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깜빡 잊는 당신 책상부터 치워라
▲ 영화 <김씨 표류기>의 한 장면. |
2010년 일본 10대 유행어로 선정될 정도로 널리 알려진 ‘단사리(斷捨離)’ 기술은 원래 요가의 정신수행 방식을 따온 것으로 불필요한 물건은 끊고(斷), 철저히 버리고(捨), 집착하는 마음을 벗어나는(離) 물건 정리 기술이다. 평범한 주부에서 수납 부문 카운슬러이자 컨설턴트로 변신한 야마시타 히데코 씨가 창안해 크게 붐이 일었다.
핵심은 집안이나 사무실 책상 등 ‘보이는’ 세계를 철저히 정리하면 인간의 의식과 머릿속 등 ‘보이지 않는’ 세계에도 변혁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 즉 주변을 깨끗이 하면 마음 속 혼란도 정리할 수 있어 궁극적으로 인생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정리를 잘하면 쓸데없는 것과 필요한 것을 명확히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 시간을 잘 관리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인간관계, 자아실현 등에도 충분히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래서 일에 치여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느낄 때나 인간관계가 뒤틀려 힘들게 느껴질 때일수록 더더욱 예전 자료나 서류 등을 버리는 책상 정리를 한차례 해야 한다.
‘써야 하는 게 물건이다’, ‘제대로 정리하면 수납할 필요조차 없다’, ‘편리해 보이는 정도라면 실은 없어도 되는 물건이다’, ‘정리를 잘하면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발견한다’ 등 실천방법 4계명을 머릿속에 외워두면 물건을 정리하기가 더 쉽다. 야마시타 히데코 씨는 “사물과 나 자신과의 관계성이 변하면 인생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멋진 일이 생길 거라 믿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물론 모두에게 정리가 쉽지만은 않다. 특히 정리를 잘 못하는 성격이라면 ‘단사리 기술’이 더 어렵게 느껴질 터. 문제 해결능력은 있는데 자꾸 미루는 ‘현실도피형’, 과거에 계속 얽매여 있는 ‘과거집착형’, 자신과 주변에 대한 믿음이 없는 ‘미래불안형’ 성격이 그렇다. 이 세 유형 중에서도 ‘과거집착형’ 성격은 가장 정리를 힘들어 한다. 특징은 과거 사진이나 편지, 영수증 등을 산더미처럼 쌓아놓는 것이다. 어렴풋하게나마 자신이 이 타입이라 느낀다면 무엇보다 ‘현재가 중요하다’고 자꾸 되뇌어야 한다.
버리기가 아깝거나 귀찮고, 정리가 정말 어렵게 느껴질 때는 어떻게 할까. 먼저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을 단순히 자신의 집으로 한정짓는 게 아니라 살고 있는 동네 전체로 확대시켜 생각하면 좋다. 예를 들어 ‘나무젓가락이나 고무 밴드 등 자질구레한 물건은 편의점에 가면 항시 있으니 괜찮고’, ‘책은 도서관에서 빌리면 되고’, ‘필요한 게 있으면 인터넷에서 찾아보거나 근처에서 금방 사면된다’는 생각을 하면 쉽다. 한마디로 꼭 자기가 가져야 할 필연성이나 장점이 있는 물건만 가지면 된다는 것이다.
그래도 힘들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도 좋다. ‘만일 해외로 이사 간다면 가지고 갈 것인가’, ‘혹시 집에 화재가 나서 타버리면 마음 한구석에서 속 시원하게 느낄 물건일 수도 있지 않은가’, ‘죽어서 관 속에 함께 넣어갈 만큼 소중한가’ 등 극단적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봐 필요 유무를 판단한다.
너무 완벽하게 정리해야 할 필요는 없다. 지나치게 정리에 매달리면 오히려 시간을 낭비하기 십상이다. 그 대신 파일이나 가계부 정리를 할 때 절대로 ‘기타’나 ‘그 외’ 등의 항목은 만들지 않는 게 좋고, 정기적으로 정리정돈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정리정돈을 잘하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도 된다.
‘단사리’ 기술을 쓰기 시작한 사람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지적하는 사항이 있다. 친구나 친지가 “언제든지 우리 집에 놀러와”라는 말을 하면 그게 진심인지 아닌지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자신이 주변을 정리해 보니까 ‘실은 집이 지저분해서 안 왔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의 표정과 말투를 금방 알아챌 수 있게 되었다는 것.
한편 건강정보 사이트 ‘어스인어스(earthinus)’에서 소개하는 ‘미니멀리스트 라이프스타일 기술’도 쓸 만하다. 이 기술에서 말하는 것 중에는 ‘8:2의 법칙’이 있는데, 인생에서 전체 행복은 ‘갖고 있는 물건에서 20%, 갖고 있지 않은 물건에서 80%’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미 난 충분히 갖고 있다’고 소리를 내어 말하는 동시에 수납할 장소가 아니라 ‘빈자리를 늘린다’고 생각하며 버리면 된다.
‘반 년 이상 쓰지 않는 것, 싫으면서 쓰는 것, 싫증난 것은 다 버린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순간적으로 필요한지 아닌지를 판단해 물건을 정리하면 편하다. 필요한 물건은 놓아둘 장소를 미리 정해놓고, 버리기가 정말 싫은 물건이 있다면 기부나 재활용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온 집안을 청소하기가 힘들다면, 필요에 따라 부분적으로 청소해도 좋다. 심신이 지쳐 불안할 때는 침실을 깨끗이 하는 게 좋다. 돈 문제로 고민한다면 화장실과 배수구를 청소하고 지갑을 정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건망증이 있으면 책상부터 깔끔히 한다. 과거에 집착하고 있다면 옷장이나 벽장, 창고 등 깊숙한 곳 등을 정리하자. 고민이 많고 잠이 안 올 때는 책꽂이를 정리하자.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다면 현관이나 신발장을 정리해 보고, 다이어트를 한다면 먼저 부엌과 냉장고를 치운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