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여왕’ 모노드라마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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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도원 2단 | ||
문도원이 7연승을 거두며 정관장배 최다연승 신기록을 수립했다. 중국팀 재중동포 송용혜 5단(19)이 6연승으로 2위. 이민진 6단은 5연승으로 3위. 국제무대 단체전 연승은 지난 1997년 시즌 서봉수 9단이 진로배에서 기록한 9연승이 불멸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 그걸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번에는 어쩌면 문도원이 7연승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10연승을 싹쓸이할지 모른다는 기대를 품기 시작했다. 위대한 승리는 실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 운의 내조가 필수인데 문도원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왕운이 따라주고 있기 때문이다.
제1국은 한국 대 일본, 문도원 대 아오키 기쿠요 8단(43). 제2국의 상대는 중국 루지아 2단. 이 두 판은 엎치락뒤치락은 있었지만 그런 정도는 늘 있는 것이어서 그 두 판을 이긴 것을 운이 좋았다고 하기는 그렇다. 얘기는 3국부터 시작되었다. 상대는 일본의 지넨 가오리 4단. 중반에 문도원의 백 대마가 심하게 몰렸다. 추격전 와중에 쌍방 실수가 나왔다. 문도원은 사는 길을 미처 못 보았고 지넨은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그러다 대마가 마침내 함몰하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 지넨이 착오를 일으켰고 문도원은 지넨의 실수를 자신의 묘수로 연결시켜 대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제4국은 중국 리허 3단과의 일전. 이번에는 초반에 우변에서 요석 한 무더기를 잃었다. 검토실과 관중석이 백을 든 문도원이 절망적이라고 실망하고 있는 동안에 문도원은 마술을 펼치고 있었다. 잡힌 돌을 활용하며 상변 흑진을 돌파, 형세를 바로잡은 것. 그래서 형세불명이었지만 압도적 우세를 날리게 된 리허는 당황한 손길로 좌상귀 백진에 쳐들어갔고, 문도원은 침착하고 단호하며 냉혹한 대응으로 침입군을 섬멸했다.
제5국의 일본 팀 선수는 한국 선수에 강하다는 무카이 치아키 4단. 문도원 흑을 들었다. 문도원은 이 판에서도, 또 이번에는 중앙에서 한 무더기를 잡혔다. 무카이의 필승지세. 인터넷 생중계로 해설하던 강훈 9단이 “지금까지는 계속 역전에 성공했지만 이 판은 도저히 안 되겠다”면서 “그래도 4연승만으로도 충분하고도 남는다”면서 문도원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일은 이번 정관장배 1차전에서 문도원은 검토실이나 관중석에서 포기의 말이 나온 바로 다음 순간부터 역전 드라마를 썼다는 사실이다.
무카이가 시간연장책으로 무심코 찌른 선수가, 선수긴 선수지만 자충이었다. 강훈 9단이 날카롭게 “어! 이거 거기가 자충이 되면 하변 백진에 수가 날 것 같다. 맛이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강 9단은 “냄새를 맡았지만” 두 대국자는 시간에 쫓기며 이후 40여 수를 더 두었다. 그러다 문도원이 드디어 냄새의 정체를 보았다. 하변 흑진에 큰 수가 났고, 당연히 바둑은 역전이었다.
6국도 손에 땀을 쥐기는 마찬가지. 중국의 송용혜 5단을 만나 초반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흑 불계승을 거뒀다. 일본 스즈키 아유미 5단과의 7국에서도 출발은 좋지 않았지만 깊은 수읽기와 끝내기 솜씨를 발휘해 백 3집 반 완승을 거뒀다. 7경기 중 5국의 역전드라마, 어디서 어떻게 큰 수가 났는지 보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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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하변에서 중앙으로 흘러간 흑 대마 전체를 공격하겠다고 백1로 끌어내고 흑은 2로 버티며 응수한 장면인데, 계속해서…
<장면 2> 백1로 끊을 때가 문제긴 문제다. 흑2로 이으면 다음 흑4로 백 석 점을 끊어 잡는 수가 생기지만, 대신 허리가 잘리며 대마의 중앙 절반이 떨어진다. 흑4도 크지만 백7로 단속한 중앙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이래서 흑의 필승국면인데, 계속해서…
<장면 3> 좌하변 흑1 때 우하귀 백2, 이게 자충이었다. 아니 나중에 흑13 자리를 백이 막았으면 백2는 자충일 뿐 더 이상의 문제는 아니었는데, 흑13, 이게 노림이었고 행운을 부른 요정이었다.
흑5부터 백16까지, 부지런히 마무리작업에 들어가는데…
<장면 4> 우하귀 흑1이 출발이다. 흑7 다음 백은 하변에 가일수를 해야 했는데 하지 않았고, 이후 두 사람은 이미 말했듯 40여 수를 더 진행했는데…
<장면 5> 우변 백1 때 문도원이 하변의 수를 보았다. 흑2로 여길 먼저 끊어 물어보고, 백3 때 흑4로 다시 저길 끊는 것. 그리고 백5를 기다려 흑6으로 가만히 빠지는 것, 이게 결정타였고 드라마의 하이라이트였다. 계속해서…
<장면 6> 백5까지, 백은 게다가 후수. 백1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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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도> 백1이면 흑2-4로 이쪽 백이 떨어진다. 백은 자충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