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가 띄우고 창원시가 밀고 ‘9번타자 홈런’ 노린다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
# 갑작스러운 창단 발표
“총재님,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습니다. 발표를 서둘러야 할 듯싶습니다.” 12월 22일 오전 한국야구위원회(KBO) 유영구 총재에게 전화를 건 이상일 사무총장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아무래도 언론에서 눈치를 챈 것 같습니다. 언론에 먼저 발표되면 9구단 창단이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이 총장의 조언에 유 총재는 두말없이 언론 발표를 지시했다. 그리고 한 시간 뒤 KBO는 “온라인 게임업체 엔씨소프트가 9구단 창단 의향서를 제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야구계는 깜짝 놀랐다. 말로만 떠돌던 9구단 창단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느닷없는 소식이라, 야구계는 KBO의 발표 진의를 두고 설왕설래했다. 그도 그럴 게 KBO 발표가 있기 전날 공교롭게도 검찰 내사를 받던 유 총재의 출국금지 소식이 언론에 대서특필됐던 차였다. 야구계 일각에서 “KBO가 유 총재의 출국금지 소식을 희석시키려고 전격적으로 엔씨소프트의 창단 의향서를 공개한 게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한 것도 무리는 아닌 셈이었다.
하지만, 이 총장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손사래를 쳤다. “21일 증권가에 ‘엔씨소프트가 프로야구단을 창단할 것’이란 소문이 돈 게 전격적으로 발표할 수밖에 없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12월 중순부터 증권가엔 ‘중견 게임업체가 9구단 창단을 계획 중’이란 소문이 돌았다. 엔씨소프트, 넥슨이 유력 기업으로 떠올랐다. 그러다 21일 증권가 정보지에 ‘엔씨소프트가 확실하다’는 소식이 실리며 9구단 창단 기업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언론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엔씨소프트에 전화를 걸어 사실 여부를 캐물었다. 이에 부담감을 느낀 엔씨소프트는 KBO에 연락을 취해 어떤 자세를 취할지 자문했다.
2011년 1월 11일 KBO 이사회 승인까지 보안을 지키려던 이 총장은 ‘숨기는 것보다 차라리 먼저 공개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과거 현대 유니콘스 처리 과정에서 번번이 기업명이 사전 노출되는 통에 매각이 무산된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총장은 “언론에 발표된 이상, 공개적으로 창단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하고서 “다행히 사전 발표에도 엔씨소프트가 창단 의지를 꺾지 않고 의연한 자세를 취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요신문>의 취재 결과 엔씨소프트가 KBO에 창단 의향서를 제출한 건 정규 시즌이 한창 진행되던 시점이었다. 그러니까 이미 9구단 창단작업이 한참 전에 진행됐다는 뜻이다.
엔씨소프트의 창단 의향서 제출 소식이 전해지자, 대부분의 구단은 환영 일색이었다. 유독 롯데만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롯데는 13일 열린 이사회 간담회에서 유일하게 9구단 창단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과연 엔씨소프트처럼 작은 기업이 한해 운영비 200억 원 이상이 소요되는 프로야구단을 운영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또한 “엔씨소프트가 자칫 히어로즈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며 “한국프로야구의 여건상 8개 구단 체제가 가장 안정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롯데의 우려와는 달리 엔씨소프트는 그리 작은 기업이 아니라는 게 경제계의 중평이다. 1997년 창업한 엔씨소프트는 ‘리니지1’, ‘리니지2’, ‘아이온’ 등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차례로 출시하며 국내 온라인 업계를 주도해온 중견기업이다.
현재 시가총액 4조 5000억 원대로 코스피 기업순위에서 6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2009년 총매출도 무려 6347억 원으로 당기 순익만 1854억 원을 기록했다. 순익률 30%는 평균 순익률이 10% 이하인 대기업도 흉내 내기 어려운 이익률로, 순익률을 매출규모로 환산하면 엔씨소프트는 2조 원 이상의 매출규모를 자랑하는 셈이다.
