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MC몽 군 문제 해결했다…라고 경찰이 그랬다”
▲ 고의 발치로 병역을 면제받은 혐의로 기소된 MC몽이 7일 오후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정 씨는 MC몽과 절친한 사이로 지내온 치과의사인 만큼 병역면제 과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그가 법정에서 또 다시 편지 또는 MBC와의 인터뷰 내용과 같은 견지의 증언을 한다면 재판은 급속도로 MC몽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일요신문>에서 심층 취재한 결과 정 씨의 MBC 인터뷰에는 모종의 노림수가 엿보였다. 이하는 당시 기사(일요신문 968호)의 일부다.
‘정 씨의 MBC 인터뷰가 MC몽에게 보내는 메시지였을 가능성도 있다. MC몽이 거부했다는 협조를 구하기 위해 ‘이런 내용을 검찰에서 진술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을 수도 있다는 것. 정 씨의 지인은 여기서 말하는 협조가 금전적인 사안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관련 기사 보기 http://www.ilyo.co.kr/news/articleView.html?idxno=77294)
@“내가 그놈 밀리터리 문제 해결했거든”
지난 7일 열린 6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 씨는 입장을 바꿨다. MC몽의 치아 발치와 군 면제 과정에 자신이 일체 관여하지 않았으며 치료를 위한 정당한 발치와 합법적인 군면제라는 게 정 씨 증언의 주된 내용이다.
MBC와의 인터뷰에 대해선 ‘편지를 직접 쓴 게 맞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을 뿐’이라고 답했고 편지 내용에 대해선 ‘경찰 진술 과정에서 경찰에게 들은 내용을 그대로 편지에 쓴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만약 경찰 얘기가 맞다면 다른 건으로 재판 중인 자신에게도 불이익이 있을 것 같아 경찰 얘기가 맞는 지 MC몽에게 물어본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법정에서 또 다른 편지도 공개됐다. 정 씨와 정 씨의 위임장을 받아 MC몽 측과 접촉한 대리인 김 아무개 씨 사이에 오간 편지다. 법정에서 검찰이 공개한 편지의 일부를 공개한다(문맥과 맞춤법에 따라 원본을 약간 수정함).
‘제일 중요한 건 몽이가 의류회사 차릴 때 내가 1억 원 줬어. 내가 회사 이익금도 300만 원 받았어. 그리고 몽이 (나한테) 주식투자해서 손해 봤고.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내가 그놈 밀리터리(군대) 문제 해결했거든. 증거도 있고. 내가 이거 가지고 검찰에 얘기하면 아마 그 놈 인생은 끝날 것 같아. 내가 얘기하고 작업하고 하면 나는 감형도 가능해. 하지만 인간적인 면도 있으니 걔 인생 망가지게 하느니 나 앞으로 살게 1억 원 가운데 5000만 원이라도 받아야겠어. 그놈이 나로 인해 주식 손해 본 것도 있지만 내가 밀리터리 해결해주고 돈 받은 거 전혀 없으니 한 5000만 원에서 1억 원은 수수료로 받을 만한데 네 의견 듣고 싶다.’
‘일단 일부러 치아 치료를 미루고 병무청의 기준 점수를 채우기 위해 건전한 치아를 발치했다. 그 애가 일반인이면 문제없겠지만 공인의 입장에서 유승준 되는 꼴이다. 난 그 모든 정황을 알고 그 애를 도왔고 조언해주었다.’
이번에도 역시 정 씨는 편지 내용이 경찰 조사 과정에서 경찰에게 들은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어서 김 씨에게 사실 여부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편지 내용만 놓고 보면 누군가(곧 경찰)에게 들은 내용이 아닌 정 씨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을 검사가 거듭 물었고 나중엔 판사가 위증죄까지 언급하면 재차 물었지만 정 씨는 경찰에게 들은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경찰이 이런 시나리오를 짜서 강압적으로 수사를 펼치자 정 씨는 걱정이 돼 편지를 통해 사실유무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는 주장이다.
이런 편지에 대한 궁금증은 정 씨 다음으로 증인 심문에 응한 김 씨를 통해 일정 부분 해소됐다. 김 씨는 2010년 1월 MC몽을 처음 만났는데 그 이유가 정 씨의 편지를 전해주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김 씨는 “당시 전달한 편지의 대략적인 취지는 군 면제 받는 것을 도와줬으니 돈을 달라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편지를 본 MC몽이 상당히 놀라는 반응을 보이며 편지를 가져갔다고 한다. 돈에 대한 얘기를 본격적으로 주고받은 것은 김 씨가 정 씨의 위임장을 받아서 만난 두 번째 만남. 김 씨는 “당시 정 씨는 MC몽에게 투자금 1억 원을 포함해 총 3억 5000만 원 가량을 받았으면 했다”면서 “이 얘길 MC몽에게 전하자 그렇게는 힘들고 계산해보니 실제 투자액이 8000만 원가량이니 그건 돌려줄 수 있다고 말하더라”고 답했다. 그렇게 MC몽은 김 씨를 통해 정 씨 측에게 8000만 원을 건넸다.
