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나라 보고 뽑나, 사람 보고 뽑지”
▲ 북한 장웅 IOC 위원이 지난해 열린 중국 광저우아시안게임 남자체조 단체전 시상식에서 메달 수여식에 앞서 손을 번쩍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2011년 7월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평창의 2018 동계올림픽 개최 여부가 결정된다. 장 위원은 IOC 위원으로 당연히 투표권이 있다(후보도시가 속한 국가의 IOC 위원, 예컨대 한국의 이건희, 문대성 위원은 투표권이 없다). 장 위원은 평창에 대해 알토란 같은 정보와 진심어린 조언을 전했다.
―한국의 평창은 더반에서 세 번째 도전한다. 그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어제(5일) 기자회견이 있었는데 자크 로게 IOC 위원장도 “안시는 절대 나가지 말라”고 주문했다. 안시는 수장이 없고, 예산 부족 등의 문제가 있다(안시의 에드가 그로스피롱 유치위원장이 최근 예산문제로 전격 사퇴한 바 있다). 후보도시는 다음 주 화요일(11일)까지 유치파일을 IOC에 접수해야 하는데 안시는 아예 신청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쨌든 더반에서는 결선투표 없이 뮌헨과 평창이 한 번의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평창은 앞서 두 번은 1차에서 1위를 하고도 결선투표에서 역전패했다). 개인적으로 현재로서는 완벽하게 5 대 5라고 본다. 한국이 절대 낙관해서는 안 된다.
―평창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유치위원회 관계자나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먼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막연한 기대는 하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 민족은 ‘운명에 맡긴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은데 유럽 사람들은 다르다. 확실하게 주판 튕겨가며 나선다. 둘째, 인사치레로 하는 말들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 7월의 실제 투표는 102명 정도가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표 계산을 하면 204표가 나온다. IOC 위원들 모두 뮌헨과 평창을 다 지지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 걱정되는 것은 바로 한국의 취약점이다.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이 퇴진한 후 IOC 위원들 입장에선 한국 유치위원회 사람들이 모두 새얼굴들이다. 즉 IOC 위원들과 유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하겠다. 우리 IOC 위원들이 모이면 농담 삼아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리우에게 투표했나 누즈만에게 투표했지”라고(리우는 2009년 시카고 도쿄 마드리드를 제치고 2016년 하계올림픽 개최권을 따냈다. 누즈만(Calros Nuzman)은 브라질 IOC 위원을 말한다). 한국은 이런 게 약하다.
―한국도 문대성 선수위원은 경력이 짧지만 이건희 위원이 있다.
▲IOC에서 이건희 씨 등 재벌 출신은 보통 다른 IOC 위원들과 친분이 두텁지 않다. 사업하느라 바쁘니 가끔씩 얼굴을 비추고 오면 밥 먹고 한다. 친분을 쌓을 기회가 많지 않다. 이건희 위원은 또 한국 내 사법처리, 그리고 건강상의 이유로 수년간 IOC 활동이 뜸했다. IOC 위원들 간에 친하다고 하면 정말 속에 있는 얘기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 집 문제, 아이들 얘기 이런 것까지 말이다. 이 위원은 이런 게 힘들다. 한국에서는 삼성이 올림픽 스폰서이고 재벌이라 다르지 않느냐고 하는데, 여기 와서 보면 왕족도 한둘이 아니다. 오바마가 와서 호소해도 1차에서 탈락시키는 것이 IOC 위원들이다.
#IOC가 바라보는 태권도
―태권도의 미래가 걸려 있고, 또 한국의 올림픽 경쟁력과도 관련이 깊다. 바로 태권도의 올림픽 퇴출 얘기다.
