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경기 볼 수 있어 행복” 어느 팬 고백 ‘뭉클’
▲ 홍순국 메이저리그 사진전문기자 |
그 중에서 한 팬이 저한테 악수를 청하면서 “1년이라도 인디언스에 남아준 데 대해 정말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또한 그 분은 “내가 제일 행복할 때가 추의 플레이를 경기장에서 직접 지켜보는 것”이라는 얘기도 덧붙이셨어요. 그 분의 말씀을 듣는 순간, 가슴이 울렁거리더라고요. 제가 야구선수라는 사실이 너무나 자랑스러웠습니다. 미국 사회에서 동양 선수에게, 그것도 한국에서 온 선수한테 진심을 다해 감사하는 마음을 전달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참으로 그 분의 야구 사랑이, 그리고 겸손함이 머리가 숙여질 정도였습니다.
사인회에는 저 말고도 마이클 브랜틀리, 내야수 맷 라포타, 투수 토니 십 등이 함께 참여했어요. 그런데 대부분의 팬들이 저한테만 사인을 받으려고 길게 줄을 서는 거예요. 다른 선수들한테는 아예 사인받을 생각도 안 하더라고요. 제가 다른 선수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 지경이었는데, 재미있는 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 또한 사인해주지 못하는 ‘다른 선수들’의 부류에 속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겨울에 열리는 팬 사인회에 참가한 게 올해로 세 번째였거든요. 첫 해에는 사이즈모어를 비롯해서 클리블랜드의 간판선수들 틈에 끼어 마지막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단 한 명의 팬도 저한테 오지 않았어요. 모두들 사이즈모어한테로만 몰려가서 난리가 났었죠. 그걸 지켜보는 제 심정이 어떠했을까요? 서운하거나 씁쓸하다는 생각보다는 기필코 야구 잘해서 사이즈모어처럼 팬들한테 사랑받는 선수가 되자는 다짐과 각오, 오기 등등을 안고 돌아온 기억이 납니다.
지난해와는 큰 차이가 나는 연봉 계약을 맺고 나니 이런저런 말들이 많네요. 대부분 ‘돈 많이 버니까 좋겠다’라는 시선들을 보내더라고요. 물론 당연합니다. 일반 사람들이 쉽게 벌 수 없는 액수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그런 시각이 이상하게 왜곡돼서 ‘추신수 돈 버니까 사람이 달라졌다’는 선입견으로 바뀌는 부분입니다. 연봉 40만 달러 받을 때 입었던 평범한 티셔츠와 청바지가 지금 똑같은 옷을 입고 나가면 ‘명품’으로 둔갑되더라고요. 잘못된 일에 대해 소신 있게 얘기하면 ‘돈 좀 번다고 건방져졌다’라고 이상하게 바라보는 거죠. 전 그대로인데, 지난해 먹고 입고 쓰던 대로 사는데, 사람들이 절 보는 시선이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럴 때는 정말 속상하죠. 가슴도 아프고요.
혹시 제가 ‘돈 좀 벌었다고’ 변하는 것 같으면 꼭 얘기해 주십시오. 제가 건방져졌거나 예의 없는 행동을 한다면 꼭 비난도 해주십시오. 전 안 변하려고 노력하는데, 저 또한 인간인지라, 행여 변화의 기미가 보일 경우, 이 일기를 거론하면서 따끔한 지적을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참, 제 동료였던 라이언 가코가 한국의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했다고 들었어요. 가코랑은 2004년 유망주들이 모이는 폴리그 때 처음 만나 인연을 맺었어요. 가코가 한국에서 뛰게 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얼마나 신기했는지 몰라요. 가코랑 함께 지내면서 한국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해줬더랬어요. 설마 그 당시에는 가코가 한국에서 야구를 하게 될지 전혀 몰랐었죠. 저와의 친분을 떠올리면 한국이 그한테는 낯선 나라만은 아닐 겁니다. 가코는 직구, 변화구 등 선구안이 뛰어나고 배트스피드도 탁월하기 때문에 열심히 노력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종종 팬들로부터 아내 뱃속에 있는 셋째 아이 ‘미미’한테 어떤 태교를 하느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태교요? 전혀 안 합니다. 12주 넘은 미미로선 아빠의 태교를 기다리기보다는 자기 심장 뛰는 것만으로도 벅차할 거예요. 좀 더 안정기에 접어들면 그때 노래를 불러주든가, 동화책을 읽어주든가, 아니면 무빈이한테 아가를 위해 노래 좀 해달라고 부탁을 해보려고요^^.
애리조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