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결점 이미지’ 최재형 네거티브 공세로 역전? 윤석열 대세론 굳어져 ‘이변 없을 것’ 아직 중론
#최재형, 쌍발 엔진으로 출격
대선 레이스에 가세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좌우 쌍발 엔진으로 지금의 판세를 역전시킬 수 있다고 판단 내린 듯하다. 반듯하게 살아온 생애라는 ‘모범 엔진’에, 원전 감사를 통해 집권세력에 저항했던 ‘투사 엔진’이다. 최 전 원장이 단순히 ‘경기고-서울대 법대-사법시험 합격-판사 임용’이라는 한국 사회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걸었다고 해서 모범 엔진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다. 인간적 측면에서도 모범 엔진이라는 것이 정치권 판단이다.
가장 대표적인 일화가 최 전 원장이 어린 시절부터 보여줬던 ‘미담’ 스토리다. 최 전 원장은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친구(강명훈 변호사)를 고교, 대학, 사법연수원 생활을 같이 하며 내내 업고 등하교시켰다. 최 전 원장과 사법연수원 13기 동기생의 말이다.
“다리가 불편한 친구를 업고 다녔다는 얘기가 많이 회자되는데 정말 맞는 얘기다. 최 전 원장의 성품에 대한 보도가 많은데 과장이 아니다. 나야 그 이전 스토리는 모르고 연수원 시절은 정확히 아는데 최 전 원장은 정말 연수원에서 강 변호사를 연수기간 내내 업어서 다녔다. 고등학교와 대학 때도 그랬다는데 연수원에서까지 그러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정치권에서 그에 대한 러브콜이 많았는데 사람을 제대로 본 것이다.”
최 전 원장의 인간적 품격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려주는 얘기가 있다. 최 전 원장은 두 아들을 입양했다. 두 딸이 각각 중학생, 고교생이던 때 생후 9개월 된 아들, 그로부터 6년 뒤에는 또다시 10세 된 아들을 입양해 키웠다.
외곽에서 몸을 풀고 있는 윤석열 전 총장과 달리 최재형 전 원장은 대선 출마 공식 선언과 동시에 제1야당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는 최 전 원장이 대한민국 보수정당의 최대 가치인 ‘안보 역량을 통한 국가 수호’ 이미지와 맞닿아있는 후보라는 평가와도 연결된다. 지난 7월 8일 별세한 최 전 원장의 아버지 고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은 한국전쟁에 참전, 무공훈장 3차례 등 6차례나 훈장을 받은 전쟁 영웅이다. 최 전 원장의 할아버지인 고 최병규 선생은 독립운동가이기도 하다.
최 전 원장이 육군 법무관으로 3년간 복무한 것을 비롯해 형제들 모두가 장교 출신이며, 그의 아들 2명도 각각 해군과 육군에서 복무했다. 최 전 원장 임명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앞장서서 병역 명문가 집안이라고 치켜세운 바 있다. 최 전 원장에게 반듯한 이미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판사 시절 소신 있는 판결로 이름 나있었다. 2011년에는 간첩 누명을 썼던 재일동포에 대한 재심에서 직접 사과의 뜻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감사원장으로 임명되자 기관운영 감사가 전무했던 국정원에 대해서도 전격 감사를 진행해 17건의 지적사항을 적발해냈고, 또 다른 성역이었던 검찰청에 대해서도 대검찰청과 전국 검찰청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기관운영 실태 감사를 했다.
#최재형, 네거티브전 유리?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네거티브전이 판세를 좌우했다. 가장 좋은 예는 대세론을 무너뜨렸던 2002년 대통령 선거였다. 당시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는 ‘대세론’을 만들어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당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회창 후보 아들들이 병역 비리에 연루됐다는 이른바 ‘병풍 사건’ 네거티브 공세가 이 후보를 향해 무섭게 쏟아져 내리면서 이 후보의 강력한 지지율은 무너졌다. 깨끗하고 공정한 이미지의 ‘대쪽 판사’ 이회창의 청렴선비 이미지는 병풍 앞에서 산산조각 났다.
더욱이 병풍 사건은 민주당 주장이 아니라 부사관 출신 예비역 군인 김대업 씨가 주도적으로 주장하고 나섬으로써 “단순한 정당의 공세가 아니라 정말로 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강하게 불러왔다. 이회창 후보 아들의 불법적 병역기피 의혹은 결국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됐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김대업 씨는 처벌을 받았다. 하지만 이미 선거는 끝났고, 이회창 후보는 패배했다.
네거티브전이 이번 대선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런 측면에서 네거티브 의혹이 전혀 제기되지 않고 있는 최 전 원장과 달리 윤 전 총장은 여러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네거티브전에서 윤 전 총장이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최 전 원장도 이 틈을 파고들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 윤 전 총장 장모 최 아무개 씨가 의료법을 위반하고 요양급여를 부당하게 받아 가로챈 혐의로 지난 7월 2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공정과 상식’을 강조해온 윤 전 총장에게 적잖은 상처를 입혔다는 분석이다.
윤 전 총장 부인 김건희 씨에 대한 각종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김 씨는 지난 2008년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이 논문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학위를 수여한 국민대학교가 특별조사에 착수했다. 결혼 전 사안이기는 하지만, 표절이나 도용 등 연구 윤리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씨의 표창장 위조 문제와 연결 짓는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김 씨가 과거 ‘쥴리’라는 이름으로 강남 유흥업소에 다녔다는 낯 뜨거운 의혹도 암암리에 거론된다. 특히 김 씨가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와 인터뷰를 하면서 X파일 형태로 떠돌던 쥴리를 언급, 스스로 논란에 불을 붙였다는 지적이다.
처가 의혹뿐만 아니라 윤 전 총장 본인에 대한 직접적 공세도 거세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윤 전 총장 측근인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검사장)의 형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관련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이다. 윤우진 전 서장 뇌물수수 사건에 대해 과거 부실수사가 이뤄졌으며, 이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에 따른 수사다.
대선 과정에서 네거티브 대응팀 활동을 해본 경험이 있는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월 6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윤우진 전 서장 사건과 관련 “이상하게 유야무야되고 사건이 덮였다. 매끄럽지 못하다. 제대로 파헤쳐지면 문제가 될 가능성이 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세론 굳히기?
최재형 전 원장이 강력한 다크호스이기는 하지만 ‘윤석열 대세론’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아직까지는 정치권 주류 의견이다. 윤 전 총장 지지세가 의외로 탄탄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처가 의혹 등 윤 전 총장 주변 곳곳에서 수류탄이 터지고 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확 꺾이는 상황이 감지되지는 않는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의혹 제기가 쏟아지고 있지만 새로운 것이 없고, 대부분 윤 전 총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것”이라며 “때문에 여론이 이에 민감한 반응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더욱이 윤 전 총장은 서울 출신이지만 ‘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대구·경북(TK) 지역에서 과거 이명박·박근혜 등 보수야권 대통령 후보와 비슷한 압도적 지지세를 이미 만들어낸 것으로 관측된다. TK 지역 한 의원의 분위기 설명이다.
“최 전 원장은 경쟁력을 갖춘 후보이지만 현실적으로 인지도가 윤 전 총장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 윤 전 총장은 이미 삼척동자도 아는 후보가 됐지만 지역구에 가보면 최 전 원장에 대해서는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최 전 원장의 경우 상품은 너무 좋지만 상품 출시가 너무 늦었다고 보면 된다. 윤 전 총장 본인과 관련된 대형 악재가 터지지 않는 한 윤석열 대세론은 무너지기 어렵다.”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