그렇다면 정 씨의 편지와 주장은 MC몽에게 군 문제를 빌미로 돈을 요구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물론 정 씨는 이런 의도가 아닌 경찰 얘기를 알아봐 달라고 편지에 쓴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투자금이 1억여 원인데 3억 5000만 원을 요구한 이유에 대해서도 “당시 재판 중이라 너무 힘들어 그 동안의 이자 등을 합쳐 그 정도를 부탁했던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정 씨와 김 씨의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검찰은 애초 MC몽 사건의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를 벌였지만 나중에는 공갈 등의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일정 부분 정 씨에게 공갈 등의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사건 속의 사건’이 키운 파장
그렇지만 이런 일은 모두 2010년 연초에 벌어진 일이다. 정 씨가 다시 MC몽에게 편지를 보내고 그 편지 내용과 함께 MBC <뉴스데스크>와 인터뷰를 한 것은 2010년 10월의 일이다. 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 편지의 첫 부분은 “오늘 변호사 통해 너의 입장 들었다. 서로 협조를 거부했다대?”였다. 이미 8000만 원을 건넨 MC몽이 또 어떤 부분에서 협조를 거부했다는 것일까.
편지가 공개된 뒤 가장 큰 궁금증 가운데 하나는 왜 정 씨가 자신이 MC몽에게 보낸 편지를 가지고 있느냐 여부다. 수감생활 중인 터라 복사본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크지 않다. 재판 과정에서 그 이유가 밝혀졌는데 해당 편지는 정 씨가 김 씨가 아닌 또 다른 지인을 통해 MC몽에게 보낸 것이었다. 이것을 MBC 기자가 입수했고 해당 기자가 정 씨를 만나 편지의 진위 여부를 확인해 보도한 것이었다.
그 사이 또 하나의 사건이 발발했다. MC몽에게 8000만 원을 받은 김 씨와 연락이 되지 않자 정 씨가 횡령 혐의로 김 씨를 고소한 것. 결국 이 사건은 오해로 인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합의로 마무리됐다. 따라서 MC몽에게 3억 5000만 원 가량을 받으려 했던 정 씨는 8000만 원을 받았지만 그 돈마저 김 씨와 함께 행방이 묘연해지자 정 씨가 MC몽 측에 계속 편지 등을 보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협조란 금전적인 요구가 아닌가 싶어 보이지만 이 부분까진 법정에선 다뤄지지 않았다.
다만 이처럼 MC몽 병역 비리 사건이 묘하게 정 씨와 김 씨의 횡령 고소 사건과 휘말리면서 정 씨와 MC몽 사이의 간극을 더욱 크게 키운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당시 쓰인 편지가 공개된 정 씨의 인터뷰까지 보도되면서 MC몽 사건의 파장이 더욱 확대됐던 것이다.
@군 면제 과정에 불법 있었나?
결국 정 씨의 MBC <뉴스데스크> 인터뷰를 통해 불거진 파장은 두 사람 사이에 얽힌 돈 문제와 ‘사건 속의 사건’이 만들어 냈던 것으로 정리됐다. 어찌 보면 사건의 본질인 MC몽의 병역비리가 불법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와는 다소 동떨어진 사안이 오히려 사건의 파장을 더욱 키운 셈이 됐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MC몽의 병역 면제 과정에 문제는 없었을까. 6차 공판에서 이 부분은 단연 정 씨의 편지 진위 여부다. 검찰은 정 씨가 편지를 통해 MC몽에게 금전적인 요구를 한 부분에 일정 부분 공갈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정 씨가 주장한 ‘자신이 MC몽의 군 문제를 해결해줬다’는 부분이 사실을 기반으로 한 주장인지 거짓인지 여부다. 정 씨를 공갈 혐의로 피의자 심문을 벌인 검찰은 “사실을 기반으로 협박했을 지라도 공갈죄가 성립된다”고 밝힌다. 결국 정 씨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그 근거로 편지를 받은 MC몽이 정 씨에게 8000만 원을 건넨 부분이 언급됐다. 당시 정 씨는 MC몽과 관련된 사업에 투자를 했고 MC 몽은 정 씨에게 돈을 맡겨 주식 투자를 했다. 결국 양측이 모두 돈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 정 씨 역시 “내가 투자해서 손해 본 금액보단 MC몽이 손해 본 금액이 더 많다”고 증언했다. 그렇다면 굳이 MC몽이 8000만 원을 돌려줄 이유는 없다. 당시 돈을 받은 정 씨의 대리인 김 씨는 “내가 만나서 편지 내용 신경 쓰지 말고 형 동생 사이인 만큼 좀 도와달라고 부탁했다”면서 “재판을 치르는 데 변호사 비용이 없다며 부탁해 8000만 원을 받았다”고 얘기했다.
6차 공판의 핵심은 정 씨가 군 문제를 언급하며 MC몽에게 돈을 요구했고 결국 MC몽이 8000만 원을 건넸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8000만 원은 정 씨의 투자금을 반환해준 것일 뿐이라는 게 MC몽 측의 주장. 행여 MC몽이 이 보다 더 많은 금액을 당시 정 씨에게 건넸다면 재판이 MC몽에게 상당히 불리하게 진행됐을 것이고, 반대로 한 푼도 건네지 않았다면 훨씬 유리해졌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MC몽이 건넨 돈은 투자금 반환이긴 하지만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보이는 조금은 애매한 8000만 원뿐이다.
휴정 시간에 MC몽의 변호사에게 재판이 어떻게 될 것 같냐고 물었더니 “그건 판사님에게 물어봐라”면서 “기자에겐 아무 말도 안한다. 국어를 못하는 지 얘길 하면 이상하게 기사를 쓴다”고 답했다. 우문현답이다. 결론은 MC몽의 치아를 치료한 치과의사들부터 정 씨와 김 씨까지 다양한 증인들의 증언과 편지 등의 증거를 담당 판사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다음 공판은 3월 28일 오후 2시. 다음 기일 7차 공판에서 MC몽과 함께 피소된 두 명의 피의자와 MC몽에 대한 심문이 벌어질 예정인데 이변이 없다면 마지막 공판이 될 예정이다. 이제 판사의 선고 공판이 그리 멀지 않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