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 굶은 아마강자들 눈 번쩍
▲ 함양바둑협회 임창호 회장(맨 왼쪽)이 지역 바둑대회 참가자 대국을 지켜보고 있다. |
참가 팀은 지역을 연고로 할 방침이라고 한다. 현재 바둑선수단을 운영하고 있는 고양시는 당연히 참가할 것이고 팀 창설 의사를 밝힌 곳도 6~8곳에 달한다고 한다. 팀의 속성이나 숫자도 한국리그와 비슷한 셈이다. 다만 한국리그가 기업체 중심인 것에 비해 내셔널 리그는 지자체가 직접 팀을 구성하겠다는 곳이 많다는 것. 그리고 지자체도 광역시·도가 아니라 군·시 단위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
현재 내셔널 리그 참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거나 거론되고 있는 곳은 전주 강진 함양 문경 안동 포항 등인데, 하나같이 현재 전국 규모 아마 바둑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지자체다. 이창호 9단의 고향 전주는 ‘이창호배’, 현 한국기원 단 서열 1위, 한국 프로기사 중 좌장인 김인 9단의 고향 전남 강진은 ‘김인국수배 국제 시니어바둑대회’, 구한말에서 해방 전후한 무렵 바둑으로 일세를 풍미했던 노사초 국수의 고향 경남 함양은 ‘노사초배’, 안동은 ‘안동시장배’, 문경은 ‘문경새재배’와 ‘조령컵’, 포항은 ‘영일만사랑배’를 열고 있다.
이 중에서도 전주는 도청소재지이고 포항은 포스코 같은 굴지의 기업이 있는 곳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강진 함양 같은 군이나 문경 같은 중소도시가 재정이 풍족한 것도 아닌데 유독 바둑에 열의를 보이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강진의 국제 시니어바둑대회는 이름 그대로 세계 각국의 50세 이상만 참가할 수 있는 이색 바둑대회로 4회를 치르면서 국제적으로 유명한 대회가 되었고,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매년 찾아오는 단골손님도 생겼다. 일본에서는 왕년에 ‘아마4천왕’과 자웅을 겨루었던 정상급 실력자들이 이제는 팔순 안팎이 된 노구를 이끌고 참가해 회포에 젖으며 즐거워 한다.
노사초배는 노사초 국수를 기리는 대회. 지금도 노 국수의 생가를 지키고 있는, 팔순이 넘은 노 국수의 며느리가 대회장에 참석해 우리 근대 바둑사의 한 대목을 무언으로 증언하고 있다. 노 국수의 고향 인근에는 재미있는 지명이 많다. 노 국수의 생가가 있는 곳이 지곡면 개평리. 내기바둑을 즐겼던 선생인데 성품이 호방한지라 바둑에 이기면 패자에게나 주변 객꾼들에게 개평을 후하게 주었을 것이다. 그런가하면 옆 동네는 ‘공배리’고 좀 떨어진 곳은 ‘국수리’다. 희한하다.
문경은 ‘체급에 어울리지 않게(?)’ 전국대회를 두 개나 연다. 봄에는 ‘조령컵’, 가을에는 ‘문경새재배’ 조령(鳥嶺)이나 새재나, 하나는 한자고 하나는 우리말이지만, 같은 이름.
강진 함양 문경이 주최하는 대회들은 예산도 7000만 원에서 9000만 원 선으로 억대에 육박하고 있다. 버거운 액수다. 이렇게 된 데에는 그곳에 바둑일이라면 물심양면의 투자를 아끼지 않는 열혈바둑인, 적극 조력자가 있기 때문이다.
문경에는 문경바둑협회 금동일 회장(60)이 있다. 월남참전 백마부대 상이용사로 제대 후 스물두 살, 늦은 나이에 바둑을 배웠는데, 그 길로 ‘바둑에 미쳐 버려’ 오늘날까지 바둑하고만 살아왔다. 문경 바둑의 산 증인이며 문경새재배나 조령컵이나 모두 그가 발로 뛰어 후원자를 찾아 치르는 대회다. 아마 6단의 실력. 문경에서 프로기사를 배출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함양은 얼마 전부터 바둑에 집중투자하고 있는 고장. 최근 바둑협회를 결성하면서 사무실도 번듯하게 차렸고, 노사초배뿐 아니라 얼마 전부터는 매달 군민바둑대회를 열고 있다. 함양은 규모에 비해 바둑 인구도 많고 실력들도 상당한 곳이어서 호응이 뜨겁다. 함양바둑협회 강철수 사무국장(54)의 말을 빌리면 건설회사를 경영한 적이 있는 함양바둑협회 임창호 회장(59)이 노사초배를 비롯해 바둑 관련 대소사에 앞장서면서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덕분이라는 것.
