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윗녀 근혜 ‘빵끗’ 엄지남 재오 ‘삐끗’
격변의 1년간 여야 잠룡들이 얻은 이해득실도 각기 달랐다. 대선 전해인 2011년엔 차기 대권주자들의 움직임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기에 2010년 한 해 동안 이들이 받은 성적표는 향후 대권 가도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과연 2010년을 마무리하며 여야 잠룡들이 받게 될 ‘종합성적표’는 어떤 것일까. 정치컨설턴트와 여론조사전문가들의 의견을 집약해 몇 가지 포인트로 각 분야별 베스트, 워스트 주자를 꼽아보았다.
◇대중과 스킨십 지수
정치인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는 대중과의 스킨십이다. ‘때로 악수나 인사 한 번 더 하는 것이 대선 공약이나 정책보다 중요하다’는 말이 나올 만큼 정치인들에게 대중과의 접촉은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다음 대선까지 2년의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인지, 2010년 한 해에 대부분의 대권주자들은 대중들과의 직접적인 스킨십에는 다소 소홀했다.
그럼에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경우 하반기에 들어서며 본격적으로 스킨십 정치에 나서며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박 전 대표는 오프라인을 통해서는 친박계 의원들과 각계각층의 자문그룹과의 만남을 늘렸고, 대중들에게는 온라인을 통해 스킨십을 강화하는 전략을 취했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대선까지 시간이 남아있는 데다 오프라인에서의 대권 행보에 나서기엔 박 전 대표를 둘러싼 당내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자칫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계를 자극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새해에는 2010년보다 더욱 대중과의 만남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한다. 얼마 전 박 전 대표는 ‘대권출정식’을 방불케 하는 공청회를 열기도 하는 등 차기 주자로서의 본격 행보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그동안 박 전 대표는 차기 대권 공약과 정책에 대해 열심히 공부해왔고 앞으로 차츰 이 내용을 대중들에게 알려갈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잠룡군 중 대중과의 스킨십을 가장 외면했던 주자로는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꼽힌다. 이는 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2022년 월드컵 유치활동을 위해 상당기간 해외에 머물렀던 탓이기도 하다. 그는 월드컵 유치 성공을 통해 정치인으로서도 재기를 노렸으나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또한 월드컵 유치 과정 역시 복잡한 국내 정치상황으로 인해 국민들에게 외면 받아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연말 들어서는 정치현안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정 전 대표는 최근 “사회지도층 자제들을 전방에 근무하도록 해야 한다”는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 내 정 전 대표 지지기반이 크지 않아 이와 같은 그의 발언은 “현 정부를 비판하며 거리두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한 친이계 관계자는 “안상수 대표 체제가 워낙 욕을 먹고 있어 차라리 정몽준 대표가 나았던 게 아니냐는 자조적 평가도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언론 노출빈도
잠룡들 중 2010년 ‘언론 노출빈도’가 높았던 주자는 단연 이재오 특임장관이다. 하지만 노출빈도가 높은 뿐 베스트 주자로 꼽기엔 무리가 있다는 평이다. 이 장관은 ‘여의도’에 복귀하며 ‘90도 인사’만으로 수많은 플래시 세례를 받았으나 전문가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던 이 장관의 90도 인사는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효과가 높았다고 평가한다. 과한 인사법이 상대방에게 오히려 거부감과 부담감을 준다는 지적이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도 이재오 장관에게 90도 인사의 단점을 꼬집은 바 있다.
90도 인사로 주목받았던 이 장관은 연말엔 ‘엄지손가락’으로 또다시 매스컴을 탔다. 12월 8일 예산안 날치기 통과 당시 한나라당에 항의하는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향해 엄지손가락으로 밖으로 나가라는 듯한 포즈를 취해 물의를 빚은 것. 이를 두고 ‘‘폴더’에서 ‘엄지’로 변한 이재오의 진심은 무엇이냐’는 비꼼과 함께 ‘결국 90도 인사 뒤에 감추었던 돌격본색이 나왔다’는 냉소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정치인들이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매스컴이지만 지난 한 해 이재오 장관의 매스컴 속 모습은 부정적 효과가 워낙 컸기 때문에 득보다 실이 많았다”고 평했다.
언론 노출빈도 지수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은 주자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 손 대표의 2010년 언론 노출빈도는 높은 편이었으나 이는 정치권을 떠나 있던 손 대표가 정계에 복귀해 얻은 상대적 평가일 뿐이었다. 또한 민주당 대표로 당선되는 호재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 아쉽다는 평도 적지 않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야당 대표로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기회가 충분함에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 박근혜 전 대표에 이은 지지율 2위 주자인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 역시 언론 노출빈도는 낮은 편이었다. 유 원장은 2010년 한 해 언론 인터뷰도 거의 하지 않았고 주로 트위터 등 온라인을 통해서만 정치 현안에 대해 간간이 의견을 피력했다. 그럼에도 차기대권주자 지지도 순위에서는 2위권을 ‘유지’했다는 점은 잠재력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얘기다.
