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건 아니라고 한 것”
김 전 의원은 1997년 초임 검사로 임명돼 부산지검 형사1부에 갔을 때 정 전 후보자가 형사1부장이었다고 회고하면서 “인생의 모든 것을 자로 잰 듯이 단정하고 성실한 정동기로부터 배웠다”며 정 후보자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박 전 대표의 ‘최측근’인 그가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하려 했던 정 전 후보자에 대한 ‘옹호성’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부담감은 없었을까. 지난 14일 ‘소신발언’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직접 물어보았다.
―정동기 전 후보자가 낙마한 것에 대한 입장 표명이었나.
▲낙마 여부에 대해 잘 되었다, 잘못 되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나는 아무 의견이 없다. 다만 정 후보자를 ‘비리 인물’로 막 몰아붙이니까 그건 너무한 거 아닌가 싶었다.
―글을 올리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
▲7억 원의 급여를 받은 것에 대해 비리를 저질렀다고 표현한 것은 좀 아니라고 본다. 평소 그 사람이 비리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돈 많이 받았다는 것에 대해 감사원장 후보자로서 비난받는 것도 이해한다. 전관예우라는 비판도 인정한다. 하지만 비리 인물이라고만 하지 말아 달라, 그 이야기였다.
―여론을 감안하더라도 정 전 후보자에 대한 옹호성 발언을 하긴 어려웠을 것 같은데.
▲사람들이 ‘스폰서 검사 아니냐’ 그렇게까지 몰아가니까 내가 봤는데 안 그렇더라는 이야기를 해야겠다 싶었다. 적어도 아는 사람 누구 한 사람은 나서서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은 아니라는 이야기는 해줄 필요가 있지 않나. 사실이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래서 나섰는데 그게 옳은 일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좀 난처하다.
―대표적 친박계로서 현 정부에서 임명하려던 인물을 옹호하는 취지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내놓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다.
▲본인(정동기 전 후보)에게 과연 도움이 될지, 아닐지 판단이 서지 않아 사실은 글을 써놓고도 며칠 동안 망설이다가 올리게 된 것이다. 혹시 사람들이 ‘이 사람이 친박계하고도 알고 지냈어?’라고 생각해 거꾸로 나쁜 일이 될까봐 걱정이 되었다. 고민하다가 상황이 좀 너무하다 싶어서 글을 올렸다.
―정동기 전 후보자하고는 글 올리고 난 뒤로 통화는 하지 않았나. 혹시 고맙다는 말은 없었는지.
▲우리 사이에 고맙고 말고가 어디 있나(웃음). 그런 거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었다.
―친박계 내에서는 그런 글을 올린 것에 대해 불만을 표한 이들도 있었을 것 같은데.
▲뭐 불만을 가져도 그런 거 가지고 굳이 왜 그랬느냐 하는 분들은 없었다. 그리고 내가 정파적으로 그런 글을 올린 것도 아니었다.
김재원 전 의원 역시 박근혜 전 대표의 본격적인 대선 행보와 맞물려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듯했다. 김 전 의원은 단순히 박 전 대표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것을 넘어서 여러 가지 대선 정책 준비를 돕고 있는 상황이다. 오랜만의 전화통화였음에도 ‘대변인’ 출신답게 그는 기자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조만간 만나 뵙자”는 약속을 끝으로 전화통화를 마무리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