▲태권도에 말이 많은 게 사실이다. 오히려 당사자는 모르는 법이다. 일단 태권도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부터 조금씩 말썽이 있었고, 베이징(2008년)에서는 크게 말썽이 났다. 그리고 이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대만선수 문제 등 이미지가 아주 좋지 않다. 이런 계속된 문제를 향후 2년 안에 어떻게 다 씻어내느냐 하는 게 관건이다. 그리고 투표권이 있는 IOC 위원들의 경우, 태권도를 지지하는 사람도 많지만 반대하는 사람도 많다. 반대의 경우 IOC의 주류인 유럽위원들이 많다. 이들은 전자호구를 도입하자 펜싱하고 뭐가 다르냐며 ‘발 펜싱’이라며 폄하하고 있다.
#남북 체육교류의 문제
―체육이야말로 남북간의 화합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좋은 분야다. 향후 남북체육교류를 다시 살리기 위해 가장 쉽게, 그러니까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겠나.
▲흔히들 1970년대 중·미(중국과 미국) 관계개선이 핑퐁외교 덕이라고 하는데 이건 앞뒤가 바뀐 얘기다. 핑퐁교류 이전에 정치관계가 이미 교류를 필요로 할 만큼 무르익었다. 그 때문에 첫 단추로 핑퐁외교가 시작된 것일 뿐이다. 예컨대 북남체육교류도 그렇다. 시드니올림픽 동시입장도 6ㆍ15공동선언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결코 체육이 정치 위에 설 수는 없는 것이다. 정치는 체육이라는 매체를 이용한다. 일단 정치문제가 풀려야 한다. 이를 전제로 가까이는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멀리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 등이 계기가 될 수 있다.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북의 유명선수들(인민체육인이나 공화국영웅-계순희 정성옥 배길수 김광옥)은 근황이 어떤가.
▲평양 가서 얘기 들었는데 계순희(유도)는 대학을 졸업하고, 협회 일과 감독을 하고 있다. 정성옥은 마라톤협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고, 배길수(92바르셀로나올림픽 금 ‘안마왕’으로 유명)도 체조협회에서 일을 한다. 김광옥(여자복싱)과 리명훈(농구, 최장신 선수로 유명)은 감독을 하고 있다. 다들 잘 지낸다. 신년 초 공동 사설을 보니까, 공화국 차원에서 체육강국, 축구강국을 만들겠다고 나와 있다. 좋은 성적들이 많이 나올 것 같다.
―끝으로 한국의 지인들에 대한 안부, 그리고 <일요신문> 독자들에게 덕담 한 마디 부탁한다.
▲나가서 금메달 따면 남이든 북이든 다 좋은 일 아닌가? 런던올림픽도 다음 해이니 북남이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성과내자. 모든 분들이 새해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바란다. 민족이 우선 아닌가. 민족이 있어야 정치도 국가도 있는 것이다. 통일은 반드시 된다. 오늘이냐 내일이냐의 문제일 뿐이다. 참 김운용 전 부위원장은 IOC에서도 원로 어른이다. 가끔 전화 드리는데 앞으로 IOC에서도 명예회복이 좋게 잘 해결될 것이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다. 긴 시간 인터뷰 하느라 고생이 많았다. 고맙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
ITF 와 WTF 통합 가능성
“손바닥도 마주쳐야… WTF 반응 없어 포기”
장웅 위원은 2002년 ITF의 창설자인 최홍희 총재가 평양에서 사망하자 임시총회를 통해 새 수장으로 선출됐다. 장웅 ITF 외에 고 최 총재의 아들인 최중화 계열,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때 사망한 트란 콴 계열의 ITF도 있지만 장웅 총재가 WTF와 통합협상을 진행하는 등 IOC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장 위원은 WTF와의 통합 논의가 답보 상태로 머물러 있는 것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답보가 아니라 완전히 막다른 골목에 접한 상황이다. 이제 우리도 포기했다. 좀 설명하자면 ITF와 WTF의 통합은 2001년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이 IOC 위원장 선거에서 떨어진 후 우리 민족을 위해 좋은 것 한 번 찾아보자고 한 데서 시작됐다. 이어 2003년 8월 대구 U대회 때 문건 채택 등 공식화했다. 로잔에서 IOC와 함께 3차례 회의도 했다. IOC는 ‘통합만 해라. 그러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늘리는 것 등 요구조건은 무조건 다 들어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합의가 된 것이 하나도 없다. 11차례 만남 모두 우리가 먼저 제의했다. 그런데도 WTF 쪽 반응이 없어 뭐 나온 것이 없다. 이거야말로 고장난명이다. 그래서 포기했다. 지쳤다.”
