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별장 33곳 호화생활 종결자
▲ 김정은의 초호화 신축공관(점선 표시 부분)은 지근거리의 김정일 집무실과 지하통로로 연결되어 있다. 사진제공=데일리NK |
<일요신문>은 대북 전문가와 드러난 여러 정황을 통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내 로열패밀리의 생활상을 낱낱이 파헤쳐 봤다.
지난해 12월 31일 영국 <텔레그래프>에 의해 공개된 김정은의 신축공관은 세인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비록 위성사진이기 때문에 정확한 외형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주변 건물과 얼핏 비교해 봐도 비교가 안되는 규모를 자랑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요신문> 확인 결과 이번에 공개된 김정은의 신축공관은 이미 지난해 10월 국내 북한전문매체인 <데일리NK>에 의해 보도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월 5일 기자와 만난 <데일리NK> 박인호 편집국장에 따르면 최근 공개된 김정은의 신축공관은 생모 고영희가 생전에 사용했던 15호 관저를 철거하고, 지난해 7월 신축한 것이라고 한다. 평양 김정일 집무실의 지근거리에 위치해 있어 김정은이 갖고 있는 후계자로서의 상징성이 엿보인다. 김정일 집무실과 지하통로로 연결되어 있어 개인전차로 이동이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김정은의 초호화 공관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공개된 것 외에도 북한 지역 전역에는 김정일 일가를 위한 호화별장 수십 개소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이 제공한 2009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북한 전역에 김정일 일가의 로열패밀리를 위한 전용별장만 33개소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총면적이 3366만㎡(1020만 평) 규모로 분당과 일산 신도시를 합친 면적과 맞먹는다. 국감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전용별장에는 거액의 개·보수비가 매년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과 2009년 사이에만 3700만 달러(약 410억 원)가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정일 일가의 별장들은 대체로 자연경관이 빼어난 명산과 바닷가 등에 위치하고 있다. 각 별장에는 연회장, 낚시터, 승마장, 사냥터 등 각종 호화레저시설이 들어서 있다. 또한 로열패밀리만이 이용할 수 있는 전용철도가 연결되어 있다.
<데일리NK> 박인호 편집국장은 이러한 호화별장 중에서도 함경남도 락원군에 위치한 서호별장을 초호화 별장 1순위로 꼽았다. 박 국장은 “서호별장은 로얄패밀리 호화생활의 끝을 보여준다. 바다 수평선 아래로 3층, 위로 7층 규모의 해저별장으로 두께 10㎝ 특수유리를 통해 수심 100m 바다 속을 훤히 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일종의 자연 아쿠아리움인 셈이다”라고 말했다.
서호별장 외에도 온갖 해양스포츠 시설이 마련되어 있는 원산별장, 전용 골프 코스가 들어서 있는 진달래별장, 완벽한 사냥터로 유명한 연풍호별장 등이 김정일 일가가 자주 애용하는 별장이라고 한다.
이러한 전용 별장 등 호화시설에서 즐기는 로열패밀리의 평소 취미생활 역시 남다르다. 첫 손가락에 꼽는 것은 잦은 파티다. 박 국장의 설명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태양절이나 구구절 같은 국가기념일은 물론 평소에도 틈틈이 파티를 연다고 한다. 이 파티에는 항상 기쁨조의 선정적인 공연이 동반된다. 김 위원장의 전속 요리사 출신인 후지모토 겐지는 “김정일이 언제는 신천초대소에 비밀파티를 열어 기쁨조 무희의 옷을 모두 벗겨 놓고 간부들과 춤을 추게 한 적이 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러한 문란한 파티문화는 중간급 이하 간부들 까지 퍼져 최근에는 평양 술집 곳곳에서 이러한 김정일식 파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한다.
후지모토 겐지의 증언에 따르면 사냥 역시 김정일의 중요한 취미생활 중 하나다. 사냥은 보통 북한의 산림자원보호구역에서 이루어진다. 사냥 자체가 호화로운 취미라고 할 수는 없지만, 문제는 사냥터 관리방식이다. 각 지역 당 간부들에 의해 관리되는 사냥터 안에는 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다. 이는 야생동물이라기보다는 집짐승에 가깝다. 당 간부들은 김 위원장에게 인정받기 위해 사람먹이에 아까운 상당량의 식량을 동물들에게 먹인다. 이렇게 길러진 동물들은 김 위원장의 사냥감으로 쓰인다.
이 외에도 영화광인 김 위원장은 자신의 별장에 호화로운 영상시스템을 갖춘 개인 영화관을 세워 놓고 밤새 영화를 즐기는 일도 많다고 한다.
운동광인 후계자 김정은은 특히 농구를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겐지의 증언에 의하면 대부분의 별장에는 상당 수준의 전용 농구장이 들어서 있다고 한다. 원산이나 창성별장에는 더블 코트 전용경기장까지 갖추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김정은의 취미생활을 위한 것이다.