수도권 모 구단의 운영팀장은 “2조 원대의 매출 규모라면 한 해 200억 원 남짓한 프로야구단 운영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며 “자금이 풍부한 만큼 트레이드를 통해 운영비를 충당하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니까 엔씨소프트를, 메인 스폰서로부터 30억 원 남짓한 운영비를 지원받는 넥센 히어로즈와 비교하는 건 무리라는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창단 의향서 제출 전, TF팀을 중심으로 프로야구단 운영을 깊이 있게 연구했다. KBO를 상대로 구단 운영안을 들려줬다. 엔씨소프트로부터 브리핑을 받은 바 있는 KBO 고위관계자는 “엔씨소프트가 구상하는 구단 운영방식이 획기적이라 무척 놀랐다. 창단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최첨단 마케팅 기법을 적용해 선진적 구단 경영을 실현할 것으로 본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악조건 속에서 갑자기 현대를 인수해 재창단한 히어로즈보다 엔씨소프트가 준비 면에서 철저하다는 뜻이다.
▲ 작년 10월 26일 야구회관에서 열린 KBO와 경남 창원시의 제9구단 창단과 관련한 양해각서(MOU) 체결식에서 유영구 KBO 총재와 박완수 창원시장이 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엔씨소프트가 연고지로 희망한 창원시는 9구단 창단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자세다. 시장이 나서 “1200억 원을 들여 새 구장을 지어주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여기다 시는 기존 마산구장 역시 100억 원을 투입해 전면 증·개축에 착수할 예정이다.
창원시가 이처럼 프로야구단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시민을 하나로 묶을 구심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창원·마산·진해 3개 시는 오랜 진통 끝에 지난 7월 1일 창원시로 통합하며 인구 108만 명의 대도시로 거듭났다. 그러나 행정적 통합만 이뤘을 뿐 지역민의 정신적 통합은 아직 요원하다. 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6ㆍ2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박완수 시장이 공약에도 없던 프로야구단 유치를 들고 나온 것도 그 때문이었다. 지역민들의 유대감과 소속감을 증대시키는데 야구만큼 좋은 구심체도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박 시장은 사석에서 “9구단이 쌍방울의 뒤를 이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창단할 거면 제대로 된 흑자구단이 돼야 한다”는 게 박 시장의 생각이다. 새 구장 건설과 마산구장 증·개축 말고도 9구단 지원책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메시지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
제10구단 창단 가능성
인구 1000만 경기도…이만한 연고지 또 있수?
“9구단이 한계다. 10구단 창단을 유도하고 싶어도 마땅한 연고지가 없다.” 시즌 중반 엔씨소프트가 은밀히 9구단 창단을 준비 중일 때다. KBO 고위 관계자는 웃음 대신 연방 한숨을 내쉬었다. 그럴 만도 했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만 명 이상 수용이 가능한 야구장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설령 있다손 쳐도 기존 프로야구단의 홈구장이나 제2구장으로 쓰이고 있었다.
유력한 창단 후보지로 경기도 안산시가 있긴 했다. 안산은 수년 전부터 새 구단 창단을 전제로 돔구장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전임시장이 부패혐의로 구속되고, 신임시장이 부임하며 돔구장 건설 계획 자체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안산을 연고지 삼아 새 구단을 창단하겠다는 이들도 보이지 않았다.
지난 11월 미국인 사업가가 “돔구장을 지어주면 10구단을 창단하겠다”며 KBO에 창단 의향서를 제출하긴 했다. 하지만, KBO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미국인 사업가가 새 구단을 창단하는 건 무리라고 판단했다. 야구계 일각에서도 “국외 투기자본이 프로야구까지 진출하는 게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에 자극받아 2, 3개 기업이 10구단 창단 의지를 밝히면서 더는 ‘마땅한 연고지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순 없게 됐다. 다행히 대안이 나오기 시작했다.
먼저 경기도 수원시다. 수원엔 최대 2만 명 수용이 가능한 야구장이 있다. 2008년까지 현대가 홈구장으로 사용했을 정도로 구장 상태도 양호하다. SK 박진만은 “수원구장은 천연잔디라 인조구장보다 부상위험이 덜 하다”며 “프로야구 선수들이 매우 선호한 구장이었다”고 회상했다.
인구도 120만 명에 육박해 통합 창원시보다 오히려 많다. 성남, 안양, 용인, 안산, 화성시와 맞붙어 있어 잠재 고객층도 300만 명 이상이다. 수원시 고위관계자는 “한때 수원구장을 하프 돔으로 만들어 프로야구단을 유치하자는 목소리가 있었다”며 “그러나 원체 현대 시절 관중이 적어 검토 단계에서 흐지부지됐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시에서 구장관리의 어려움을 들어 기존 천연잔디를 인조잔디로 교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그러나 야구계가 확실한 기업을 물색해준다면 수원시의 재정과 규모를 고려할 때 프로야구단 유치는 그리 힘든 일이 아닐 것”이라고 귀띔했다.