함양군에서는 제일 번화한 군청 근처 네거리 한 코너에 임 회장 개인 소유의 건물이 있는데, 건물 3층의 60평을 절반을 협회 사무실로 제공한 것. 사무실에 집기 일체,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만도 1억 원이 넘는다. 아마5단의 실력. 지난해 제3회 노사초배 때 초청기사로 내려온 백성호 9단과 시험기를 받아 정식으로 한국기원 공인 단증을 받았다. 함양은 또 내셔널 리그에 참가할 선수단 구성에도 이미 거의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 디데이만 남았다는 것.
함양이나 강진, 문경이 아마추어 바둑 선수단, 이른바 바둑 실업팀 구성에 적극적인 것은 자체 열기 외에, 프로 한국리그에 참가해 큰 결실을 얻고 있는 신안군을 롤 모델로 삼은 것으로도 보이거니와 어쨌든 내셔널 리그의 탄생이 바둑계를 위한 또 하나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우선 일자리 창출이다. 적체 현상을 보이고 있는 주니어 아마 강자들에게 일단 숨통을 틔워 줄 것이며 시니어와 여성 강자들에게도 새로운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이광구 바둑평론가
[실전 맥 짚기] 날일자 맥
흑이 둘 차례-고급 수준
◇문제도=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형태. 흑1로 내려서는 것은 귀의 백에 대해 선수입니다. 생사가 걸리는 문제여서 백은 A에 막아 두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백이 응수를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백을 응징해야 할까요? 흑A는 백B로 간단히 실패. 아무튼 손이 먼저 나가서는 안 됩니다.
◇1도(실패)=흑1의 눈목자. 중급자 여러분 중에는 불쑥 이렇게 두시는 분이 많은데, 흑1 같은 눈목자는 끝내기라면 비마끝내기로 좋은 수일 경우가 많지만, 지금은 속수입니다. 백6까지 패가 나는 모습. 패는 실패입니다. 백6 다음 흑A면 백B.
◇2도(정해)=흑1의 날일자. 지금은 이렇게 한 걸음 좁히는 것이 좋은 수이며 계속해서….
◇3도(백, 잡힘)=백1에는 흑2로 젖히고, 백3에는 다시 흑4로 젖혀 백을 잡습니다. 흑4 다음 백은 A 자리를 끊을 수가 없습니다.
◇4도(변화)=흑1 때 백2가 모양을 잡는 수 같지만 소용없습니다. 흑3으로 치중하고 5로 이으면 백은 역시 죽음의 궁도. 공배가 메워지면 A, B 곳을 백이 이어야 하니까요.
◇5도(주의)=흑1의 곳에 치중하는 것도 맥점인 경우가 있고, 그때는 흑3까지 패가 되지만, 지금은 그냥 잡는 수가 있는 것이니 패는 실패입니다.
흑이 둘 차례-고급 수준
◇1도(실패)=흑1의 눈목자. 중급자 여러분 중에는 불쑥 이렇게 두시는 분이 많은데, 흑1 같은 눈목자는 끝내기라면 비마끝내기로 좋은 수일 경우가 많지만, 지금은 속수입니다. 백6까지 패가 나는 모습. 패는 실패입니다. 백6 다음 흑A면 백B.
◇2도(정해)=흑1의 날일자. 지금은 이렇게 한 걸음 좁히는 것이 좋은 수이며 계속해서….
◇3도(백, 잡힘)=백1에는 흑2로 젖히고, 백3에는 다시 흑4로 젖혀 백을 잡습니다. 흑4 다음 백은 A 자리를 끊을 수가 없습니다.
◇4도(변화)=흑1 때 백2가 모양을 잡는 수 같지만 소용없습니다. 흑3으로 치중하고 5로 이으면 백은 역시 죽음의 궁도. 공배가 메워지면 A, B 곳을 백이 이어야 하니까요.
◇5도(주의)=흑1의 곳에 치중하는 것도 맥점인 경우가 있고, 그때는 흑3까지 패가 되지만, 지금은 그냥 잡는 수가 있는 것이니 패는 실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