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노른자위에 ‘회장님 아지트’
북한산 스카이웨이를 타고 올라가면 서울의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소위 명당자리에 위치한 단독주택들이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대기업 총수들의 저택은 철옹성 같은 담벼락이 높이 솟아 있다. 철저히 보안이 유지되는 이 단독저택들은 시가 60억 원부터 시작해 160억 원까지 기록할 정도로 고가다. 오너일가는 국내외 귀빈을 초청하거나 VIP 만찬 자리가 필요할 때 이 장소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커힐 호텔 내 별채인 ‘애스톤하우스’를 임대해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영빈관’도 성북동 내 존재한다. 16m 높이의 담벼락에 둘러싸인 단독주택은 어떤 지점에서 봐도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성북동 일대에서 15년 넘게 근무해 온 사설업체 경비원 김 아무개 씨에게서 내부의 모습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 SK 영빈관 |
그렇다면 대규모 비밀공간이 숨어 있는 이 저택의 시가는 얼마나 될까. SK 관계자와 매물로 나와 있던 해당 주택을 직접 계약한 성북동 소재 부동산 업자 주 아무개 씨를 통해 주택의 시가를 가늠할 수 있었다. 이 일대에서 고급 단독주택 매매 업무를 20년 이상 맡아서 해왔다는 주 씨는 실거래가를 매기기 곤란할 정도로 막대한 공사비가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SK그룹 관계자들이 성북동 일대를 8개월 동안 돌아다니며 최 회장이 원하는 최대한 조용한 공간을 찾으려 했지만 실패했다”며 결국 경치가 좋은 작은 단독주택을 매입한 후 1년 반에 걸친 대규모 공사로 지하에 큰 평수의 공간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사비까지 포함하면 당시 매입가격과 비교도 안 될 것”이라며 “60억~70억 원은 충분히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지하벙커를 만들고 건물을 새로 짓기 위해 든 공사비를 고려한다면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 아니겠냐는 것이 그의 전언이었다. 또 공사 당시 그가 목격한 바에 따르면 지하 1, 2층을 제외하고도 지하 3층을 만들어 아무나 접근할 수 없는 공간을 따로 만들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성북동 성가정 입양원 바로 옆에는 LG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이 살았던 저택인 ‘연곡원’이 자리잡고 있다. 이 저택은 3층 건물로 1층 178㎡(53평), 2층 338㎡(102평), 3층 227㎡(68평), 옥탑 73.26㎡(22평)로 구성돼 있고 714㎡(215평)에 달하는 정원도 있다. 세종문화회관을 설계한 것으로 유명한 건축가 엄덕문 교수가 직접 설계한 건물이라는 프리미엄까지 붙어 성북동 내에서 최고 시가를 자랑한다.
▲ LG 연곡원 |
이 저택은 2006년 4월 24일 보보스디씨앤이란 건설회사에 매각됐다. 건설회사로 매각된 후 연곡원은 이전에 외부에 전혀 노출되지 않은 것과 달리 TV 드라마 제작사들의 촬영지로 각광받으며 재벌가를 상징할 때마다 외부에 그 모습을 드러났다. 그러나 내부의 모습만큼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현재는 보보스디씨앤 이수석 사장 내외가 연곡원에 거주하고 있다.
기자가 7일 연곡원을 방문했을 때 우연찮게 이 사장을 만나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내부는 유리로 된 자동문으로 돼 있었고, 안면인식을 거쳐야만 들어갈 수 있는 최첨단 설비가 갖춰져 있었다. 이 사장은 연곡원을 팔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표현하며 “그동안 언론에 집을 자주 노출했더니 오히려 손해를 봤다”며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매입 의사를 밝혔다가 언론에 자주 노출되자 계약이 무산됐다”고 말했다. 그는 “어렵게나마 현재 다른 대기업과 매매 단계까지 왔다”며 “결제만 떨어지면 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 건물의 현재 시가는 얼마일까.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은 성북동 내 다른 단독주택들과 비교했을 때 매물로 내놓는다면 160억 원이 적정선이라고 봤다. 상호명을 밝히길 꺼려한 한 부동산업자는 “연곡원은 한 번도 정식 매물로 나온 적이 없다. 집 주인과 매매자 개인의 친분에 의해 이야기가 오고가는 것이 대부분으로 서로의 이해관계에 맞게 가격이 책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연곡원을 매입하려다 계약이 무산된 것과 관련해서는 “이전 신세계가 이석수 사장에게 연곡원을 매입할 의사를 밝혔지만 연곡원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기를 바라는 이 사장의 바람과는 달리 신세계 측에서 설계를 변경하려는 뜻을 내비쳐 계약이 파기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 효성 영광원 |
SK그룹의 영빈관처럼 영광원 역시 성북동 내에서는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으로 통했다. 외관상 살펴봐도 건물 페인트가 낡아 있고, 정원 수풀이 우거진 것으로 봐 관리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등기부 상엔 아직 조 부사장 명의로 돼 있었지만 몇 년째 사람이 오고가지 않았다는 것이 주변사람들의 전언이다.
