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심상치 않자 대통령이 물가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긴급히 물가안정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서민물가 안정을 위해 공공요금을 동결하고 대학등록금 인상을 3% 이내로 억제하기로 했다. 사재기나 담합, 부당한 가격인상은 공정거래위원회 직권으로 조사하고 필요한 경우 세무조사도 병행하기로 했다. 더 나아가 전셋값 안정을 위해 민간임대주택에 값싼 공공택지를 공급하고 소규모 주택건설에 1조 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편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통화공급을 줄이기로 했다.
그렇다면 이런 정책으로 물가가 잡힐까?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은 기본적으로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승을 뒤로 미루는 것이다. 더구나 가격을 억지로 누르는 관치통제와 세제혜택과 자금지원 등 국민의 재산을 돌려 막는 정책을 포함하고 있다. 정부는 궁극적으로 국민이 화를 입는 부메랑정책을 펴는 셈이다. 2008년 3월 물가불안이 야기되자 정부는 생활필수품 52개를 ‘MB품목’으로 정하여 가격 집중관리를 시작했다. 그러나 곧 이 정책은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금리를 내리고 돈을 푸는 팽창정책에 묻혀 용두사미로 끝났다. 그러자 MB 물가가 거꾸로 20%나 오르는 모순이 나타났다. 이번 정책 역시 경제의 기조를 바꾸지 않고 같은 맥락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특이한 내용이 없다. 따라서 양치기 소년의 외침으로 끝나 물가의 역주행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근본적으로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 정부는 생활필수품에 대해 수요예측을 정확히 하고 생산과 재고조절을 효과적으로 해야 한다. 여기서 정부의 비축물량제도를 개선하여 유사시 공급물량을 대규모로 늘릴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유통구조를 개혁하고 매점매석을 철저히 단속하여 중간상인들의 폭리행위를 뿌리 뽑아야 한다. 더욱이 정부는 원화를 과감하게 절상하고 부동자금을 회수하여 원자재 수입가격을 떨어뜨리고 내수물가 상승과 공공요금 인상의 근본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물가는 초동 단계에 확실히 잡지 못하면 걷잡을 수 없는 경제 불안을 유발한다. 더욱 강력하고 지속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고려대 교수·전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