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한 홍원식 회장 “아들 경영 승계 없다”…50% 넘는 총수일가 지분, 후임 대표 인선 숙제
남양유업 오너일가 경영 물러난다…대규모 지분 처분, 후임 대표 선임은 과제
홍원식 회장은 4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3층 대강당에서 진행한 ‘불가리스 사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온 국민이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당사의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고 분노하셨을 모든 국민들과 현장에서 더욱 상처 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있는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 큰 사랑을 받아왔지만 제가 회사의 성장만을 바라며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2013년 회사의 물량 밀어내기 논란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저의 외조카 황하나 사건 등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특히 홍 회장은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성 상무(기획마케팅총괄본부장)가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것을 물론 회삿돈 유용 의혹을 받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 상무는 회사 비용으로 고급 외제차를 빌려 자녀 등교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의혹이 제기된 지난달 보직 해임됐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불가리스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혼합해 원숭이 폐에 주입했더니 바이러스의 77.8%가 줄어들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홍보했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대형마트와 편의점에는 불가리스 품절 사태가 이어졌고 남양유업 주가는 급등해 한때 전거래일과 비교해 28.6%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연구결과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4월 15일 남양유업을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고, 경찰은 같은달 30일 남양유업 본사와 세종연구소 등 6곳을 압수수색했다. 세종시는 불가리스를 생산하는 남양유업 세종공장에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세종공장은 남양유업 생산의 40%를 맡고 있다.
파문이 커지자 홍 회장이 대국민 사과에 나섰고 전날인 지난 5월 3일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이사도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향후 남양유업의 쇄신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당장 사임한 이광범 대표의 후임을 선임해야한다. 이 대표는 홍 회장의 복심으로 평가받아 왔다. 오너 일가와 거리가 있으면서도 식품업계의 이해도가 높으며, 떨어진 기업 이미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인물을 찾아야한다.
홍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두 아들에게도 기업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총수 일가가 보유한 지분의 향방도 관심사다. 홍 회장은 경영에 참여하지 않지만 회사 지분 51.68%을 보유하고 있다. 배우자 이운경 씨, 동생 홍명식 씨와 손자 등 총수 일가의 지분을 모두 더하면 총 53.85%다. 홍 회장의 두 아들은 보유 지분이 없다. 남양유업은 후임 대표 및 총수일가 지분과 관련한 공식 입장은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