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의 진품 판정 근거인 ‘소장 이력’ 허위로 밝혀져…김상민 전 검사 청탁금지법 항소심 핵심 쟁점으로
#이 화백의 지인 소장품이라더니…

2022년 7월 이 작품을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한미연)에 의뢰한 A 씨는 작품 및 소장 경위를 적는 란에 “2022년 6월 25일 일본에서 들어온 작품. 이우환 선생님의 지인(B 씨)으로부터 직접 의뢰받아 판매된 작품임”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B 씨에 대해서는 “이우환 선생님이 한국에 오시면 모시고 다니는 분”이라고 구체적인 친분 관계를 덧붙였다. 같은 달, 한미연은 진품 감정서를 발급했다.
그러나 A 씨가 작성한 프로비넌스(예술품 소장 이력서)의 내용은 허위사실이었다. 실제 그림 낙찰자인 B 씨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이 화백과는 실제로 알지 못하는 사이”라며 “해당 작품은 2022년 6월 대만 군소 갤러리가 운영하는 온라인 경매에서 직접 낙찰받은 것이고, 구입 당시 프로비넌스나 감정서는 첨부돼 있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프로비넌스는 진위 판정을 위한 중요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위작 논란이 많은 작가의 작품일수록 작품이 언제 제작돼 어디에 전시됐고, 누가 소장해왔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 감정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앞서 일요신문은 해당 작품이 최초 유통된 화랑에서도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단독] 김건희 일가 ‘이우환 그림’, 최초 판매 화랑서도 ‘출처 공백’).
B 씨의 진술 내용을 보면 오로지 자신의 안목을 믿고 이 작품을 진품으로 확신한 것으로 보인다. “(미술을) 오랫동안 좋아했기 때문에 느낌으로 판단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만 프로비넌스가 거짓으로 쓰인 이유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그렇다면 이 그림이 일본에서 왔고, 이 화백 지인의 소장품이라는 프로비넌스 내용은 A 씨가 거짓으로 기재한 것이냐’는 변호인 측 질문에 “예”라고 했다가 “A 씨가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며 모호한 답을 내놓기도 했다.
B 씨는 이 작품을 3750만 원에 구매한 뒤, 같은 달 지인을 통해 두 번째 소장자인 A 씨에게 9000만 원에 넘겼다. 이 작품은 이후 2023년 1월 아트딜러 C 씨의 중개를 거쳐 1억 4000만 원에 김 전 검사 측으로 전달됐다.
#한미연, 감정 후 허위 프로비넌스 인지

다만 감정 결과를 바꾸지는 않았다. 그림 뒷면에 있는 작가의 서명과 그림에 사용된 안료, 표현 기법의 연대감 등이 작가의 기존 작품과 일치했다는 것이 그 근거다. 한미연 측은 2025년 8월 김건희 특검의 2차 감정 의뢰에서도 진품이라는 동일한 의견을 유지했다.
이에 반해 한국화랑협회 측은 고배율 현미경 분석에서 이우환 화백의 작품에서는 사용된 적 없는 유리 조각 성분이 검출됐다는 것을 근거로 위작이라고 판단했다. 과거 위작 사건에서만 나타났던 성분이 이번 그림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됐다는 것이다. 안료 색상과 캔버스 구조 역시 기존 위작 사례와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는 점도 위작 판정의 근거로 들었다.
김 전 검사 측은 한미연의 1차 감정 결과가 조작된 소장 경위를 전제로 도출된 오염된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미연이 ‘작가 지인의 소장품’이라는 허위 사실에 경도돼 위 작품이 진품이라는 예단을 가진 채 감정을 진행했을 수 있다는 취지다.
김 전 검사의 변호인인 현동엽 변호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해당 작품에 대해 ‘감정 불가’ 판단을 내렸다”며 “작품이 위작일 경우 미술품으로서의 객관적 가치 자체가 없거나 극히 낮아져 인정되기 어려우며, 청탁금지법 적용 기준인 ‘100만 원 초과 금품’ 요건도 충족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특검 측은 실제 감정 결과와 무관하게 거래 당시 쌍방의 ‘인식 가액’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맞선다. 설령 위작이라 하더라도 주고받은 당사자들이 1억 4000만 원 상당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거래했다면 그 금액을 수수액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오는 17일 화랑협회와 한미연 측 관계자를 직접 법정에 불러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청탁금지법상 수수 액수가 100만 원을 초과해야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재판부가 두 기관의 감정 결과를 어떻게 평가할지가 이 사건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한편 김 전 검사는 김건희 씨에게 그림을 전달하고 공천을 청탁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해선 그림이 김건희 씨에게 전달된 것이 확실하지 않다며 무죄를 선고하고,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준비하며 선거 차량 비용을 대납받은 혐의에 대해서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