<일요신문>의 취재결과 경기도 성남시와 고양시도 프로야구 유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성남은 전임 이대엽 시장 재임 때부터 프로야구단 유치를 검토했다. 풍부한 시 재원을 바탕으로 언제든 구장을 지을 수 있다는 자세였다. 그러나 당시엔 창단 희망기업이 없어 ‘짝사랑’에 그쳤다. 고양시 역시 지난해 일산에 ‘국가대표 야구훈련장’을 지으며 내심 프로야구단 유치를 바랐다. 그러나 성남처럼 창단 희망기업이 없어 곧바로 바람을 접었다.
하지만, ‘10구단은 인구 1000만의 경기도에 들어서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으며 성남과 안양이 유력 연고지로 부상하고 있다. 두 시의 관계자들 역시 타당성 검토에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인구 1000만 경기도…이만한 연고지 또 있수?
“9구단이 한계다. 10구단 창단을 유도하고 싶어도 마땅한 연고지가 없다.” 시즌 중반 엔씨소프트가 은밀히 9구단 창단을 준비 중일 때다. KBO 고위 관계자는 웃음 대신 연방 한숨을 내쉬었다. 그럴 만도 했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만 명 이상 수용이 가능한 야구장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설령 있다손 쳐도 기존 프로야구단의 홈구장이나 제2구장으로 쓰이고 있었다.
유력한 창단 후보지로 경기도 안산시가 있긴 했다. 안산은 수년 전부터 새 구단 창단을 전제로 돔구장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전임시장이 부패혐의로 구속되고, 신임시장이 부임하며 돔구장 건설 계획 자체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안산을 연고지 삼아 새 구단을 창단하겠다는 이들도 보이지 않았다.
지난 11월 미국인 사업가가 “돔구장을 지어주면 10구단을 창단하겠다”며 KBO에 창단 의향서를 제출하긴 했다. 하지만, KBO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미국인 사업가가 새 구단을 창단하는 건 무리라고 판단했다. 야구계 일각에서도 “국외 투기자본이 프로야구까지 진출하는 게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에 자극받아 2, 3개 기업이 10구단 창단 의지를 밝히면서 더는 ‘마땅한 연고지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순 없게 됐다. 다행히 대안이 나오기 시작했다.
먼저 경기도 수원시다. 수원엔 최대 2만 명 수용이 가능한 야구장이 있다. 2008년까지 현대가 홈구장으로 사용했을 정도로 구장 상태도 양호하다. SK 박진만은 “수원구장은 천연잔디라 인조구장보다 부상위험이 덜 하다”며 “프로야구 선수들이 매우 선호한 구장이었다”고 회상했다.
인구도 120만 명에 육박해 통합 창원시보다 오히려 많다. 성남, 안양, 용인, 안산, 화성시와 맞붙어 있어 잠재 고객층도 300만 명 이상이다. 수원시 고위관계자는 “한때 수원구장을 하프 돔으로 만들어 프로야구단을 유치하자는 목소리가 있었다”며 “그러나 원체 현대 시절 관중이 적어 검토 단계에서 흐지부지됐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시에서 구장관리의 어려움을 들어 기존 천연잔디를 인조잔디로 교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그러나 야구계가 확실한 기업을 물색해준다면 수원시의 재정과 규모를 고려할 때 프로야구단 유치는 그리 힘든 일이 아닐 것”이라고 귀띔했다.
<일요신문>의 취재결과 경기도 성남시와 고양시도 프로야구 유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성남은 전임 이대엽 시장 재임 때부터 프로야구단 유치를 검토했다. 풍부한 시 재원을 바탕으로 언제든 구장을 지을 수 있다는 자세였다. 그러나 당시엔 창단 희망기업이 없어 ‘짝사랑’에 그쳤다. 고양시 역시 지난해 일산에 ‘국가대표 야구훈련장’을 지으며 내심 프로야구단 유치를 바랐다. 그러나 성남처럼 창단 희망기업이 없어 곧바로 바람을 접었다.
하지만, ‘10구단은 인구 1000만의 경기도에 들어서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으며 성남과 안양이 유력 연고지로 부상하고 있다. 두 시의 관계자들 역시 타당성 검토에 들어갔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