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주목에 꽃이 활짝
▲ 정선 함백산 설경 |
북쪽의 차가운 공기와 남쪽에서부터 올라온 동해안의 따뜻한 공기가 힘겨루기를 하며 많은 눈을 쏟아붓는다고 한다. 이번 달에는 이런 기단(氣團)의 싸움이 계속될 것이고 눈 또한 더 내릴 것이라 한다. 강원도민들이야 봄을 맞는 대가치고는 참 크다 하겠지만,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그저 늦된 눈이 반갑고 즐겁다.
중순에 내린 눈은 거의 허벅지까지 빠질 만큼 함백산에 쌓였다. 한결 온화해진 기후로 녹기도 더러 했지만, 그래도 정상부의 눈은 지금까지 여전하다. 그리고 오전 중에는 은빛 설화를 곱게 피워내기도 해서 산행을 다녀오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함백산(1572m)은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 계방산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산이다. 남쪽에 어깨를 대고 태백산이 앉아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보다 낮은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6m가 더 높다. 함백산은 멋진 해오름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인기가 높다. 그 이유는 뭐니뭐니 해도 접근의 편리성 때문이다. 정상까지 임도가 나 있어서 힘 들이지 않고 쉽게 갈 수 있다. 하지만 눈 깊이 쌓인 겨울에는 튜닝된 4륜구동 차량이 아닌 이상 함부로 그 길로 들어서선 안 된다.
함백산은 해오름이 아니더라도 바람서리꽃이 황홀하다. 코스는 대략 3개가 있다. 싸리재, 만항재, 적조암입구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가장 짧은 것이 만항재 기점이다. 정상까지 거리가 2.7㎞에 불과하다. 그 다음이 적조암 기점이다. 4.1㎞ 거리다. 가장 긴 것이 싸리재 기점이다. 4.9㎞에 달한다. 편도만 따질 때, 겨울 산행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각각 2시간, 3시간, 4시간이면 가능하다.
같은 지점으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한다면, 만항재-함백산-주목군락지-싸리재 혹은 만항재-함백산-주목군락지-적조암입구로 산행코스를 잡는 게 일반적이다.
무척 높은 함백산이지만, 등산은 그리 어렵지 않다. 1200m 이상으로 기점들의 고도가 워낙 높기 때문이다. 기점으로 가장 많이 삼는 만항재는 우리나라에서 자동차가 다니는 가장 높은 고개다. 그 고도가 무려 1330m에 달한다. 만항재는 정선과 영월, 태백이 만나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정선 사람들은 이곳은 늦목이재라고 부른다.
고한읍에서 414번지방도를 타고 정암사를 지나 곧장 오르면 만항마을이 나타나고 그 위로 조금 더 달리면 만항재에 이른다. 도중에 고한읍민체육공원을 지나는데, 그곳이 적조암입구다.
만항재는 우리나라 최대의 야생화군락지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태백 방면 414번지방도 왼쪽으로 함백산등산로가 나 있다. 이 길을 따라 가다보면 온갖 들꽃들이 피어 눈을 홀린다. 물론 지금은 볼 수 없다. 이제 눈 모두 녹고 봄의 기운이 땅 속에 잠자는 들꽃의 뿌리와 씨앗을 간질이면 그들의 자생루트를 따라서 산을 올라보리라 다짐한다.
눈길에 발목이 푹푹 빠지는 참나무숲을 헤치며 등성이를 하나 넘으면 등산로는 태백선수촌까지 이어진 임도와 잠시 만난다. 임도를 따라 가면 1.9㎞, 등산로를 택하면 1.2㎞다. 물론 선택은 자유다. 등산로는 짧은 대신 깔딱고개를 넘어야 한다. 아주 가파르지는 않지만, 제법 힘이 든다. 어느 길로 가든 1시간쯤 걸린다.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 특별한 풍경은 없다. 둘러볼 거리가 없으니 칼바람이 불어와 얼굴을 할퀴는 것에만 신경이 쓰인다. 그렇게 정상부에 오르자 시야가 확 트인다. 숲을 벗어나야 숲이 보이는 것처럼, 꼭대기에 올라서야 비로소 걸어온 산과 그 주변이 보인다. 정상에는 함백산이라고 새겨진 바위가 박혀 있다.