◇안보 대응 성적
2010년 정가는 3월 천안함 사건과 11월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안보 정국의 파고에 휩쓸렸다. 그렇다면 여야 잠룡들 중 이 두 건의 대형 안보 사건에 대해 가장 효과적으로 대처한 이는 누구였을까.
천안함 사건 당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아 비판받기도 했던 박근혜 전 대표는 연평도 사건이 터지자 즉각 이를 비판하는 의견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의 ‘침묵행보’ 때문에 박 전 대표의 의견 표명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그리 너그럽진 않았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현재 박 전 대표 지지도가 가장 높긴 하지만 박 전 대표 외에 유력주자가 없다는 생각에 표가 쏠리는 ‘밴드왜건 효과’의 측면도 크다. 대중들 상당수는 천안함이나 연평도 사건과 같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에 신뢰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이 주목을 끈 것 자체로 그가 국가 위기 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처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평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경우 연평도 사건이 터지자 자신의 신분을 십분 활용해 비교적 잘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평도를 직접 방문해 구호금을 지원하는 등 등 적극적 행보를 했던 김 지사는 연평도 사격 훈련이 실시된 지난 12월 20일에도 ‘안보’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며 보수 표심 흡수를 위해 애썼다.
여론조사(12월 20일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대다수의 민심이 ‘사격훈련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66.6%)을 보이고 있어(‘사격훈련을 중단해야 한다’는 26.2%) 보수 주자들에게 연평도 사건은 지지층 흡수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사격훈련 지지 의견이 20대에서 가장 높다는 점. 한나라당 전통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50대 이상(68.7%)에서보다 20대(76.2%)에서 ‘사격훈련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높았다.
이와 같은 여론은 민주당 등 야권주자들에게는 고비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의 여론조사들을 살펴보면 연평도 사태와 사격훈련을 거치며 유시민 원장, 손학규 대표 등 야권주자들은 한나라당 주자들에 비해 지지율 정체 및 하락세가 더 뚜렷하다. 연평도 사건으로 인한 안보 정국이 대권주자들 모두에게 지지율 면에서 악영향을 미쳤지만, 그 여파가 야권주자들에게 더 컸던 것.
특히 손학규 대표는 연평도 사격훈련 중단을 요구하며 여당을 공격했으나 여론을 ‘자극’하지 못해 안보 정국 대처 성적표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진보지지층 중 적지 않은 층이 이번 연평도 사건에 대해선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20대에서 사격훈련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온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진보성향을 가지고 있더라도 연평도 사건과 같은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진 이들의 민심을 민주당은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고 평했다.
◇지지도를 통해 본 이해득실
2010년 한 해 동안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한 번도 1 위를 놓치지 않은 박근혜 전 대표가 여론조사로 본 베스트 주자로 꼽힌다. 박 전 대표는 지지율 20% 초반~30% 중반 사이를 오가며 한 해 동안 독주 체제를 이어갔다. 그런데 박 전 대표와 함께 긍정적 여론조사 흐름을 보인 인물로 한명숙 전 총리도 꼽을 수 있다. 한 전 총리가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정치행보를 거의 하지 않고 있음에도 꾸준한 지지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때문.
뇌물 수수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는 2010년 한 해 재판과 관련된 당사자로만 언론에 오르내렸을 뿐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정치행보는 평가받지 못했다. 구설수에 오른 장본인이었음에도 한 전 총리의 지지율은 떨어지지 않고 꾸준히 8~9% 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지사 등과 엇비슷한 수치다. 왜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라는 인식이 강해지며 한 전 총리에 대한 동정여론이 꾸준한 지지를 이어가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친노 지지층 중 유시민 원장에 대해서는 호감이 적은 이들이 한 전 총리를 대신 지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손학규 대표는 당대표 선출 이후 지지율 2위로 올라섰다가 연평도 사태를 겪으며 4~5위권으로 떨어져 여론조사 기관별로 낮게는 4%에서 8%대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지지율의 높고 낮음을 떠나 여야 잠룡들에게 재도약의 기회가 닫혀 있는 것은 아니다. 연평도 사건 이후 여론조사상 부동층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1일 실시한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여론조사에서 부동층은 11월(25.2%)에 비해 10.6%p 늘어난 35.8%로 나타났고, 12월 18~19일 조사에서는 39.0%로 더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차기 주자들의 지지율이 전체적으로 답보상태이거나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부동층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 지난 2006년 10월 북핵 실험 때와 비교하면 당시에는 이명박 후보가 안보리더십을 내세우며 지지율이 급상승했지만, 현재의 연평도 정국에서는 뚜렷하게 부각되는 주자가 없어 부동층이 늘어나게 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