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금 2100조 원 투입 고려…무료수업에 땅까지 주는 농장주 양성 대학 등장
중국의 한 농촌마을 풍경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다. 사진=연합뉴스
5월 7일 농업농촌부, 국가농촌진흥국 등 관련 부처는 농업농촌 13개 중점산업 및 투자계획을 공개했다. 종자개발, 농산물가공 및 유통의 현대화, 농업과학기술혁신, 농촌인재양성, 농촌인프라건설, 스마트농업추진 등을 골자로 한다. ‘환경정비 5년 캠페인’을 통해 농촌지역의 주거 환경 개선에도 각별한 공을 들인다. 또 농민의 지위 향상도 주요 목표다.
이는 식량 부족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시진핑 주석은 “음식 낭비 현상이 가슴 아프다”며 “입법·감독 등을 동원해 음식 낭비를 단호히 막으라”고 했다. ‘먹방’ 규제도 이뤄지고 있다. 당국은 식량 생산을 늘려 규모적인 빈곤을 막기 위해선 농업 발전이 시급하다고 판단한다.
류환신 농업농촌부 부부장은 “올해가 농촌 현대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면서 막대한 투자를 약속했다. 농민들로 하여금 금융당국 융자를 적극 받도록 하는 게 1차 방안이다. 보증은 국가가 직접 한다. 12조 위안(2100조 원)가량의 자금이 농촌 사업에 필요하다고 보는데, 이 중 9조 2000억 위안(1613조 원)이 대출금으로 쓰일 것으로 추산된다.
당국은 금융기관과 연계하여 책정된 자금이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농촌으로 흘러갈지 연구에 나섰다. 류환신 부부장은 “중앙 정부는 이미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했다. 다양한 프로젝트가 마련된다”면서 “농촌 마을의 편제를 신속하게 정비하는 일이 최우선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쟁적으로 도시로 떠나는 젊은 인재를 다시 농촌으로 불러들이는 일이 가장 시급한 대책이라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이론으로 무장한 새내기 농사꾼’ 양성 프로젝트다. 지난해 8월 산둥성엔 최초의 농장주 양성대학 ‘루왕사’가 만들어졌다. 이곳에선 무료로 농장주를 훈련시키고, 땅까지 준다. 대신 수익이 날 경우 그 일부를 받는 시스템이다.
루왕사엔 농사를 처음 접하는 젊은이들뿐 아니라 베테랑도 있다. 60세의 샹위펑은 40년 넘게 농사를 지었다. 그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었다. 밀 재배의 기초를 들었다. 40년 동안 농사를 지었지만 모르는 게 더 많다고 느꼈다”면서 “나도 어엿한 대학생이라는 긍지도 느낄 수 있었다”라고 얘기했다. 현재 루왕사엔 샹위펑과 같은 농사꾼이 80여 명 있다.
35세의 장옌성은 10년 전 농사를 시작했고, 이젠 어엿한 농장주다. 그는 루왕사에서 농사를 배운 8명의 젊은이와 오랜 경력의 농부 6명을 데리고 있는데, 시너지효과가 크다고 전했다. 그는 “대학에서 농사를 배운 젊은이들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는 빠르지만 실전 경험이 부족하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농지라고 다 같은 농지가 아니다. 겉으로 보기엔 비슷한 땅 같지만 말이다. 베테랑 농부들은 땅에 맞춰 농사를 지을 줄 안다. 대학을 갓 졸업한 농사꾼에게 부족한 실전 경험을 알려줄 수 있다는 뜻이다. 학위를 딴 젊은이들은 ‘땅의 기운’을 알고, 베테랑들은 신식을 배운다. 이를 잘 버무려 재배하면 실패가 없다.”
39세 농장주 동샨후이는 심양농업대학에서 석사까지 받았다. 일반 회사를 다니다가 농업에 뛰어들었고, 올해 ‘슈퍼 밀’을 재배하는 데 성공해 화제를 모았다. 장옌성도 루왕사 출신 직원들과 함께 흑밀, 찰옥수수 등 신품종 개발에 나선 상태다. 장옌성은 또한 직원들에게 더 큰 자주권과 수익분을 보장했다. 현재 20만 위안(3500만 원)의 초봉을 주고 있는데, 이는 대기업 직원보다 더 많은 금액이다.
당국은 이러한 성공 사례를 적극 홍보하고, 루왕사를 시범 지구로 선정하는 등 적극 지원에 나섰다. 또 비닐하우스 기술 개발에도 많은 투자를 한다는 방침이다. 중국은 전세계 비닐하우스의 75%를 차지하고 있는데, 비효율적이고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