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윤석열 징계 “다른 부적절한 일들로 좌천” 발언 주목…“처가 관련 건은 징계에 포함 안돼”
2017년 2월 10일 열린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황교안 전 총리가 내놓은 답변이다. ‘지금 말씀하신 검사’는 윤석열 당시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이었다. 이상돈 전 국민의당 의원이 ‘국정원 댓글 수사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의 외압에 항명하다 징계를 받고 좌천된 윤석열 검사가 특검에서 맹활약 중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한 것에 대한 답이었다. 윤석열 검사가 징계를 받은 2013년 황교안 총리는 검찰 징계권자인 법무부 장관이었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발언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차기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윤 전 총장과 친인척에 대한 전방위적 검증이 시작되면서다.
가장 뜨거운 지점은 부인 김건희 씨와 장모 최 아무개 씨 의혹이다. 장모 최 씨는 지난 7월 2일 23억여 원의 건강보험 요양급여를 편취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대검찰청은 최 씨가 과거 법정에서 모해위증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다. 재기수사는 수사가 미진하므로 사건을 더 수사하라는 명령이다. 부인 김건희 씨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연루 및 특혜성 증권거래 의혹, 논문 표절 및 무단발췌 의혹 등에 휩싸였다.
핵심은 이러한 처가 관련 사건에 윤석열 전 총장이 부당하게 관여하고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다. 황교안 전 대표의 앞서 대정부질의 답변이 관심을 모으는 것도 윤 전 총장의 처가 사건 개입 가능성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2013년 12월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이었던 윤석열 전 총장은 정직 1개월 징계 처분을 받았다. 이후 그는 좌천돼 박근혜 정부 내내 대구고검, 대전고검 등 한직을 떠돌았다. 당시 공개된 징계 사유는 ‘항명’과 ‘재산신고’ 누락이었다. ‘중앙지검장 지시를 위반하고 보고 및 결재 없이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영장 및 압수수색영장을 청구, 이를 집행한 점’ ‘2013년 2월 21일 정기 재산변동사항 신고 시 배우자 명의의 토지 등 총 9건 5억여 원의 재산을 중대한 과실로 잘못 신고’했다는 점 등이다.
그런데 황교안 전 대표가 말한 “그 이후 ‘다른 부적절한 일들’이 있었다. 그것으로 징계를 받고, 본인이 원하지 않는 보직으로 간 것으로 알고 있다”를 두고, 최근 정치권에서는 당시 공개되지 않았지만 처가 관련 사건이 또 다른 징계 사유로 들어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관청 피해자 모임’ 회장 정대택 씨는 장모 최 씨와 서울 오금동의 한 건물 투자수익 배분 문제를 두고 17년째 소송과 분쟁을 이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이 김 씨와 결혼을 전후해 부인과 장모 관련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해왔다.
정 씨는 2012년 3월 법무부와 검찰에 진정서를 낸 데 이어, 2013년 12월에는 진정서를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 제출했다. 장모 최 씨와 관련해 윤 전 총장의 독직, 위증, 명예훼손 등 사유였다.
그런데 정 씨는 2013년 12월 31일 법무부로부터 회신서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 내용은 “귀하께서 2013년 12월 18일 법무부 민원실을 통해 제출한 민원의 취지는 윤석열 검사에 대해 엄중한 징계가 필요하다는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 검사 징계위원회에서는 12월 18일 윤석열 검사에 대해 정직 1개월 징계 처분을 의결하였음을 알려 드린다”였다. 정 씨의 진정이 윤 전 총장 징계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황교안 전 대표는 2013년 윤 전 총장 징계에 대한 이러한 추측에 선을 그었다. 일요신문은 지난 7월 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황교안 전 대표를 직접 만나 2017년 2월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답변한 ‘다른 부적절한 일들’에 대해 물었다.
이에 황교안 전 대표는 “내가 그런 말을 했었느냐”며 “당시 징계에 윤 전 총장 처가와 관련된 사건은 포함돼있지 않았다. 나도 처가와 관련된 사건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고 답했다. 당시 징계에 처가와 관련된 사유는 없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황교안 전 대표 역시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해, 윤석열 전 총장과 야권보수 진영의 잠재적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실제 정대택 씨가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날짜와 검사징계위원회의 윤 전 총장 징계 의결 날짜는 12월 18일로 같다. 정 씨의 진정서가 윤 전 총장 징계에 영향을 끼쳤으리라 보기 어려운 부분이다. 윤석열 전 총장 측에서도 7월 4일 ‘반론 및 입장’ 자료를 통해 징계가 처가 사건과 관련 있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 “일방적인 거짓주장을 근거로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법무부가 정 씨의 진정 내용에 대해 추후 감찰 및 징계 결과를 내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법무부 관계자는 “징계와 관련된 사안은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확인이 불가능하다”며 “추가적인 감찰은 알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또한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정권이 이러한 진정을 통해 윤석열 전 총장을 압박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은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징계 전부터 윤 전 총장은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장에 나와 “국정원에 대한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다. 소신껏 수사를 할 수 없도록 외부에서 압력을 줬다”는 등의 발언을 해 박근혜 정부에 눈엣가시로 여겨졌었기 때문.
민주당 한 관계자는 “그 당시에는 윤석열 전 총장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수사로 화려하게 부활할 줄 아무도 몰랐다”며 “윤 전 총장은 한직을 떠돌다 검찰을 떠나는 수순이었다. 하지만 그는 검찰을 그만두지 않고 버텼다. 그런 상황에서 ‘요주의 인물’ 윤 전 총장이 갑자기 그만뒀다면 사직의 이유를 두고 여러 말이 나왔을 것이다. 이에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는 추가 감찰 및 징계 등으로 윤 전 총장을 압박하면 ‘긁어 부스럼’이라고 판단해 정 씨의 의혹 진정 등을 활용하지 않고 지켜봤을 수 있다”고 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