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 안 씨에 징역 5년 선고…“학대 방관해 비난 가능성 커”
14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정인 양 양부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이상주 부장판사)는 14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장 씨의 선고 공판에서 “주위적 공소사실(주된 범죄사실)인 살인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누워있는 피해자의 복부를 발로 밟는 등 강한 둔력을 가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로 인해 당일 췌장 절단과 장간막 파열이 발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상을 입은 상태였던 피해자의 복부에 강한 충격을 가할 경우 치명적 손상이 발생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며 “폭행 후 119신고를 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입양 후 한 달여가 지난 후부터 피해자를 상습 학대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만행으로 사망하게 했다”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무참히 짓밟은 비인간적 범행인 만큼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해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도록 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이날 장 씨가 정인 양을 상습 학대·폭행한 사실은 인정하면서 사망 당일 살해의 의도를 가지고 배를 밟는 등 강한 충격을 가한 사실은 없다고 강조했다. 사인이 된 장간막·췌장 파열 역시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아이를 떨어뜨리거나 CPR을 하는 것으로는 췌장 절단·장간막 파열 등 심각한 손상이 발생하기 어렵다”며 “피고인의 손이나 발등 신체 부위로 복부에 강한 둔력을 가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정인이의 우측 대퇴부와 후두부, 늑골 쪽 상처 등도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폭행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정인 양을 학대하고 아내의 폭행·학대를 방조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 등)로 함께 기소된 양부 안 아무개 씨에게는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재판 후 안 씨는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양부로서 아내의 양육 태도와 피해자의 상태를 누구보다 알기 쉬운 위치에 있었는데도 학대 사실을 몰랐다는 변명만을 하고 있다”며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오랜 기간 학대를 방관해 비난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질타했다.
정인 양은 지난해 1월 장 씨와 안 씨 부부에게 입양됐다. 이후 정인 양 얼굴과 온 몸에는 멍과 큰 상처들이 자주 발견됐다. 결국 지난해 5월부터 총 세 차례에 걸쳐 장 씨와 안 씨에 대한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은 구체적인 학대 물증을 찾지 못했다며 정식 사건으로 전환하지 않았고 분리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 정인 양은 지난해 10월 13일 사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따르면 정인 양의 사인은 췌장 절단으로 인한 복강막 출혈이다. 국과수는 췌장 절단 외에도 복수의 장기 손상과 광범위한 출혈이 있었다는 결과를 내놨다. 발생 시기가 다른 골절상 7곳과 다수 피하출혈 흔적도 발견됐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