로열패밀리의 식단표는 진시황의 그것과 견줄 정도라고 한다. 겐지가 자신의 저서를 통해 공개한 2001년 3월 로열패밀리의 식단표를 살펴보면 누구나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뱀장어에 캐비어를 곁들인 ‘뱀장어 캐비어’, 상어 지느러미를 소라와 함께 끓인 ‘상어날개소라탕’, 송이 등 고급버섯으로 조리한 ‘일품버섯볶음’ 등 고급요리들이 즐비하다. 또 술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기분에 취해 동석한 사람들에게 수만 달러의 팁을 뿌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로열패밀리가 소유한 사치품 목록도 눈에 띈다. 북한은 매년 상당량의 수입차와 명품시계를 밀수입하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전형적인 스피드광으로 차에 욕심이 많다. 주요 소유차량으로는 벤츠, 재규어, BMW, 센트라, 셀시오 등이 있다. 후계자 김정은의 경우 특별히 명품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둘째 김정철은 명품 오클리 선글라스를 즐겨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러한 로열패밀리의 사치스러운 생활은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까. 외부에 잘 알려진 것처럼 이들은 해외 비밀계좌에 상당량의 개인 비자금을 두고 있다. 최근까지 국제사회를 통해 일부 계좌가 동결되기도 했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숨겨진 계좌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열린북한방송>의 하태경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러한 비자금 대부분은 마약, 위조지폐, 위조품 등 불법 활동을 통해 모아진다. 개혁개방 의지가 없기 때문에 달리 비자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정일 일가의 이러한 사치생활상은 현재 북한 주민들의 생활과는 매우 동떨어진 것이다. 북한전문서적을 출판하고 있는 서동익 자료원 대표는 1월 5일 기자와 만나 “얼마 전 토끼풀을 먹다 죽은 여자 꽃제비가 공개된 적이 있다. 김정은과 그 꽃제비를 비교해봐라. 많은 왕조국가의 권력자들이 호화생활을 누리고 있지만 현재 김정일 정권은 도가 지나치다”고 말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전직 김정일 요리사가 밝힌 로열패밀리 사생활
김정일 코냑·영화·파티 탐닉
최근 북한의 유례없는 3대 세습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세간의 이목을 끄는 책 한권이 출시됐었다. 지난 연말 맥스미디어에서 출간한 <북한의 후계자 왜 김정은인가>라는 책이다. 저자인 후지모토 겐지는 김정일 위원장의 전용 요리사 출신으로 1982년부터 북에서 탈출한 2001년까지 북한의 로열패밀리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장본인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북한 로열패밀리의 일상생활을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가히 최측근이 아니라면 불가능할 정도의 실생활이 구체적으로 묘사돼 있다. 이 책은 특히 후계자 김정은의 퍼스낼리티를 짐작케 하는 다양한 일화들이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예를 들어 김정은이 일곱 살 때 저자를 불같이 쏘아본 첫 대면이라든가, 마음에 안 드는 원로간부에게 발길질을 가했던 일, 스포츠에서 특유의 승부욕과 리더십을 발휘한 일 등 김정은의 어린 시절 일화들이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묘사돼 있다. 저자는 자신이 지켜본 대장동지 김정은의 생활상을 통해 왜 그가 북한의 후계자 반열까지 올랐는지를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저자는 아주 오래전부터 삼남 김정은이 ‘김정일의 후계자’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 저자는 책을 통해 로열패밀리의 소소한 일상들을 상세히 소개했다. 특히 코냑과 영화, 파티를 탐닉한 김정일의 모습은 무척 흥미롭다. 연회에서 기쁨조 무희들을 농락한 바 있는 그의 변태적 취향 등 지극히 사생활적인 부분까지 들춰냈다. 책에는 고영희와 김옥을 비롯한 김정일의 여자들도 등장한다. 특히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독재자 김정일의 머리를 사랑스럽게 쓰다듬는 고영희의 일화는 흥미로운 대목 중 하나다.
한편 저자는 2001년 북한 내부에서 신변의 위협을 느껴 일본으로 탈출한 뒤 두건과 수염으로 얼굴을 가린 채 생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겐지 씨를 일개 요리사라고 폄하하고 있지만 그는 아직까지 북한 로열패밀리를 가장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김정일 코냑·영화·파티 탐닉
최근 북한의 유례없는 3대 세습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세간의 이목을 끄는 책 한권이 출시됐었다. 지난 연말 맥스미디어에서 출간한 <북한의 후계자 왜 김정은인가>라는 책이다. 저자인 후지모토 겐지는 김정일 위원장의 전용 요리사 출신으로 1982년부터 북에서 탈출한 2001년까지 북한의 로열패밀리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장본인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북한 로열패밀리의 일상생활을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가히 최측근이 아니라면 불가능할 정도의 실생활이 구체적으로 묘사돼 있다. 이 책은 특히 후계자 김정은의 퍼스낼리티를 짐작케 하는 다양한 일화들이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예를 들어 김정은이 일곱 살 때 저자를 불같이 쏘아본 첫 대면이라든가, 마음에 안 드는 원로간부에게 발길질을 가했던 일, 스포츠에서 특유의 승부욕과 리더십을 발휘한 일 등 김정은의 어린 시절 일화들이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묘사돼 있다. 저자는 자신이 지켜본 대장동지 김정은의 생활상을 통해 왜 그가 북한의 후계자 반열까지 올랐는지를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저자는 아주 오래전부터 삼남 김정은이 ‘김정일의 후계자’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 저자는 책을 통해 로열패밀리의 소소한 일상들을 상세히 소개했다. 특히 코냑과 영화, 파티를 탐닉한 김정일의 모습은 무척 흥미롭다. 연회에서 기쁨조 무희들을 농락한 바 있는 그의 변태적 취향 등 지극히 사생활적인 부분까지 들춰냈다. 책에는 고영희와 김옥을 비롯한 김정일의 여자들도 등장한다. 특히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독재자 김정일의 머리를 사랑스럽게 쓰다듬는 고영희의 일화는 흥미로운 대목 중 하나다.
한편 저자는 2001년 북한 내부에서 신변의 위협을 느껴 일본으로 탈출한 뒤 두건과 수염으로 얼굴을 가린 채 생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겐지 씨를 일개 요리사라고 폄하하고 있지만 그는 아직까지 북한 로열패밀리를 가장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