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그 은퇴’ 이루고 싶다
▲ 홍순국 메이저리그 사진전문기자 |
새가족
1년 만에 다시 찾은 추신수의 집에는 어느새 가족이 한 명 더 늘어나 있었다. 아내 하원미 씨가 임신 14주로 셋째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셋째는 추신수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준 ‘선물’이나 마찬가지다. 워낙 간절히 딸을 원하고 있는 탓에 태명이 ‘미미’다.
벅아이 집은 대지가 120여 평 되는데 2층 집과 앞 뒤로 정원이 딸린 구성인데도 가격이 45만 달러였다고 한다. 2008년 구입 당시 추신수가 모든 돈을 다 털어서 낸 돈이 5만 달러. 나머지는 은행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 30년 장기 융자 아니었으면 언감생심, 그림의 떡인 집인 셈이다.
“아내가 이 집을 처음보고 너무 마음에 들어했어요. 집 앞 뒤로 훤하게 트여있고 인테리어도 너무 잘 돼 있어서 있는 돈 다 털어서 산 거죠. 물론 집 가격의 10% 정도되는 돈이었지만요. 그래도 큰 부담은 안 됐어요. 야구선수니까 어느 정도는 보장돼 있잖아요. 최악의 경우라고 해도 일정 수준의 수입이 들어오기 때문에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 집을 장만한 겁니다.”
재계약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추신수는 클리블랜드와 1년에 397만 5000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재계약에 합의했다. 그러나 그는 <일요신문>에 연재 중인 ‘추신수 MLB일기’를 통해 클리블랜드가 5년에 4500만 달러를 제시했지만 거절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속사정이 궁금했다.
“제 나이가 스물다섯이나 스물여섯 살만 돼도 그 제안을 받아들였을 거예요. 야구선수는 스물일곱 살에서 서른 한두 살까지는 부상당해서 그만두는 확률이 1%밖에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지금 제 나이에 5년 계약을 하면 서른다섯 살이 됩니다. 부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확률이 높은 거죠. 즉 팀에선 제가 가장 전성기일 때에 5년 장기계약으로 묶어두려 하는 것이고, 전 그걸 알기에 단기로 할 경우엔 3년을, 장기로 할 경우엔 8~9년을 원했던 겁니다. 결국 합의를 못봤고, 어쩔 수 없이 1년 계약을 맺었던 거죠.”
추신수는 최근 불거졌던 사이즈모어의 트레이드설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 듯했다.
“트레이드설이 제기된 후 사이즈모어와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선수의 개인 사정도 있기 때문에 무턱대고 팀에 남아 달라는 등의 말은 할 수가 없죠. 하지만 절 포함해서 다른 선수들도 사이즈모어가 팀을 옮기는 걸 원하지 않을 거라 믿었어요. 좋은 선수랑 같이 뛰고 싶은 건 저 혼자만의 바람은 아니니까요. 사이즈모어도 고민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우리가 올 시즌, 팀을 리빌딩하는 데 힘을 합치자. 너마저 떠나면 많이 외로울 것 같다. 사이즈모어, 너만은 나랑 함께 이 팀에 남아 있자’라고 부탁했어요. 며칠 고민하던 사이즈모어가 이렇게 대답하더라고요. ‘양키스에서 1300만 달러를 제시하고, 클리블랜드에서 1000만 달러를 준다고 해도 클리블랜드에 남겠다’라고요.”
클리블랜드에는 사이즈모어 외에 ‘절친’ 한 명이 또 있다. 바로 맷 라포타. 훈련 도중 라포타와 한참 얘기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서 그때 무슨 대화를 했는지 물었다. 추신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라포타가 저한테 몇 시에 ‘출근’하느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5시에 나온다고 했더니, 도대체 5시에 나와서 뭘 하느냐고 하는 거예요. 개인훈련 하는 스케줄을 제대로 읊어줬더니 자기도 내일부터 5시에 나오겠다고 큰소리치기에 일단 나오는 거 보고 얘기하자고 했죠.”
