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로드레이스 현장. 사진=호켄하임 모토라드
느랏재는 경치가 좋고 바이크를 타기 좋았던 기억이 있어, 사고 소식은 개인적으로 안타까웠다. 이 사고를 계기로 느랏재를 키워드로 유튜브 검색을 해보았는데, 도로에 바이크를 세워놓고 지나가는 바이크 무리를 지켜보는 풍경들은 마치 20년 전 풍경을 담았던 잡지사의 사진처럼 뭔가 어색해 보였다. 아직도 이런 무리들이 있단 말인가?
춘천에서 홍천을 잇는 옛길인 느랏재. 고속도로가 생기며 통행량이 줄었고 지역은 찾는 사람도 적어졌다.
일반 도로는 모든 시민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다. 그 길에는 자동차도 있고 버스도 있고 자전거도 있다. 더 극단적으로 시골길에서는 저속 농기계나 보행자도 있을 수 있다. 심지어 동물도 튀어나온다. 공용으로 사용하는 공간인데다가, 예측 불가한 상황이 언제든 생길 가능성이 있는 도로는 모터사이클의 한계나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기에 좋은 장소나 옳은 공간이 아니다. 이륜차 운전자들이 이것을 모른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대형 이륜차는 함께 어울려서 즐기는 레저 활동이다 보니, 동호회 내지 함께 바이크를 타는 소그룹 사이에서 경쟁심리가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 있고 이런 에너지를 해소하고자 하는 방법 중 하나로 ‘목적지까지 빨리 가기’라던가, ‘누가 더 많이 눕나(코너 운행 시 이륜차가 기울어지는 것을 뜻함)’를 두고 경쟁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우리만의 놀이 문화’가 지속되다 보면 결국 위험한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호켄하임 모토라드 장명현 선수의 KSBK 로드레이스 주행 모습. 국내 로드레이스 현장. 사진=호켄하임 모토라드
이륜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건강한 레저 문화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라이더 스스로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진정으로 이륜차의 운전에 재미를 느끼고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자 한다면 그러한 공간에서 마음껏 즐기기 바란다. 스포츠 바이크를 즐길 수 있는 곳은 바로 서킷이다.
모터사이클로 서킷을 즐기는 문화는 이제는 일반적이다. 소수 특정인들의 문화라고 하기에는 입문의 비용이 적어졌고, 기회가 많아졌다. 완성차 브랜드에서 트랙데이를 주최하기도 하며, 트랙 이벤트를 만드는 프로모터를 통해 트랙 행사에 참가하는 방법도 있다.
두카티 트랙데이 현장
대표적으로 잘 하고 있는 완성차 브랜드는 두카티다. 이탈리안 레이싱 DNA를 표현하는 브랜드답게 연 4회에 걸쳐 트랙데이는 물론 원메이크 레이스까지 개최하며 트랙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브랜드에서 주최하는 트랙데이는 손님 자격으로 참가하는 만큼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많이 누릴 수 있다. 특히 차량 이동에 대한 부담과 참가 비용에 대한 비용이 적은 것이 큰 장점이다.
두카티 SRS 송규한 선수 주행 모습. 두카티 파니갈레 V4 R을 타고 질주하고 있다. 사진=두카티 코리아
트랙데이는 경쟁과 상관없이 트랙을 즐길 수 있어 좋다.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기에도 좋고 라이딩 스킬 향상과 더 많은 경험을 쌓는 데에도 좋다. 모토쿼드를 통해서 인제 스피디움에서 진행되는 모토쿼드 트랙데이가 접근성도 좋고 부담도 적다.
모토쿼드는 로드레이스와 트랙데이 등 트랙 이벤트를 운용하며 건강한 이륜차 문화에 대한 제시를 하고 있다
로드 레이스에 도전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국내 레이스는 소수의 인원들로 움직이지만 그 안에서 보면 무척 진지하고 제대로 된 경쟁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대표적으로 대한모터사이클연맹에서 주최하는 코리아 로드 레이싱 챔피언십(KRRC)과 모토쿼드에서 주최하는 모토피스타가 대표적이다. 본격적인 풀서킷 레이스가 부담스럽다면 카트경기장을 무대로 하는 미니모토레이스도 있다.
선수들이 포디움에서 결과를 축하하고 있다. 사진=호켄하임 모토라드
이것도 불편하다면 직접 트랙에 비용을 지불하고 트랙을 주행해도 된다. 강원도 태백에 있는 스피드웨이 서킷이 대표적이다. 시간제로 이용권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제약도 적어 동호인들끼리 함께 어울려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모터사이클의 한계를 경험하고자 한다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내고 한계를 돌파하고자 한다면 서킷으로 가기를 추천한다.
이민우 모토이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