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초부터 여러 경로로 꾸준히 축적 정황…윤 측 “있다면 가만두지 않았을 것, 두렵다는 반증”
“나오면 버틸 수 있겠나. 실탄은 충분하다.”
사정당국 고위직 출신의 한 인사는 최근 친문계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이 인사 역시 친문으로 분류된다. 참석자 중 한 명에 따르면 이 인사는 “윤 전 총장에게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은 우리 쪽이 어떤 패를 갖고 있느냐일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언론 등에 보도된 것 이외에 (윤 전 총장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여러 자료들을 축적해뒀다”고 얘기했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친문 핵심부가 윤 전 총장 아킬레스건을 수집했고, 윤 전 총장이 대선에 뛰어들면 이를 공개할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었다. 앞서의 사정당국 고위직 출신 친문 인사의 말은 이를 뒷받침한다. ‘윤석열 파일’이 존재한다고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또 윤 전 총장 네거티브 공격용으로 이를 활용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향후 윤 전 총장 대권 행보에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5월 25일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개혁국민운동본부 주최 ‘개혁촉구 촛불문화제’에서 “그동안 윤석열의 수많은 사건에 대한 파일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적당히 되는 게 아니다. 하나씩 (윤 전 총장의) 자료를 체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은 ‘반문재인 연대’ 선봉장처럼 여겨지는 윤 전 총장은 한때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었다. 윤 전 총장은 2017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깜짝 발탁된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정부 적폐 수사를 이끌었다. 그 공을 인정받아 2019년 6월 검찰총장으로까지 임명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을 놓고 청와대와 전쟁을 벌이기 전까지만 해도 윤 전 총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검찰 내 최고 실세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 18일 신년 기자회견 때 윤 전 총장을 두고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했다. 그 의미를 두고 정가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그중 하나가 윤 전 총장 압박용이라는 추측이었다.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임명 과정에서 수집하고 획득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그 누구보다 윤 전 총장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다는 뜻을 전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한 친문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윤 전 총장 인사는 그야말로 파격의 연속이었다. 검찰 내부에서 반발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윤 전 총장에 대한 부정적인 자료들이 올라왔다. 당시 정권 초였기 때문에 청와대 인사 및 검증 파트에선 여기에 의존했다. 문 대통령이 인사를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윤 전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검찰총장으로 임명할 때도 비슷했다. 다른 말로 하면 청와대가 윤석열 파일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 인사 검증에 관여했던 사정당국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2019년 검찰총장으로 임명될 때 사례를 들려주며 ‘윤석열 파일’의 파괴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점쳤다. 당시 윤 전 총장과 함께 김오수 법무부 차관(56·사법연수원 20기), 봉욱 대검 차장(54·19기), 이금로 수원고검장(54·20기)이 후보로 올랐다. 윤석열 전 총장은 사법연수원 23기로 이들은 물론 문무일 당시 총장(18기)과도 5기수 차이가 났다. 윤 전 총장 임명에 대해 검찰 쪽 비토 기류가 심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검찰과 법조계 유력 인사들이 여권 실세들에게 윤 전 총장 비위 자료를 건네 왔다. 청와대에서도 이를 받고 고민이 깊었다고 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 뜻이 워낙 강해서 윤 전 총장 반대 의견은 묵살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검증이라는 것도 어차피 인사권자 뜻을 살펴 봐가면서 이뤄진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원하는 인물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을 보고하면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당시 윤 전 총장 관련 정보 중엔 신빙성 있는 게 제법 있었지만 윗선까지 보고 없이 흐지부지됐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 ‘공공의 적’이 됐다. 윤 전 총장은 조국 전 장관에 이어 추미애 전 장관과도 일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은 보수 야권 대선 주자로까지 발돋움했다. 한때 여권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윤 전 총장 약점을 공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친문 핵심부에선 “때를 기다리자”는 입장이 주를 이뤘다. 윤 전 총장이 대선 후보로 나왔을 때를 대비하자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는 윤 전 총장이 다른 후보들에 비해 본선 상대로서 훨씬 수월하다는 주장과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를 종합해보면, ‘윤석열 파일’은 정권 초부터 꾸준히 수집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의 친문 의원은 “윤석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 집중적으로 많은 제보가 왔다. 알려지지 않은 것도 많았다. 하지만 그때 윤 전 총장은 우리 편이었다. 공개할 이유가 없었다”면서 “조국 전 장관 인사를 계기로 윤 전 총장은 이제 적이 됐다. 추가된 사안들도 있다. 검찰총장은 주요 감찰 대상이기도 하다.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절차로도 얼마든지 파일을 모을 수 있었다. 윤 전 총장이 무대에 오르면, 혹독한 검증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과 관련해 어떤 내용이 제보됐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하긴 어려웠다. 윤 전 총장 처가 문제, 윤 전 총장 최측근으로 꼽히는 ‘소윤’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의 친형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사건 등은 이미 세간에 알려진 것들이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은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자세히 해명한 바 있다. 이 외에 또 다른 의혹들이 담겨있는지가 ‘윤석열 파일’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앞서의 사정당국 관계자 및 친문 인사들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이 과거 검사 시절 수사를 하다가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첩보가 파일의 주요 내용 중 하나라고 한다. 윤 전 총장 인사청문회 때 이런 내용이 정리된 구체적인 문서가 여권의 한 법사위원에게 전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법사위원실 관계자는 “검찰 출신 법조인으로부터 그런 자료가 왔던 것은 맞다. 진위는 확인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는 윤 전 총장을 방어하는 입장 아니었느냐”면서 “이와 비슷한 일들이 몇 건 더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대선 출마 키워드로 ‘공정’과 ‘상식’을 내세울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정권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외압 폭로, 문재인 정부 적폐 수사 등을 담당하면서 얻었던 이미지를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조국 사태’를 불공정으로 보고 있는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권은 과거 검사 시절 의혹이 공개될 경우 윤 전 총장 지지율은 빠른 속도로 빠질 것이라고 본다.
친문 중진으로 꼽히는 전직 의원은 “과거 3지대 후보들이 중간에 낙마한 이유는 결국 맷집 부족이다. 대선 후보는 자신의 가족과 인생이 철저하게 검증된다. 모든 게 노출된다. 웬만한 정치인도 버티기 어렵다. 하물며 신인은 오죽하겠느냐. 윤 전 총장이 과연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다.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우리가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앞서의 친문 의원은 “윤석열뿐 아니라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김동연 전 부총리, 최재형 감사원장 모두 문재인 정부가 임명했다. 그만큼 우리가 이들을 잘 알고 있다는 얘기”라고 했다.
윤석열 전 총장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 법조계 인사는 이에 대해 “파일이라고 할 정도의 내용이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 거론되는 의혹들은 새로운 게 없다. 인사청문회 때에도 나왔던 것이고, 앞으로 해명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 “윤 전 총장이 검사 시절 문제가 있는 처신을 했다면, 정권이 여러 차례 바뀌는 동안 요직에 기용될 수 있겠느냐. 이번 정권에서도 그동안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윤 전 총장이 두렵기 때문에 나오는 얘기”라고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