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도 인정한 ‘기찬 끝맛’
▲ 세 번 덖은 연잎을 넣어 발효시키는 백련막걸리. 왼쪽은 신평양조장 김용세 씨가 막걸리의 주원료인 찐 밥을 펼쳐서 식히는 모습. |
막걸리가 조명을 받으면서 전통양조장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꽤 늘었다는 소문이다. 충북 진천에 있는 덕산양조장과 청도 운문사 근처의 동곡양조장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겠는데, 막걸리 마니아들이라면 이곳도 한 번 들러보라고 권하고 싶다. 충남 당진의 신평양조장. 77년 전통을 지닌 곳으로 지난해 8월 청와대 만찬장 전통주로 선정된 막걸리를 만드는 곳이다.
삽교호함상공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신평양조장은 그야말로 세월의 흔적이 여실히 느껴지는 곳이다. 양조장 시작 당시 지은 그 건물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열고 닫을 때마다 ‘나 왔소’ 알리는 듯 유리문의 호차 소리가 드르륵 드르륵 난다. 노란색 빈 막걸리 상자들이 한쪽 벽면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그런데, 왠지 술은 이런 곳에서 빚어야 제맛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신평양조장은 1933년부터 막걸리를 만들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살균막걸리를 만드는 곳이 아니다. 유산균이 살아 숨 쉬는 생막걸리를 맛좋게 빚는다. 대표주는 백련막걸리다. 세 번 덖은 백련(하얀 연꽃)의 이파리를 넣어 발효시킨 막걸리다. 일종의 실험이었는데, 이것이 소위 ‘대박’을 쳤다. 몸 안의 노폐물을 제거해주는 연잎 특유의 효과와 목넘김이 부드러워 소문이 난 것. 지난해 8월에는 청와대 만찬 공식 전통주로 선정되기까지 했으니 더 말해 무엇 할까. 실제로 백련막걸리는 톡 쏘는 탄산의 맛과 그리 걸쭉하지 않은 농도, 깔끔한 끝맛이 일품이다.
그런데 단지 연잎에서만 신평양조장 백련막걸리의 술맛을 찾으면 안 된다. 일단 이곳에서는 좋은 재료를 쓴다. 보통의 양조장은 수입쌀을 쓰는 경우가 많다. 수지타산 때문이다. 우리 쌀이 비싸니 막걸리 값이 올라가고 그러다보면 경쟁력을 잃게 된다. 전통주를 빚는데 수입쌀이라….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불편한 진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신평양조장은 당진에서 생산하는 해나루쌀을 쓴다. 수입쌀의 다섯 배 가격이다. 부담이 만만치 않았지만, 맛좋은 막걸리를 만들면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고 그래서 조금 더 팔면 얼추 손해는 보지 않겠다는 계산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이런 좋은 재료와 함께 백련막걸리는 3대의 열정이 첨가돼 결실을 맺었다. 1988년 작고한 1대 김순식 씨에 이어 2대인 김용세 씨(68)가 현재 양조장을 꾸려나가고 있는데, 거기에 누구나 동경하는 ‘S 전자’를 다니던 3대 김동교 씨(37)가 동참했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길잡이: 서해안고속국도 송악IC→삽교호 방면 우회전→38번 국도→운정IC교차로에서 우회전→34번 국도→남산육교 지나 신평교차로에서 우회전 후 다시 바로 우회전→신평농협오거리에서 좌회전 후 500m 직진→신평양조장 ▲문의: 신평양조장(http://koreansul.co.kr) 041-362-60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