▲ 함백산 정상부에는 주목과 고사목 군락이 넓게 펼쳐져 있다. |
주목은 해발 700~2500m에 자생하는 상록침엽교목이다.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라 불릴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 함백산의 주목은 북쪽으로 이어진 능선의 동북경사면에 특히 대량 분포하고 있다. 이 주목들은 산림청에서 특별보호수로 지정해 보호관리하고 있다. 주목 군락에는 고사목들이 드문드문 있다. ‘죽어 천 년’을 살아가는 뿌리까지 말라버린 주목들이다.
최근 들어 함백산행은 더욱 즐거워졌다. 주목군락지를 마음껏 드나들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경 태백국유림관리소에 의해 관내 백두대간 중 함백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철조망과 지지석이 일제히 정비됐다. 그간 백두대간 환경개선과 함백산 일원 주목보호를 위해 지난 1997년 설치한 철조망 580㎏과 관주 지지석 24톤을 제거한 것이다.
정상에서 주목군락으로 내려가는 길에 다시 임도를 조금 걷는다. 그런데 그 임도에 차바퀴 자국이 선명하다. 뒤쪽을 돌아보니 지프차량 두 대가 유유히 눈길을 달려 내려온다. 오프로드용으로 개조한 차량이다. 커다란 바퀴를 달고 차고를 높인 탓에 60㎝ 이상 쌓인 눈도 쉽게 헤쳐 간다. 가끔 함백산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인데, 열심히 땀 흘려가며 산을 오른 사람들로서는 왠지 손해를 보았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하나 그들에게 자랑하자면 그 괴물같은 차량은 주목군락으로 들어갈 수 없다.
주목군락을 지나면 전망대로 손색이 없는 제3쉼터가 나온다. 이곳에서 한 숨 돌린 후 다시 길을 재촉하면 곧 갈림길에 이른다. 왼쪽으로는 적조암입구, 정면으로는 싸리재로 이어진다.
봄이라면 싸리재 쪽으로 향하는 게 좋다. 은대봉과 싸리재를 지나 금대봉으로 이르는 길이 들꽃 천지다. 만항재 못잖게 이 구간에 들꽃이 많다. ‘산상의 화원’으로도 불린다. 북방계식물, 한국특산식물, 희귀식물들이 한데 어울려 산길을 밝힌다.
▲ 눈 옷을 입은 정암사의 설경. |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여행안내
▲길잡이: 중앙고속국도 제천IC→38번국도→영월→정선→고한 상갈래교차로에서 우측 방면 414번지방도→정암사→적조암입구→만항재(상갈래교차로에서 좌측 방면으로 계속 달리면 함백산 싸리재입구).
▲먹거리: 추운 겨울 산행은 체력소모가 심하다. 산행을 마친 후에는 기력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만항마을에 만항산골닭집(033-591-5007), 함백산토종닭집(033-591-5364), 밥상머리식당(033-591-2030)등 토종닭백숙과 오리백숙, 산나물비빔밥을 잘 하는 집들이 있다. 잠자리: 정선군 고한읍으로 가면 풀하우스모텔(033-591-2528), 발렌타인모텔(033-592-0040) 등 숙박업소가 많다.
▲문의: 정선군청 관광문화과(http://www.ariaritour.com) 033-560-2390
▲길잡이: 중앙고속국도 제천IC→38번국도→영월→정선→고한 상갈래교차로에서 우측 방면 414번지방도→정암사→적조암입구→만항재(상갈래교차로에서 좌측 방면으로 계속 달리면 함백산 싸리재입구).
▲먹거리: 추운 겨울 산행은 체력소모가 심하다. 산행을 마친 후에는 기력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만항마을에 만항산골닭집(033-591-5007), 함백산토종닭집(033-591-5364), 밥상머리식당(033-591-2030)등 토종닭백숙과 오리백숙, 산나물비빔밥을 잘 하는 집들이 있다. 잠자리: 정선군 고한읍으로 가면 풀하우스모텔(033-591-2528), 발렌타인모텔(033-592-0040) 등 숙박업소가 많다.
▲문의: 정선군청 관광문화과(http://www.ariaritour.com) 033-560-23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