜림씨(25·경기 평택시)의 ‘패하지 않을 패자의 서’가 차지했다.
올해 공모전은 지난해 가을부터 3월 말까지 혼불문학상 수상작품 중 다섯 편을 대상으로 독후감을 공모했으며 ‘고요한 밤의 눈’ 88편(25%), ‘비밀 정원’ 77편(22%), ‘나라 없는 나라’ 67편(19%), ‘홍도’ 60편(17%), ‘최후의 만찬’ 60편(17%) 등 352편이 접수됐다.
심사는 동화작가 김근혜·김영주·이경옥, 영화평론가 김미영, 시인 김헌수, 소설가 오은숙, 교열교정가 정혜인, 극작가 최기우 등 문학인과 학계, 관련 전문가들이 맡았다.
심사위원장인 문신 교수(우석대 문창과)는 “응모한 글을 꼼꼼하게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쓰는 읽기’의 힘이었다”면서 “저마다 노련한 탐험가가 돼 문장의 협곡을 탐사하고 그곳에 숨어 있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해 내는 데 솜씨를 발휘했으며 그 가운데 자기만의 독법을 개성 있게 발휘해 낸 응모작들을 주목했다”고 말했다.
혼불의 메아리는 ㈔혼불문학과 전주MBC, 다산북스, 최명희문학관 등이 공동 진행하는 독서 감상문 공모전으로 인문학적 감성을 지닌 독자를 발굴하고 그 독자들이 지속해서 자신의 독서 활동을 이어나갈 기회를 만들기 위해 매년 열리고 있다.
전체 수상자와 수상작품은 다음과 같다.
◇대상 ▲박근형(30·전북 전주시) ‘『비밀정원』에 이르는 세 가지 길’
◇우수상 ▲김해광(30·경북 경산시) ‘죽음과 생명, 고통과 기억의 향기’ ▲황혜림(25·경기 평택시) ‘패하지 않을 패자의 서’
◇가작 ▲고옥란(52·광주 광산구) ‘당신의 문밖에 오래 세워두지 마십시오’ ▲김나연(15·전북 전주시) ‘고요한 N의 눈 ‘N이 그들을 보면서 그리고 또다른 미지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 ▲김대훈(19·전북 임실군) ‘의인물을 곱씹으며, 인물의 대화를 보며, 이야기를 돌아보며, 작품을 곱씹으며’ ▲김라현(16·서울 은평구) ‘역사 속에 빛나는 사람들’ ▲김만성(52·전북 군산시) ‘향기있는 세상을 꿈꾸며’ ▲김민경(17·서울 송파구) ‘나라가 나라로 불리려면?’ ▲나규리(30·경기 의정부) ‘사랑은 과잉과 결핍의 무한 변주’ ▲노연희(57·대구 달서구) ‘우리는 우리의 재를 넘을 뿐’ ▲박대원(31·서울 구로구) ‘침묵의 비밀’ ▲박소라(32·경기 부천시) ‘1580년생 홍도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가 보았다’ ▲박승희(?·전북 군산시) ‘최후의 만찬을 읽고’ ▲박양희(54·경기 구리시) ‘사랑으로, 연대로’ ▲박인숙(70·대전 대덕구) ‘광어의 기도’ ▲박재희(50·인천 부평구) ‘불멸의 여인 홍도· 그녀의 못 다한 이야기’ ▲서여름(30·서울 은평구) ‘나는 어디쯤 서있는가?’ ▲신화정(58·대전 중구) ‘홍도를 읽으며 소외된 민초들의 역사를 발견하다’ ▲양봉만(52·전북 전주시) ‘나라 있는 나라를 위해 기억해야 할 것’ ▲양자영(44·충남 금산군) ‘겨울 내내 머물렀던 여행지, 노관의 비밀정원’ ▲오교희(53·전북 정읍시) ‘꿈꾸는 자, 죽지 않는다’ ▲오순복(54·전북 고창군) ‘『홍도』를 읽고(기축옥사 진혼곡)’ ▲이은빈(19·충북 제천시) ‘우리는 모두 한 가지의 비밀과 하나의 낭만을 품고, ‘살아간다’ ▲이재은(45·충북 청주시) ‘사랑이 이긴다’ ▲이창윤(21·제주특별자치도) ‘감미로운 선들로 400년을 채우다’ ▲장수진(34·부산 기장군) ‘‘노관’ 옛 고택의 숨결이 흐르는 비밀정원’ ▲전경(59·전북 완주군) ‘시대를 관통하는 민중의 외침, 그 울림’ ▲정득용(66·경남 창원시) ‘아니다· 재는 또 다른 사람이 넘을 것이다·’ ▲정예원(21·전북 전주시) ‘인연이란 삶의 축복’ ▲정은진(46·전북 전주시) ‘고요한 밤의 눈처럼 아침이 오면 알게 되는 달라진 세상이 있다고’ ▲최현율(25·전북 전주시) ‘소란스러운 아침의 햇빛’ ▲최혜경(59·전북 전주시) ‘나는 나의 재를 넘는다’
신성용 호남본부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