추신수는 클리블랜드 유니폼을 입고 생활한 지 어느덧 4년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현재 클리블랜드에는 메이저리그에서 4년 동안 뛴 선수가 몇 명 안 된다. 4년차가 결코 베테랑이 아닌데도 팀 색깔이 이런 스타일로 만들어지다보니 사이즈모어, 추신수, 라포타의 어깨가 한층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올 시즌 팀이 얼마나 잘 만들어지는지 봐야겠어요. 그렇게 하기 위해 저도, 또 라포타, 사이즈모어도 열심히 할 것이고요. 클리블랜드가 성적은 좋지 않아도 선수들만큼은 정말 끈끈하게 잘 뭉쳐져 있거든요.”
연봉
올 시즌 병역 면제 혜택을 받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거액의 연봉 계약을 맺은 추신수는 요즘 이런저런 전화를 많이 받고 있다고 토로한다.
“생전 연락 한 번 안 하시던 분들이 전화를 해오시더라고요. 한국에 계시는 분들이 미국까지 절 보러 오시겠다고 하질 않나, 돈을 벌수록 주위 사람들을 돌아봐야 한다고 충고 아닌 충고를 해주시는 분도 있고요. 갑자기 사람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돈이라는 게 사람 관계를 희한하게 만들 수도 있구나 싶었고요. 아내랑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이 돈을 평생 버는 것도 아니고, 잘못했다가는 우리 아이들이 더 힘들어질 수도 있으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자고요.”
마이너리그 시절은 물론 메이저리그 데뷔해서도 고액 연봉 선수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저 선수는 저 돈을 다 벌어서 뭐할까?’하고. 그런데 지금, 다른 선수들로부터 그런 시선을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빅리그에서 받았던 1년 연봉이 한 달 월급으로 들어오더라고요. 물론 아직 통장에 들어오진 않았지만, 계산해보니까 그런 수치가 나왔어요.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에이전트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더 잘나가는 선수는 제 월급을 2주에 한 번씩, 1주에 한 번씩 받게 된다면서요. 메이저리그 데뷔하기까지 7년의 시간이 걸렸거든요. 빅리그에서 돈을 번다는 건, 선수들 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유일한 메이저리거?
현재 메이저리그에 남은 한국 선수는 추신수가 유일하다. 그러나 LA 에인절스의 기대주 최현도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참가 중이고, 개막전 로스터에 진입할 확률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앞으로 추신수 외에 최현의 활약도 기대해 볼 만하다. 이에 대해 추신수는 지난 시즌 클리블랜드와 LA 에인절스 경기 때 최현을 만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한국 선수라고 해서 반가운 마음에 최현과 인사를 나눴는데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니까 좀 징그럽더라고요(웃음). ‘형’이라고 부른 건 참 듣기 좋았는데 한국말로 대화하지 못해 아쉬웠어요. 최현이 굉장히 밝고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것 같아 저 또한 기대가 큽니다. 다른 건 몰라도 나이 어린 건 정말 부럽던데요?”
박찬호, 김병현이 일본 무대로 옮겨가면서 추신수는 기댈 수 있는 선배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아주 잠깐 외로움을 느끼기도 했다. 특히 한국 미디어의 관심이 일본으로 향하면서 추신수는 마치 ‘독립군’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박찬호 선배님이 일본으로 무대를 옮기신다는 소식을 듣고 솔직히 많이 놀랐어요. 워낙 메이저리그에 많은 업적을 남기신 분이니까요. 저한테 많은 숙제를 남기고 가신 것 같아 어깨가 무겁기도 해요. 박찬호 선배님이 ‘한국인 최초’는 거의 다 해당되시잖아요. 그래서 전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서 은퇴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그건 아직 아무도 이루지 못한 거잖아요. 메이저리그에서 프로야구를 시작한 이상, 메이저리그에서 프로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후배들과의 소통
이번 스프링캠프 동안 애리조나에서 훈련을 시작하는 한국인 마이너리거들이 약 15명 정도가 된다. 추신수는 3월 중순경 후배들과 함께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어떻게든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마이너리그에서 생활하는 후배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자신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대화할 수 있는 선배입니다. 저 또한 그 시절에 그런 절박함을 갖고 있었거든요. 후배들이 힘들어할 때 그들의 얘기를 들어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조언은 필요 없습니다. 그냥 뭔가를 털어놓을 수만 있어도 마음이 편해질 때가 있거든요.”
