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피 3인방’에 유럽 스카우트들 눈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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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8일 카타르 도하 알 가라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C조 최종전 한국 대 인도 경기에서 손흥민(왼쪽)과 구자철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 ||
기대주의 맹활약
K리그 듀오 지동원(전남)과 구자철(제주), 해외파 영건 손흥민(함부르크)을 빼놓고 더 이상 축구 국가대표팀을 설명할 수 없게 됐다. 완벽에 가까운 그들이었다. 조별리그 3경기만 놓고 보더라도 3인방은 발군의 기량으로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지동원은 무릎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졌던 박주영(AS모나코)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고, 구자철은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섀도 스트라이커로 변신하며 ‘멀티 플레이어’의 가능성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유럽파가 예선 초반부에 다소 부진했을 때에도 조 감독이 활짝 웃을 수 있었던 까닭으로 국내파 선수들의 활약을 꼽았을 정도로 실력이 출중했다.
매 경기 득점을 올리며 11년 만의 아시안컵 득점왕 등극을 꿈꾼 구자철은 이번 아시안컵 현장을 찾은 수많은 유럽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취재 결과,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 클럽 바이엘 레버쿠젠과 VfL볼프스부르크가 영입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밝혀져 2011년 겨울 이적시장이 한층 뜨거워졌다.
지동원도 레버쿠젠의 영입 리스트에 올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과의 계약 기간이 많이 남아있다는 게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이적 여부를 떠나 가능성을 확인시켰다는 사실로도 충분히 밝은 미래를 점칠 수 있다.
의외로 손흥민의 역할이 컸다. 유럽 스카우트들은 한결같이 “손흥민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위협적인 플레이를 한다. 영리하고 확실히 재능이 있다”고 극찬했다. 유망주 손흥민의 활약이 독일 분데스리가 스카우트의 눈을 사로잡았고, 새로운 연결고리 역할을 한 셈이다.
이정수와 조용형
카타르 축구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거론되는 두 명이 있다.
센터백 듀오 이정수와 조용형이다. 각각 알 사드와 알 라얀에서 활약 중인 이들은 기량을 충분히 인정받고 있었다. 연봉 등 선수들에 대한 기초 처우도 아주 잘 돼 있다. 카타르가 면세 국가이기 때문에 세금 한 푼 없이 활동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정수의 연봉은 20억 원에 육박하고, 조용형 역시 18억 원 이상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카타르 왕족 일가가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금전적으로 대단한 메리트를 지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월급을 두세 달치 밀어뒀다가 한꺼번에 주는 곳도 종종 있지만 카타르의 경우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게 에이전트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사실 예상과는 달리 카타르 축구 인프라도 훌륭한 편이다. 한여름 섭씨 40도 넘게 치솟는 무더위가 아니라면 축구 환경은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
이정수는 “오직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아주 잘 돼 있다”며 “2022년 월드컵 개최를 놓고 여러 가지 말들이 많지만 날씨 문제만 제외한다면 결코 문제가 없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는 조용형도 마찬가지. “날씨로 고생할 수는 있지만 잔디나 경기장, 숙소 및 훈련장 등 여건은 유럽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는다”고 했다.
북한 축구, 신비?
도하 시내 아시안컵 메인미디어센터(MMC)나 훈련장 및 경기장 등지에서 외국인들을 만날 때마다 한국 기자라고 소개하면 항상 나오는 말이 있었다. 누구나 예상이 가능하듯, 사우스(남쪽)에서 왔느냐, 아니면 노스(북쪽)에서 왔느냐는 물음이었다.
사실 북한 기자들은 이번 대회에 아무도 취재를 오지 않았다. 한국에서만 대략 20명 정도 도하에 머물고 있을 뿐이었다. TV 중계팀과 방송사 취재진까지 포함하면 40명이 넘는다.
북한 경기를 취재 가면 항상 조동섭 감독과 선수들을 향해 이런저런 질문이 쏟아졌다. 하지만 노란 머리에 파란 눈을 지닌 서양 기자들에게 나오는 공통된 물음이 있었다. “2010남아공월드컵에 출전했던 선수들은 안전하느냐?”
영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조 감독 곁에는 항상 유창한 영어를 자랑하는 한 인물이 있는데, 그가 통역과 미디어담당관 역할을 겸했다. 이 인물은 이상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알아서 ‘킬(Kill)’시키는 나름의 센스(?)를 발휘했다. 이른바, 사전 편집이다.
북한이 예선 최종전인 아랍에미리트(UAE)와의 경기를 앞두고 열린 공식기자회견. 여기서 AP통신의 외신 기자가 손을 번쩍 들고는 질문을 했다. “그 선수들은 잘 지내고 있는지 알고 싶다.” 북한 통역원의 대답은 간단했다. 조 감독 곁에 앉아 있던 문인국(4·25축구단)의 어깨를 가만히 감싸쥐면서 “여기 살아있지 않느냐? 당신 질문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저의는 이해할 수 없다.”
이래저래 베일에 가려져 있기 때문에 발생한 해프닝이었다.
전쟁과 축제 사이
51년 만의 우승을 노려온 한국에게 아시안컵은 그야말로 매 경기가 전쟁이었다. 한 순간도 여유를 부릴 수 없었다. 사실 바레인, 호주전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인도전까지 사력을 다했다. 약체 인도를 상대로 마치 ‘토끼몰이’라도 하는 것처럼 총공세를 펼쳤다.
이런저런 주변 사안을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조 1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승점 3점을 추가 확보하는 것은 물론, 다 득점까지 성공해야 했다. 그러나 조 2위로 만난 8강에서 이란을 꺾고 4강에 진출하면서 조광래 감독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반면, 인도에게는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었다. 30여 년 만에 아시안컵 본선 무대를 밟은 인구 13억의 대국은 결국 주저앉고 말았지만 한국전에서 보여줬던 투혼은 칭찬받기에 충분했다. 점차 거세지는 빗줄기 속에서 전혀 굴하지 않았고, 실점 이후에도 오히려 더욱 강한 기세를 떨치며 신들린 듯한 수비력으로 다급하고 초조한 한국을 괴롭혔다. 현장을 찾았던 한국 기자들도 “정말 아름다운 게임이었다. 마치 벨기에와의 98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2연패로 탈락이 확정된 한국이 최선을 다했던 예전 추억이 떠오른다”며 아낌없는 갈채를 보냈다.
도하=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