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짱 시의원 뜨자 관광객들 우르르~
너무 미인인 ○○’ 붐을 처음 일으킨 주인공은 아오모리현 하치노헤시 후지카와 유리 의원(자민당 소속)이다. 여성 정치가가 드문 일본 정계에서 만 30세의 젊고 예쁜 시의원에 대한 관심은 대단하다. 그녀는 하치노헤시 의원이었던 아버지가 두 번이나 연거푸 선거에서 고배를 마시자 2007년 자신이 직접 선거에 나섰다. 전업주부가 되길 원했던 아버지의 바람과는 달리 그녀는 시의원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당선됐다. 정계에 입문한 후에는 아이들 보육 시설 확충과 노인 수발 보험료 인하 등의 정책을 내걸고 활약하고 있다.
그녀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자신의 브로마이드를 끼워주는 특산물 도시락을 만들어 팔기도 했다. 점점 인기가 높아지자 2008년에는 사진집과 사진 DVD 등을 냈다. 이듬해에는 스페인 대중지 <20미누토스>에서 실시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정치가’ 인터넷 투표에서 65명 중 1위를 차지해 또 한번 화제가 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버지 친구인 민주당 의원과 스캔들이 터져 나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어쨌든 미인 의원이 큰 화제가 된 덕택에 관광불모지였던 하치노헤시에는 관광객이 급증했다.
경제학자 아이자와 고에쓰 씨는 ‘너무 미인인 ○○’ 열풍의 주인공들이 가져오는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결과 후지카와 의원의 경제적 효과가 가장 높다고 밝혔다. 후지카와 의원 당선 후 하치노헤시에 몰려든 관광객들이 쓴 숙박비, 식비, 교통비, 특산품 구입비 등이 무려 36억 엔(약 494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2009년 풋풋하고 싱그러운 스무 살 나이에 고향 해녀 페스티벌에 나왔다가 공영방송 NHK에 소개된 오무카이 미사키 씨. 일본에서도 희귀한 직업인 ‘해녀’에 그것도 ‘너무 귀여운 해녀’로 이름을 널리 알린 오무카이 씨 덕분에 바닷가 마을 이와테현 구지시는 관광객이 급격히 증가해 즐거운 비명을 지를 정도였다고 한다.
월급이 겨우 7만 엔(약 96만 원) 정도인 오무카이 씨가 지역에 가져온 경제효과는 놀라울 정도다. 오무카이 씨는 유명세를 타자 지역 홍보 도우미로도 활약했는데 덕분에 지역의 특색 있는 박물관인 ‘해녀센터’는 최근 증축까지 할 수 있게 됐다. 해녀센터에서 해녀가 성게를 잡아주는 장면을 관람할 경우 비교적 비싼 5000엔(약 6만 8000원)을 요금으로 내야 하는데도 미녀 해녀의 인기로 관람객 발길이 끊이지 않아 증축 비용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
이 미인 해녀 오무카이 씨의 경제효과는 8억 엔(한화 109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매스컴의 밀착 취재 등으로 더 이상 해녀를 못하겠다고 선언하고 은퇴한 오무카이 씨는 지난해 동료와 함께 해녀의 전통과 풍습, 바다속 생활을 담은 DVD <북방 한계 해녀>를 찍었다. 그녀의 인기를 증명하듯 AV업계에서도 배우를 해녀로 분장시킨 패러디물 <너무 미인인 가슴 큰 해녀> 시리즈를 내놨다.
36세의 마쓰이 후유코 씨는 도쿄예술대에서 동양화가로는 최초로 박사 학위를 받은 재원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눈매로 일본 내 ‘너무 미인인 ○○’ 조사에서 톱 미인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아름다운 외모와는 전혀 달리 그녀의 그림에서는 고통에 찬 여자나 섬뜩해 보이는 여자가 자주 등장한다. 논문 주제도 ‘시각으로 깨닫는 고통의 불가해성’이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그녀의 그림은 ‘유령화’ ‘시체화’로도 불린다. 결혼 후에도 그림을 계속 그려 ‘아픔을 미로 승화시켰다’는 평단의 극찬을 받은 그녀는 여성지나 미술지의 표지를 장식하는 미인 화가로 이름을 높이는 중이다.
오보에 연주자인 아버지를 따라 독일에서 수학한 27세 바이올리니스트 미야모토 에밀리 씨. 그녀는 빼어난 바이올린 실력과 긴 생머리의 청순한 외모로 미인 대열에 올랐다. 흥미로운 점은 그녀가 남성뿐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것. 그녀의 2010년 연주회 제목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일하는 여자들에게 보내는 선물’이었다. 미야모토 씨가 일으키는 직접적 경제효과는 3억 엔(약 41억 원)으로 분석됐다.
명품 브랜드가 즐비한 도쿄의 긴자에서 개업을 하고 있는 36세 현역 치과의 나카타 아야 씨. 충치예방 홍보대사로 활약하면서 과감하게 몸매를 드러낸 수영복과 속옷 사진집을 내 화제를 모았다. 대도시에서는 편의점 수만큼 치과가 많아 5곳 당 1곳이 경영 적자로 허덕인다는 설도 있어 일부에서는 ‘경영이 어려워 사진집을 낸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도 있었다고 한다.
2007년 6명의 사원이 함께 공동 투자해 오픈한 이후 회원 수 20만 명의 일본 최대 패션 커뮤니티 사이트로 성장한 ‘푸페걸’(Poupée Girl)의 사장 모리나가 요시미 씨도 ‘너무 미인인 사장’이다. 그녀의 경제적인 파급효과는 고용 창출 등을 포함해 3억 3000엔(약 45억 원)이라고 분석됐다.
주간 <사피오>에 따르면 이런 미인들의 경제효과를 1인당 평균으로 내면 무려 13억 엔(약 177억 원)에 달한다. 이러한 결과는 관련 소비와 고용, 파급 효과 등을 산업관련 도표를 기초로 해서 산출한 것이라고 한다.
<여자는 갭이 있어야 한다>는 저서를 낸 정신과 전문의 나코시 야스후미 씨는 “희소가치가 높은 직업을 가진 미인일수록 대중들이 더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최근의 미인 붐을 분석했다. 남성들은 미모의 여성이 일반적인 직업이 아닐 경우 ‘수수께끼’ 같은 인상을 받아 더 알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나코시 씨는 또 남자들은 조직에서 집단적, 위계적으로 행동하는 게 보편적이라 이런 희소 직업군 미인들이 보여주는 독립적인 이미지에 반하게 된다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기존의 예쁜 아이돌이나 배우 등 TV만 틀면 나오는 연예인들에 질린 사람들이 ‘너무 미인인 ○○’ 붐을 신선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