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8명 중 1명 먹여 살린다고?
‘국민 8명 가운데 1명은 프로야구 덕에 먹고 산다’는 기사가 처음 실린 건 지난해 12월 8일이었다. 이날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각 언론사에 ‘한국 프로야구 산업의 경제적 파급 효과’란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공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2010년 프로야구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총 1조 1837억 원에 이르고, 고용 파급 효과는 546만 명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프로야구의 산업적 가치가 처음 공개된 것이라, 야구계는 술렁였다. 이처럼 프로야구의 경제 파급 효과가 큰지 몰랐던 것이다. 더군다나 프로야구를 통해 546만 명이 고용될 수 있다는 사실은 야구계로선 매우 고무적인 소식이었다. 프로야구가 시대적 화두인 일자리 창출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보도자료의 내용을 직접 조사한 곳은 공단이 아니었다. 지난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공단에 ‘프로야구의 산업적 가치를 조사해 달라’며 용역을 의뢰했지만, 실제 조사는 공단의 재의뢰를 받은 한양대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가 맡았다. 조사와 연구발표도 모두 한양대가 주도했다.
한양대 측이 밝힌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지난해 8개 구단은 선수단 운영비(연봉, 입단계약금, 이적료, 교육훈련비)로 1574억 원을 지출했다. 판매비와 관리비로는 589억 원을 썼다. 모두 합하면 지난해 8개 구단은 야구단 경비로 2163억 원을 쓴 셈이다.
한양대 측은 프로야구 경제 파급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발간한 2008년 산업연관표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산업연관표는 1년 동안 경제계에서 생산된 재화 및 서비스가 어느 부문에서 만들어지고, 만들어진 것이 어느 부문에서 사용되었는가를 나타내는 통계표다. 가령 프로야구단의 지출내용 가운데 훈련용품비가 있다면 산업연관표엔 의류 및 가죽업과 연관된 것으로 분류한다. 유니폼을 의류, 글러브를 가죽업과 연관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양대 측은 이러한 방식으로 프로야구단의 총지출내용과 관중소비지출 내용을 15개 항목으로 재분류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주목할 게 생산유발승수다. 생산유발승수는 100만 원이 지출됐을 때 국민경제엔 그 이상이나 이하의 직·간접적인 파급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 산업의 평균 생산유발승수는 100만 원당 188만 원이었다.
생산파급 효과는 바로 지출액과 생산유발승수를 곱한 값이다. 한양대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8개 구단은 유니폼과 글러브를 사느라 24억 원을 지출했다. 의류 및 가죽업의 생산유발승수가 지출액 100만 원당 202만 원임을 고려하면 생산파급 효과는 48억 8000만 원이 된다.
한양대 측은 프로야구단의 지출항목을 15개 산업과의 연관성으로 분류하고 각각 생산유발승수를 곱해 최종적으로 8177억 원의 생산파급 효과를 산출했다고 밝혔다. 같은 방식을 통해 한양대는 프로야구 산업의 부가가치효과를 3820억 원으로 계산했다.
고용파급 효과 산출도 비슷한 방식을 적용했다. 한양대 측은 “프로야구산업 지출액 10억 원당 1만 2156명의 고용 파급 효과가 있었다”며 “프로야구산업 지출액이 총 4495억 원임을 고려하면 546만 명의 고용파급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학계와 현장의 야구관계자들은 한양대의 조사결과를 두고 고개를 갸웃한다. 발표 내용이 다소 비현실적이고, 연구방식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모 대학의 연구원은 “경제 파급 효과 산출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선수단 인건비가 어째서 경제 파급 효과 계산에 들어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양대는 선수단 운영비 지출액 1594억 원 가운데 인건비(연봉, 입단계약금, 이적료, 교육훈련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2%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양대는 인건비를 산업연관표에 따라 ‘금융 및 사업서비스’로 재분류했다.
이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경제 파급 효과는 생산 유발 효과를 뜻하는데 생산주체의 인건비는 통상 생산 유발 계산 시 들어가는 항목이 아니다”라며 “만약 인건비 부분을 각종 파급 효과 계산 시 빼면 한양대가 발표한 경제, 고용 파급 효과 발표치는 확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양대가 프로야구단의 지출항목을 산업별로 분류한 것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크다. 한양대는 구단 지출액 가운데 24억 원을 ‘의류 및 가죽’으로 재분류했다. 8개 구단이 유니폼, 글러브 구매 등에 24억 원을 썼다는 소리다. 그러나 현장의 구단 관계자들은 “유니폼, 글러브 구매에 그만한 돈을 썼을 리 있느냐”며 “선수 글러브 대부분은 외산 제품”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측은 KBO로부터 받은 8개 구단 손익계산서를 토대로 구단 지출액을 15개 항목으로 분류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의류 및 가죽’은 유니폼, 글러브를 지칭하는 게 아니라 수선유지비와 용품구입비를 통칭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 구단의 운영팀장은 “야구단에서 수선유지비는 구장이나 시설의 개보수 비용을 말한다”며 “구장, 시설 개보수비가 ‘의류 및 가죽’ 산업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한 교수는 “한양대 조사대로라면 프로야구 때문에 먹고 사는 금융 및 사업서비스 관련 종사자들은 무려 136만 9626명에 이른다. 이는 국내 전체 금융산업 종사자들을 웃도는 수”라고 지적했다.
한양대에 용역을 의뢰했던 공단의 담당 연구원은 연구결과에 대해 “우리도 이해 못할 부분이 있다”며 “과장된 측면이 많은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