빈집처럼 방치됐지만 빼어난 조경을 자랑하는 명당자리다 보니 부동산 관계자들은 영광원의 시가를 나대지 기준 140억 원으로 예상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예전부터 효성 측에서 영광원을 팔려고 구매자를 물색했지만 가격 측면에서 너무 부담이 돼 사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야말로 팔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고 전했다.
손지원 기자 snorkle@ilyo.co.kr
이재현 CJ 회장 집앞 공사 중
땅값만 100억대 개인 집무실 올리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강남 일대 땅을 매입해 100억 원대의 단독주택을 건설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CJ그룹 이재현 회장 역시 개인 집무실 용도의 신축건물을 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실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취재결과 화제가 된 신축 건물은 이재현 회장의 자택 바로 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등기부등본에 장충동1가 1××번지로 표기된 이곳은 CJ 명의로 돼 있었고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공사장 가림막 위로 이동식 크레인이 보이기도 했다. 본래 이 장소에는 CJ 임직원용 체육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주거용 고급 빌라와 단독저택들로 둘러싸인 데다 오너일가 거주지 바로 앞에 위치하다보니 임직원들에게 개방되거나 위치를 알고 있는 직원들은 극히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2월 9일 공사장을 찾아가 봤을 때 기존에 있던 임직원 체육관을 헐어 버리고 새로운 건물을 짓기 위해 지반을 다지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CJ 관계자는 “기존에 있는 인재원과 비슷한 경영전략연구실을 신축하는 것으로, 직원교육을 할 수 있는 경영연구소를 하나 더 짓자는 의견이 나와 실행에 옮긴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 회장의 자택 바로 앞에 위치한 까닭에 대해선 본래 체육관으로 방치돼 있던 것을 쓸모 있게 만들자는 취지일 뿐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주변시세와 비교했을 때 해당 부지를 매입하기 위해 든 땅값만 100억대인 데다, 오너일가의 저택에서 두세 걸음이면 닿을 수 있는 위치라는 점을 감안할 때 결국엔 이 회장의 동선을 고려한 개인 집무실 성격으로 쓰일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땅값만 100억대 개인 집무실 올리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강남 일대 땅을 매입해 100억 원대의 단독주택을 건설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CJ그룹 이재현 회장 역시 개인 집무실 용도의 신축건물을 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실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취재결과 화제가 된 신축 건물은 이재현 회장의 자택 바로 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등기부등본에 장충동1가 1××번지로 표기된 이곳은 CJ 명의로 돼 있었고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공사장 가림막 위로 이동식 크레인이 보이기도 했다. 본래 이 장소에는 CJ 임직원용 체육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주거용 고급 빌라와 단독저택들로 둘러싸인 데다 오너일가 거주지 바로 앞에 위치하다보니 임직원들에게 개방되거나 위치를 알고 있는 직원들은 극히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2월 9일 공사장을 찾아가 봤을 때 기존에 있던 임직원 체육관을 헐어 버리고 새로운 건물을 짓기 위해 지반을 다지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CJ 관계자는 “기존에 있는 인재원과 비슷한 경영전략연구실을 신축하는 것으로, 직원교육을 할 수 있는 경영연구소를 하나 더 짓자는 의견이 나와 실행에 옮긴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 회장의 자택 바로 앞에 위치한 까닭에 대해선 본래 체육관으로 방치돼 있던 것을 쓸모 있게 만들자는 취지일 뿐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주변시세와 비교했을 때 해당 부지를 매입하기 위해 든 땅값만 100억대인 데다, 오너일가의 저택에서 두세 걸음이면 닿을 수 있는 위치라는 점을 감안할 때 결국엔 이 회장의 동선을 고려한 개인 집무실 성격으로 쓰일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