장 위원은 WTF가 한국어를 공식 언어에서 제외한 것과 관련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WTF의 고참 해외사범 4명이 전화를 걸어와선 WTF가 한국어를 공식 언어에서 제외했다고 알려왔다. 그래서 내가 ‘필요없는 짓을 했다’고 답했다. 일단 IOC 규정을 따르려고 했다고 하는데 IOC 위원장이 요구한 사항은 확실히 아니다. 뭐 남의 집 일에 간섭하는 것 같고, 내가 말할 위치도 아닌 것 같다. 단 우리 ITF를 빗대서 설명할 수 있다. WTF가 이번에는 말 뽑은 것(한국어 제외)하고 본부이전 가능성 명기 2가지를 개정했다. 이 중 본부이전은 문제가 없다. 우리도 오스트리아 빈에 본부를 둔다고 돼 있던 것을 삭제한 바 있다. WTF도 서울이 아닌 다른 곳에 본부를 둘 수 있다고 하면 그건 납득이 된다. 하지만 우리말을 공식언어에서 제외한 것은, ITF의 경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ITF가 깨지는 일이 있어도 우리말은 지킬 것이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WTF 반응 없어 포기”
장웅 위원은 2002년 ITF의 창설자인 최홍희 총재가 평양에서 사망하자 임시총회를 통해 새 수장으로 선출됐다. 장웅 ITF 외에 고 최 총재의 아들인 최중화 계열,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때 사망한 트란 콴 계열의 ITF도 있지만 장웅 총재가 WTF와 통합협상을 진행하는 등 IOC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장 위원은 WTF와의 통합 논의가 답보 상태로 머물러 있는 것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답보가 아니라 완전히 막다른 골목에 접한 상황이다. 이제 우리도 포기했다. 좀 설명하자면 ITF와 WTF의 통합은 2001년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이 IOC 위원장 선거에서 떨어진 후 우리 민족을 위해 좋은 것 한 번 찾아보자고 한 데서 시작됐다. 이어 2003년 8월 대구 U대회 때 문건 채택 등 공식화했다. 로잔에서 IOC와 함께 3차례 회의도 했다. IOC는 ‘통합만 해라. 그러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늘리는 것 등 요구조건은 무조건 다 들어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합의가 된 것이 하나도 없다. 11차례 만남 모두 우리가 먼저 제의했다. 그런데도 WTF 쪽 반응이 없어 뭐 나온 것이 없다. 이거야말로 고장난명이다. 그래서 포기했다. 지쳤다.”
장 위원은 WTF가 한국어를 공식 언어에서 제외한 것과 관련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WTF의 고참 해외사범 4명이 전화를 걸어와선 WTF가 한국어를 공식 언어에서 제외했다고 알려왔다. 그래서 내가 ‘필요없는 짓을 했다’고 답했다. 일단 IOC 규정을 따르려고 했다고 하는데 IOC 위원장이 요구한 사항은 확실히 아니다. 뭐 남의 집 일에 간섭하는 것 같고, 내가 말할 위치도 아닌 것 같다. 단 우리 ITF를 빗대서 설명할 수 있다. WTF가 이번에는 말 뽑은 것(한국어 제외)하고 본부이전 가능성 명기 2가지를 개정했다. 이 중 본부이전은 문제가 없다. 우리도 오스트리아 빈에 본부를 둔다고 돼 있던 것을 삭제한 바 있다. WTF도 서울이 아닌 다른 곳에 본부를 둘 수 있다고 하면 그건 납득이 된다. 하지만 우리말을 공식언어에서 제외한 것은, ITF의 경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ITF가 깨지는 일이 있어도 우리말은 지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