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조율’ 냄새 킁킁
▲ 특사단이 머물렀던 롯데호텔 전경.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일각에서는 롯데호텔 측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 측과 사전 협조관계를 구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평시도 아닌 국빈들이 머물던 비상 시국에 객실 경호가 너무나 허술했다는 것과 국정원 요원들이 정확한 객실 위치를 인식했다는 점, 자연스럽게 전자 카드키를 열고 들어갔다는 점 등은 호텔 측의 묵인 내지는 사전 협조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어찌된 일인지 호텔 내부 곳곳에 무려 250개가 설치돼 있는 CCTV도 무용지물이었다.
취재 결과 당시 특사단이 머물던 객실 주변에는 별도의 경호요원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기자와 통화한 롯데호텔의 한 관계자는 “특사단 측이 자국 경호요원을 대동했고, 우리 호텔 측에 별도의 경호서비스를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우리 정부나 특사단 측에서 경찰 투입을 요청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국빈 방문 시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경찰 경호조차 이뤄지지 않았던 셈이다.
다른 특급호텔들의 경우는 어떠할까. 국빈들의 등급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대체로 특별한 경호시스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와 통화한 H 호텔의 관계자는 “국빈들이 호텔에 투숙할 경우 추가적인 보안시스템이 작동한다. 호텔 내부 경호원의 수도 늘고 당연히 경찰의 협조도 받는다. 또 통신기기 사용금지와 같은 보안책도 발동하게 된다”며 철저한 경호시스템에 대해 설명했다. 다른 특급 호텔의 경우도 비슷했다. 경호 요원의 수를 늘리지 않는 호텔도 있었지만 대부분 경찰의 협조는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호텔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과 사전에 조율을 했는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호텔 측은 특급 호텔이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허술한 보안체계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는 상태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