인터뷰 말미에 최근 봤던 기사를 떠올린 후 이런 질문을 던졌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저평가된 선수 중 한 명이라고 하던데?”
“에이, 그 얘기는 별로 와 닿지가 않네요. 제가 3할5푼 치고, 홈런 40개나 50개를 쳤으면 우리 팀이 인기가 없어도 전 많이 알려졌을 거예요. 성적이 고만고만했으니까 저평가를 받았겠죠”라고 말한다. 참 담담한 반응이다.
올 시즌 목표를 물었다. 한참 생각에 잠기던 그가 어렵게 입을 연다.
“음… 부상없이 한 시즌을 마치는 거예요. 부상없이 열심히 하다보면 성적은 따라오지 않을까요? 지금 수치를 말하긴 참 부담스러워요. 그 숫자에 얽매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기대해주셔도 돼요. 정말 자신 있거든요.”
애리조나=riveroflym@ilyo.co.kr
클리블랜드 매니 액터 감독 인터뷰
“가장 뛰어난 타자가 3번 친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사령탑을 맡은지 2년차가 된 매니 액터 감독은 2011년 소속팀의 성적에 대해 남다른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3번타자 자리에 일찌감치 추신수를 점찍었다는 매니 액터 감독과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올 시즌 부상에서 회복한 사이즈모어와 산타나가 합류한다. 클리블랜드의 타선이 힘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두 선수의 합류로 지난 시즌 추신수와 해프너에게 집중되었던 부담감이 덜해질 것이다. 서로 의지하면서 좋은 시너지 효과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추신수가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 시즌 팀이 어떻게 리빌딩해가는지 지켜보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그 결과의 일부를 지난해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발견했다고 본다. 선발과 구원진이 좋은 투구 내용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빌딩이라는 것 자체가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추신수를 일찌감치 3번타자로 지명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우선 추신수는 건강하고 우리 라인업에 없어서는 안 되는 최고의 타자다. 내 철학은 가장 뛰어난 타자가 3번을 치는 것이다. 4번타자가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2회 선두타자로 나가는 것은 선수의 자질을 낭비하는 것이다.
-아시안게임에서 한국대표팀이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소감은?
▲(크게 웃으며) 우리의 어깨에 놓인 큰 짐을 덜어내는 기분이었다. 추신수가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본다.
-추신수가 1년에 397만 5000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이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추신수는 지난 3년간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왔고 그는 그런 대우를 받을 만한 자격이 충분한 선수다. 고액의 연봉이지만, 그 액수는 이제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추신수라면 가능한 일이다.
“가장 뛰어난 타자가 3번 친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사령탑을 맡은지 2년차가 된 매니 액터 감독은 2011년 소속팀의 성적에 대해 남다른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3번타자 자리에 일찌감치 추신수를 점찍었다는 매니 액터 감독과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올 시즌 부상에서 회복한 사이즈모어와 산타나가 합류한다. 클리블랜드의 타선이 힘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두 선수의 합류로 지난 시즌 추신수와 해프너에게 집중되었던 부담감이 덜해질 것이다. 서로 의지하면서 좋은 시너지 효과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추신수가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 시즌 팀이 어떻게 리빌딩해가는지 지켜보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그 결과의 일부를 지난해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발견했다고 본다. 선발과 구원진이 좋은 투구 내용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빌딩이라는 것 자체가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추신수를 일찌감치 3번타자로 지명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우선 추신수는 건강하고 우리 라인업에 없어서는 안 되는 최고의 타자다. 내 철학은 가장 뛰어난 타자가 3번을 치는 것이다. 4번타자가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2회 선두타자로 나가는 것은 선수의 자질을 낭비하는 것이다.
-아시안게임에서 한국대표팀이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소감은?
▲(크게 웃으며) 우리의 어깨에 놓인 큰 짐을 덜어내는 기분이었다. 추신수가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본다.
-추신수가 1년에 397만 5000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이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추신수는 지난 3년간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왔고 그는 그런 대우를 받을 만한 자격이 충분한 선수다. 고액의 연봉이지만, 그 액수는 이제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추신수라면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