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밀수 공방 뒤 ‘전속’ 갈등 있었다
▲ 2009 미스코리아 진에 선발된 김주리. 사진제공=한국일보 |
사건의 발단은 지난 1월 4일 2009 미스코리아 진 김주리가 소속사 포레스타엔터테인먼트 배경렬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김주리가 서울지방법원에 총 3억 5511만 원을 지급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 3억 5511만 원의 내역은 우선 소속사에서 지원을 약속한 미스유니버스대회 준비 비용 1억 2511만 원,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3000만 원, 그리고 미스유니버스대회 참가를 위해 미국에 체류할 당시 배 대표가 맡았다가 분실한 2억 원 상당의 보석 분실에 대한 책임이 더해졌다.
이에 배 대표는 1월 23일 김주리를 2억 원어치 귀금속과 고가의 보석을 밀반출한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지난 8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스유니버스대회 참가 당시 김주리가 2억 원어치의 귀금속을 국내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출국한 것을 문제 삼았다. 김주리는 배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2억 원의 보석을 소지하고 출국했음을 사실상 시인한 상태다. 김주리가 분실 책임을 물어 민사 소송을 제기한 부분에 대해 소속사 측은 출국 과정에서 먼저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한 셈이다.
이에 김주리 측은 “해외에서 열리는 대회에 나가면 해외 언론에 노출되기 때문에 귀금속을 가지고 출국하는데 영리 목적이 아닌 만큼 세관신고를 하지 않는 것을 상례로 알고 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주리와 소속사의 보석 전쟁은 연예계 관행의 불법 여부에 대한 논란을 일으킨다. 연예인들은 각종 미인대회에 참석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해외에서 열리는 각종 영화제 등의 행사에 참가하는 경우 관행적으로 고가의 의상과 액세서리, 보석류 등을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출국한다. 물론 입출국 과정에서 이런 물품들이 적발될 수도 있지만 연예인의 특성을 감안해 대부분 ‘개인 신변장식용품’으로 인정해준다. 현직 매니저들은 입출국 과정에서 연예인이 수하물 검사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어 적발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설명한다. 그러다 보니 김성민의 경우처럼 마약을 밀반입해오는 사건까지 불거졌던 것이다. <일요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배 대표는 “국제 대회나 행사 참가를 위해 소지하고 가는 보석류를 세관에 신고하지 않아도 되는 개인 신변장식용품으로 볼 경우 이를 악용한 밀수가 불법적으로 자행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주리의 주장처럼 ‘영리 목적 없이’ 국제대회 참가 때문에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보석류를 가지고 출국하는 것은 크게 문제될 게 없다. 그런 까닭에 연예계에서는 이 같은 일이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가져간 귀금속을 해외에서 팔거나 반대로 해외에서 구입한 고가의 귀금속을 같은 이유로 밀반입할 경우 이는 밀수가 된다.
한편 김주리와 소속사 간의 보석전쟁의 또 다른 쟁점은 분실 책임이 누구한테 있느냐다. LA에서 3일 동안 홍보 일정을 마치고 대회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로 이동하는 비행기에서 수하물로 맡긴 귀금속 박스가 분실됐다는 데는 양측 주장이 일치한다. 다만 김주리는 분실 책임도 배 대표에게 있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배 대표는 “라스베이거스 현지 호텔에 도착해 짐을 푸는 과정에서 가방을 하나 분실했다는 얘길 듣고 그제야 잃어버린 것이 2억 원 상당의 보석임을 알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일요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김주리는 “변호사가 모든 입장을 정리해 소송을 제기한 만큼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기다려볼 생각”이라며 자세한 언급은 피했다.
이번 분쟁 역시 그 안에는 전속계약 해지를 둘러싼 갈등이 놓여 있다. 때문에 이번 분쟁은 공정거래위원회 표준계약서 관련 첫 번째 전속계약 해지 관련 분쟁이기도 하다.
다만 소속사 측은 표준계약서 계약에 따른 계약 해지(손해배상 및 향후 계약 기간 동안 연예 활동 수익의 15% 지급)를 요구한데 반해 김주리 측은 전속계약 체결 과정의 문제점과 보석 분실 등 소속사 측의 잘못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미스 유니버스 대회 5위권 입상 약속과 대회 경비 소속사 부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 여기에 보석 분실까지 더해졌다. 이런 까닭에 김주리 측은 전속계약 해지 관련 소송이 아닌 대회 경비 및 보석 분실 관련 민사 소송을 제기하며 전속계약 해지를 요청했다. 반면 소속사 측은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연매협) 상벌조정윤리위원회가 조정에 나섰지만 김주리 측이 법대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조정을 거부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연매협은 회원 연예기획사들에 분쟁 사실을 알리는 공문을 발송해 ‘분쟁이 마무리되기 전까진 타 기획사와의 계약 및 접촉을 피해달라’는 입장을 전했다. 또한 연매협은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 산하 10개 단체에도 ‘분쟁 중인 연예인의 연예계 활동 자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다. 강지환 등의 경우에서도 연매협은 연예계 선진화를 위해 분쟁 연예인은 연예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다만 권고일 뿐 강제성은 없다.
김주리의 대리인은 “이번 사안은 기존 분쟁과 크게 다른데 연매협이 한쪽 입장만 듣고 활동 자제를 권고한 것은 아쉽다”면서 “신인인 터라 많은 활동을 한 게 아닌 터라 다른 분쟁 연예인처럼 연예 활동을 자제할 상황도 아니다”는 입장이다. 또한 “우선은 연예 활동보다 일이 빨리 해결되길 기다리겠지만 연매협 권고에 따른 활동 자제는 아닌 만큼 좋은 기회가 있으면 연예 활동을 재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연매협 조정이 무산되면서 이번 분쟁은 갈등이 마무리되기까지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김주리 측은 이미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포레스타엔터테인먼트 역시 무고죄와 명예훼손 및 전속계약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 등의 소송을 할 예정이다.
신민섭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