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년 전 흔적 ‘또렷’
▲ 고현리 공룡발자국 화석. |
우리나라가 공룡의 집단서식지였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게 피부로 와닿지 않고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까. 그것은 아마도 공룡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 아닐까. 솔직히 공룡화석지로 유명한 곳들을 다녀 봐도 “이게 공룡발자국이고, 이게 공룡알”이라고 가르쳐주어야 ‘그런가보다’ 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마산 고현리의 것은 좀 다르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만큼 또렷이 발자국 화석이 남아 있다.
이제는 창원의 일부가 된 곳이 마산이다. 지난 7월 1일부로 마산과 진해가 창원시에 통합되었다. 마산은 아귀찜이 유명하다. 다른 지방과 달리 생 아귀로 요리를 하지 않고, 꾸덕꾸덕 말려서 찜을 한다. 이 아귀찜의 고장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룡화석지 중 하나인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익히 알려진 공룡화석지로는 경기 화성, 전남 해남·여수·보성, 경남 고성 등이 있다.
마산 공룡화석지는 진동면 고현리에 있다. 마산의 서남쪽에 자리한 고즈넉한 어촌으로, 고성의 잘 알려진 당항포 공룡화석지가 이곳에서 멀지 않다. 해안으로 난 도로를 따라 20분쯤 달리면 닿는다. 고현리와 고성을 잇는 해안도로는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아주 좋다. 77번 국도를 타고 고성 방면으로 달리다보면 작은 섬과 어선들이 어우러진 풍경이 남쪽으로 보이는데, 자꾸만 멈추게 된다.
고현리 공룡화석지는 고현부두 방파제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고현 우산초등학교를 지나 왼쪽으로 바닷가를 향해 달리면 방파제가 나온다. 공룡화석지는 이곳에서 벼랑을 끼고 걸어가야 한다. 이정표가 잘 갖춰지지 않은 편이라 찾기가 다소 힘들다. 공룡화석지 바로 옆에는 전진조선소가 있다. 말이 좋아 조선소지 흔히 보는 그런 거대 선박을 건조하는 곳이 아니다. 소형 어선들을 만들거나 수리하는 곳이다.
고현리 공룡화석지에는 20마리의 공룡 발자국 화석 400개가 확인되었다. 이들 화석은 약 1억 년 전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공룡은 중생대 쥐라기부터 백악기까지 서식했던 거대 파충류로 고현리의 것들은 두 발로 걸어 다니는 초식성 공룡인 이구아나룡의 일종으로 밝혀졌다. 이 화석이 주는 정보에 의하면 땅바닥을 디디고 서는 뒷발의 크기가 약 35㎝, 폭이 32㎝ 정도다. 드문드문 발자국이 찍혀 있는 것이 아니라 한데 모여 있는 것으로 보아 집단 서식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발자국은 약 5㎝ 정도 깊이로 파여 있다. 파도가 치면서 이 작은 발자국 웅덩이에 바닷물이 찰랑찰랑 찬다. 이곳의 발자국은 그 모양을 아주 잘 알 수 있을 정도로 확실히 ‘찍혀’ 있다. 이런 곳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발자국은 파도에 의해서 바위가 깎이면서 드러난 것들이다. 지금이야 이곳이 바다에 속하지만 바위의 형질 분석 결과 하천이나 호수 지역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 발자국은 지역의 자연 환경 변화를 연구하는 데도 소중한 자료로 여겨지고 있다.
한편 발자국화석지가 있는 고현리에는 수협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새벽 4~5시께 수산물 경매가 이루어진다. 새벽잠의 유혹을 뿌리치고 한번 구경해보는 것도 좋겠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길잡이:
중부내륙고속국도 내서분기점→남해고속국도 서마산IC→5번 국도→마산 화원구→서성광장사거리에서 우회전→2번 국도→진동면 지산교 지나 좌회전→고현리 공룡발자국 화석지 ▲문의 : 통합창원시 문화체육국 055-225-2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