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우산재단, 한울본부 기금 받아 상품권 대량 구매…재단 측 “선정 과정 전혀 몰랐다”
해당 스포츠 매장에는 아동 의류 등이 거의 없고, 상품권 사용처를 한 지역 한 매장에서만 사용하도록 규정했으며, 사용기한도 오는 7월 1일까지로 2개월이 채 안되게 발행했다. 이에 황당하기 그지없다는 볼멘 목소리가 커지며 해당 공기업의 '이웃사랑 나눔 실천' 프로그램의 본래의 가치를 퇴색시키고 있다.
이렇다 보니 상품권을 받은 일부 대상자들 중에는 인터넷 중고매매사이트에 금액을 할인해 상품권을 올리는 일이 버젓이 일고 있다. 이는 발행된 상품권 사용이 너무 제한적이고, 상품 선택의 폭이 다양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읽힌다. 상품권 판매자는 중고거래 사이트에 '해당 스포츠 매장에는 아이들 옷이 없고, 이곳 말고는 다른 곳에서 사용할 수가 없어 할인된 가격에 내놓게 됐다'라는 내용을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 울진군(군수 전찬걸)에 따르면 5월 1일 한국수력원자력(주) 한울원자력본부가 한수원 창립 20주년을 맞아 울진군 관내 한 부모 가족, 아동이용시설, 가정위탁 아동 184명을 돕기 위해 '이웃사랑 행복 나눔'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 한울본부는 2100여 명의 한수원 임직원들의 월급에서 매달 십시일반 모금한 3455만 원의 기금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북지역본부에 기부했다.
한울본부는 이 기부금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전달하며 소외계층 아동들에게 보다 좋은 유명 브랜드 상품권을 사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실제 한울본부 한 관계자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측에 "이번에는 어린이들에게 브랜드 상품권을 전달했으면 한다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으로 한울본부로부터 기부금을 전달받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북본부는 울진군 소재 아디다스 대리점을 통해 대량으로 상품권을 구입했다는 것.
문제는 이 아디다스 매장은 현 울진군수 최측근으로 알려진 A 비서실장 가족(부인)이 운영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업체 선정의 정당성에 의문을 갖기 시작됐고, 급기야 특정업체 '몰아주기' 아니냐는 지역 내 논란의 여지를 낳았다.
A 비서실장은 정식 공무원이 아닌 별정직으로 전찬걸 현 군수 선거 시 전 군수를 옆에서 도운 것으로 알려졌으며, 6급 정무비서로 통상 조직표에는 비서실장으로 표기돼 있다.
이 같은 사태가 단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측의 미숙한 업무처리로 소외계층 아동들과 부모들을 두 번 울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의심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 지역 여론이다. 여기에 '울진군이 특정업체 상품권 판매에 앞장섰다', '미리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 추진한 일이다'라는 지적까지 돌면서 지역민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련의 사안에 대해 군청 홍보실이 내부 입단속을 시키고, 언론에 기사화가 되지 않게 나서고 있다는 사실도 지역사회에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실제 군청 홍보실 담당은 '일요신문'과의 전화 취재 과정에서 기사 출고를 자제해 줄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울진읍에 거주하는 B 씨(40)는 "해당 매장을 방문했는데 정작 아이들에게 맞는 옷이 거의 없었다. 한울원자력본부에서 좋은 취지로 한 행사가 퇴색된 것 같아 안타깝고 아이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 것이 무엇보다 아프게 다가온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또 다른 주민 C 씨(52)는 "울진군이 언론까지 관리하며 기사를 막고 있고, 내부에서도 쉬쉬하는 걸로 봐서 문제가 커 보인다"며, "사법기관의 철저한 조사로 특혜 의혹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북본부 관계자는 '일요신문'과 전화 통화에서 "이번 상품권 발행에 있어 아디다스 코리아 본사 고객센터와도 논의를 했는데, 본사에서는 상품권을 발행하지 않으니 해당 지역 대리점하고 논의를 하라고 해서 아디다스 울진점과 협의해 상품권을 자체 발행했다"며 "아동들의 의류 사이즈를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부분은 저희 잘못이다. 부모님들께서는 의복류를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니 너무 죄송스럽고 준비를 철저히 못한 잘못을 인정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이 대리점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보다 신중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 지금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안 사실이지만 아디다스 울진점이 현 울진군수 정무비서의 부인이 운영한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선정과정에서는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업무처리에 있어 사전에 철저히 파악해 논란의 소지가 없도록 하겠으며, 다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일요신문'은 아디다스 코리아 본사에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 했으나 관계자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한울본부 관계자는 "좋은 취지로 한 행사가 상품권 선정에 있어서 지역이 시끄럽다는 말을 듣고 행사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 같아 착잡하다. 하지만 한울본부는 지역과 함께하는 기업으로서 지역발전을 위해 변함없이 정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요신문'은 울진군청을 방문했으나 A 비서실장은 시간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만나주지 않았고, 현재까지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창현 박상욱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