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가협상의 핵심 쟁점은 자동차 관련 사항이었다.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에 대해 미국은 2.5%의 관세를 부과한다. 원래의 자유무역협정문에는 배기량 3000㏄ 이하의 완성차에 대해 관세를 즉시 철폐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추가협상에서 배기량에 관계없이 모든 자동차에 대한 관세철폐를 4년 뒤로 미루기로 했다. 또한 관세철폐 이후 한국산 자동차의 판매증가로 인해 미국 자동차 산업이 피해를 볼 경우 미국정부는 긴급 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할 수 있는 단서조항을 추가로 넣었다. 여기에 우리나라가 미국산 자동차를 수입할 때 미국의 안전과 환경기준을 통과하면 한국기준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까지 넣어 미국산 자동차 수입을 자유롭게 했다.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자유무역이 아니라 보호무역에 합의를 한 셈이다.
벌써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인 자동차 산업의 공동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시장에서 자동차 판매를 늘리려면 수출보다는 현지생산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국내 공장규모와 생산의 축소가 불가피하여 경제가 실업자발생 등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번 추가협상에서 우리나라가 얻은 것은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한 냉동 돼지고기 수입관세의 철폐를 2016년까지 연장하고 복제의약품 시판의 허가 또는 특허와 연계를 3년 유예하기로 한 것이다. 자동차 부문에서 양보한 것에 비하면 얻은 것이 별로 없다. 손실은 말로 보고 이득은 되로 얻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면 이번에 왜 우리는 미국 앞에 작아지는 모습을 보였나. 이에 대해 안보논리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인해 한미 협력의 필요성이 커지자 한미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미국의 요구에 우리나라가 서둘러 응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월스트리트저널>도 최근 유사한 주장을 내놓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타결은 한미 동맹관계가 느슨해질 것을 우려한 한국이 입장을 대폭 바꾼 결과라고 보도했다.
원칙적으로 국제관계에 있어서 안보논리와 경제논리는 별개의 것이어야 한다. 안보 불안 때문에 무역불균형을 감수하면 경제가 손실을 입는다. 반면 경제가 불안하다는 이유로 안보문제를 소홀히 하면 국가안위가 불안해진다. 결국 무역은 순수 경제논리에 따라, 그리고 국방은 순수 안보논리에 따라 상호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런 견지에서 국제관계형성에 있어서 경제와 안보를 분리하는 철저히 원칙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추가협상에서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허용기준을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19% 완화해주기로 합의했다. 그러자 유럽연합이 같은 환경기준을 적용해 달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국제협상의 원칙을 지키지 않아 다른 나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하는 난관에 처했다. 올해 우리나라는 수출 4650억 달러를 달성하여 세계 7위를 기록할 전망이다.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강력한 동력을 마련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추가협상에서 나타난 취약한 모습을 계속 보일 경우 국가 위상을 떨어뜨리고 선진국 진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정부의 원칙과 소신의 천명이 필요하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